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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속에 있는 내 모습이 내 인생을 결정한다

  • 입력 2023.03.17 11:22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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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선인낙과 악인고과’ 를 좀 더 실감 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지금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지인이 많이 있을 겁니다. 모르긴 해도 한 수만 명씩은 아실 거예요. 얼굴을 아는 사람도 많고, 오래 못 봐서 얼굴은 잊었지만 기억을 더듬으면 떠오르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함께 학교에 다닌 동기들만 따져도 수천 명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나와 접촉했던 사람들 마음속에 다 내가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밤에 달이 뜨면 강이든 개울이든 물이 있으면 달그림자가 다 비치듯이 우리를 본 사람 마음속에 다 우리가 있는 겁니다. 어떤 내가 있으냐? 그 사람들이 판단한 내가 있습니다.

그 사람들 마음속에 내가 좋게 들어 있으면 나한테 좋은 것이 오고 나쁘게 들어 있으면 나쁜 것이 옵니다. 예를 들어 제가 TV에 나왔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제 병원으로 환자가 많이 올까요, 적게 올까요? 많이 올 수도 잇고 적게 올 수도 있습니다. TV를 본 사람 마음속에 제가 ‘실력 있는 사람’ 으로 들어가게 되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에는 환자가 많이 오게 될 것입니다. 자기에게 문제가 생기면 직접 올 테고, 가까운 사람에게 문제가 생기면 저를 추천할 테니까요. 반대로 ‘저 사람 실력 없네. 불교에 푹 빠져가지고 사리분별을 못 해.’ 이렇게 제 모습이 새겨지면 환자가 올 리 없을 것입니다.

제가 개를 키우는데, 개 속에도 제가 있습니다. 개가 판단한 제가 개 마음에 들어 있는 것이지요. 밥 주는 사람으로 들어 있는지, 함께 산책하는 사람으로 들어 있는지, 그냥 ‘남자 사람’ 으로 들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개가 보는 제가 있을 겁니다.

우리는 자기가 남 속에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그리고 남 속에 내가 좋게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내가 좋게 들어갈 수 있을까요? “야, 너 나를 좋게 넣어.” 이러면 될까요? 그러면 더 나쁘게 들어갈 겁니다. 그보다는, 남이 나를 보고 ‘아! 저 사람이 내 곁에 있으니까 좋다.’ 이런 마음이 들어야 좋게 들어갈 겁니다. 예를 들어 제가 함께 일하는 간호사에게 “나를 존경해라.” 이렇게 말하면 간호사가 저를 존경하지 않을 겁니다. 간호사가 저를 존경할 만한 무언가를 해야 존경하겠지요. 다른 사람 마음속에 내가 좋게 들어가 있으면 어딜 가도 안전합니다. 반대로 나쁘게 들어가 있으면 위험하겠지요. 저는 그걸 지뢰밭이라고 부릅니다. 언젠가 잘못 건드리면 꽝 하고 터지는 거예요.

예전 <태조 왕건>이라는 드라마에서, 궁예가 처음에는 아픈 사람들 고름도 빨아주고 좋은 일을 하니가 사람들이 그를 많이 따랐습니다. 그런데 왕이 되고 난 뒤에는 술도 많이 마시고 관심법이니 뭐니 해가며 남을 괴롭혔습니다. 그러니까 나중에는 모두 그에게서 등을 돌렸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정말 힘이 있으려면 남에게 도움을 줘야 합니다. 남을 도와서 자기 세력으로 주위를 가득 채워야 합니다. 내가 무언가를 말하면 사람들이 귀 기울려 듣고 해야지 아무런 호응이 없고 그러면 곤란합니다.

찾아보면 힘 안 들이고 남을 도울 수 있는게 많습니다. 저는 누가 물어보면 대답을 잘해줍니다. 그러면 제 설명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고마워합니다. 길거리에서 누가 길을 물어보면 잘 알려주는 것도 남을 돕는 쉬운 방법입니다. 남을 돕는 재미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공존하는 존재이므로 실은 서로 돕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이 법칙과 이치에 맞게 흐름을 타는 것입니다. 이게 우리가 사는 실제 세계입니다.

정리하면, 생명 가진 존재와 함께할 때는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게 무엇인지를 자꾸 찾아야 합니다. 부부 사이에서는 나도 좋고 배우자도 좋은 것을, 부모 자식 사이에서는 나도 좋고 자식도 좋은 것을 항상 찾아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공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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