상단영역

본문영역

병원의 사계

  • 입력 2023.01.20 12:32
  • 기자명 최창화(K&C광고연구소 대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엠디저널] 계절은 문득 오는 것 같아도 천천히 스며든다. 이제 낙엽이 지고 산하가 서서히 갈색 톤으로 물들고 있다. 가을을 보내기보다는 겨울 준비로 바쁘고 한 해를 정리하기 위해 부산할 때다. 병원 가족들은 주로 실내에서 일하고 업무가 바쁜 관계로 계절을 섬세하게 느끼기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한 해를 보내기 위해 준비하는 이번 글에서는 계절을 통해 본 병원의 일상을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가을은 하늘에서 오고, 봄은 땅에서 온다고 한다. 온 들판에 만물이 소생하는 봄처럼 병원에서도 봄은 생명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겨울을 움츠린 채 보낸 내원객들이 건강을 위해 검진을 비롯하여 의사와의 면담을 위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잦아질 것이다.

생동하는 봄처럼 내원객들을 맞는 병원 가족들도 왠지 설레고 활기차질 것이다. 더 좋은 삶을 위해 건강을 준비하여 평안하고 힘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각종 건강 상식 등과 해결책들을 봄꽃처럼 베풀 것이다.

봄은 더디 왔다가 잰걸음으로 달아난다. 환희와 안타까움이 뒤섞여 우린 봄을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생기 넘쳐 눈부신 봄의 정기로 내원객과의 즐거운 만남과 대화를 이어가는 시간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봄을 병원에서는 준비라는 말로 대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름

소나기가 긋고 간 여름 들판, 작열하는 햇살 아래 부용화가 질펀하다.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초록이 지배하는 여름, 아이들의 방학과 함께 본격적인 휴가철의 시작된다.

병원도 마찬가지 생명의 계절을 바쁘게 지내다 보니 힘들어진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내원객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병원 가족들에게는 훨씬 바쁘고 땀 흘리며 일하는 계절이 된다. 열심이라는 말이 몸에 배 불평할 틈도 없이 일하고 환자를 돌보는 시간이 된다.

휴가를 이용하여 내원한 환자들도 그렇지만 마주하게 되는 병원 가족들도 쉼이라는 것을 잊은 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계절, 그래서 여름은 열정의 시간이라는 말로 대신 할 수 있겠다.

가을

사그라지는 여름 위로 가을의 보폭이 커진다. 모든 것이 나름대로 보람 있는 결실을 맺고, 보랏빛 쑥부쟁이와 하얀 취꽃이 햇살에 반짝이는 계절. 가을이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환자를 위해 한 해를 열심히 달려온 모든 것들이 열매를 맺는 계절이다. 완치되어 퇴원하는 환자들의 웃음도 많이 볼 수 있고, 주변의 풍경처럼 아름답고 따뜻하고 풍성한 느낌이 들게 되는 것이 이 계절이다. 환자와 함께 호흡하고 염려하며 쏟아붓던 정성이 보람이 되어 돌아오는 계절이기도 하다. 오색으로 찬란한 단풍과 먹음직스러운 과일과 함께 마음이 푸근해지고 너그러워지는 계절이다. 그래서 병원의 가을은 만족과 나눔이라는 말로 대신 할 수 있겠다.

겨울

계절만큼 세월의 무상함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게 또 있을까. 가을인가 싶더니 어느새 겨울의 문턱에 서 있다. 이제 곧 눈발이 흩날리고 텅 빈 벌판에는 깊은 정적만 감돌리라.

한 해를 마무리하고 깊은 침잠을 준비하는 계절이다. 하지만 병원 가족들은 더더욱 바빠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각종 성인병과 맞서야 하는 진료과에서는 더 많은 환자의 건강을 걱정하고 치료해야 하는 계절이다. 사건 사고가 많은 시간이므로 한가하게 맘을 놓을 수 없는 시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내년을 준비할 새도 없이 분주하게 지내야 하는 것이 병원의 겨울이다. 하지만 은혜와 축복이 충만한 계절이기도 하기에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고 나눔을 실천하게 되는 것도 병원의 겨울 모습일 것이다.

이제 곧 겨울이 시작되면 하루하루가 부산할 테지만, 내년을 다시 시작하는 바쁨이라는 말로 대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병원도 나름의 4계절이 있다. 바쁜 가운데에서도 변화하며 흐르고 순환하는 모습이 분명히 있다. 이 변화와 흐름은 다음에 올 시간을 예비하는 것이다. 따라서 준비를 철저히 하면 한층 더 여유로워질 것이다. 계절은 언제 오려나 싶어도 철석같이 약속을 지키므로.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