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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낫지 않는 환자

  • 입력 2023.04.14 16:39
  • 기자명 김영숙(정신건강의학전문의/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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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며칠 전 정신과의 모든 의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의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주제는 ‘우울증과 조울증 환자 치료의 최신 동향’ 이었다. 어찌 보면 귀가 닳도록 들어온 병이고 전문의 자격을 모두 구비하고 있는 나를 비롯한 동료에게는 자신 있는(?) 분야이다.

 

그러나 평생교육의 장점은 바로 이렇게 알고 있는 것들 위에 새로운 지식을 접목해 지성의 샘물이 넘치게 하는 것이리라.

강의는 ‘어떤 치료에도 잘 낫지 않는 우울증 환자’를 대하는 의사 자신들의 마음가짐에 대한 것이었다. 지난 10여년간 항우울제의 발견으로 인류는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세계의 인류를 괴롭히는 질병 중 두 번째로 지적한 우울증은 개인만이 아니라 가족이나 사회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울증으로 직장 일을 못하고 공부를 못하니 국가의 생산능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20여 년 전 사용하던 항우울제(예를 들어 엘라빌(Elavil), 토플라닐(Tofranil)) 등은 살을 찌게 하고 입이 마르며 졸린 부작용이 있었다.

 

사교 춤, 노래하기, 종교적인 봉사 등 우울증 치료에 도움

그러나 최근 개발된 SSRI계통의 항우울제(프로작Prozac), 팩실(Paxil), 졸로프트(Zoloft) 셀렉사(Celexa), 렉사프로(Rexapro) 등은 하루 한 알의 복용으로 약 70~80%의 환자의 불안과 우울증세가 많이 호전되었으며 부작용도 훨씬 줄었다. 문제는 개인에 따라 잘 맞는 약을 찾아야 하는 기나긴 과정이 환자나 의사를 안타깝게 만든다는 것이다. 똑같은 약인데도 약효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는데다 부작용도 천차만별이다.(바륨 계통의 안정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고 금방 약효가 있지만 항우울 작용은 없는 반면 중독성이 강하다)

 

그러나 어떤 환자는 20여 종류가 넘는 항우울제에 모두 저항(?)하며 약효를 못 보는 경우(Drug-Resistant)가 있다. 몰론 의사는 상담을 계속하면서 환자에게 희망을 품게 하고 인간관계를 도와준다.

각종 운동 및 취미생활은 뇌 전파 물질의 생산을 높이며 기분을 좋게 한다. 산책이나 하이킹, 요가, 정원을 돌보는 일, 사교 춤, 노래하기, 종교적인 봉사나 예배 등도 우울증 치료에 도움을 준다. 마음이 불안하고 자신이 없을 때 종교를 통해 사항을 배풀거나 사랑을 느낄 수 있음은 그야말로 축복인 셈이다. 이렇게 노력하며 몇 달 아니면 몇 년을 치료한다.

그런데 이 모든 노력이나 치료에도 별로 나아지지 않는 환자들이 있다. 소수의 30~40대 젊은 의사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 군데서 20년을 일을 한다. 그러니 오랜 세월을 지내며 이런 환자들을 경험한다. 물론 아주 심한 경우에는 입원도 시키고 극소수의 환자에게는 전기충격요법을 쓰기도 한다. 그래도 좋아지지 않으면 의사를 바꾸는 사람들도 있고 아니면 의사 자신이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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