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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좋고 남도 좋은 것을 찾는다.

  • 입력 2023.04.17 17:19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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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나와 남이 바라는 것이 서로 충돌할 때, 지금까지는 기분이 좀 나빴거나 남에 대한 원망이 생기거나 인간관계가 깨지거나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린 세상의 이치를 이해하고 따른다면, 이제는 서로 바라는 바가 충돌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지 연구를 하게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남의 마음을 정확하게 보고, 나와 남 둘 모두에게 좋은 일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의 전환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럴 수 있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타심통(他心通, 남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얻으면 정확하게 볼 수 있지만, 그런 능력이 없는 우리는 남의 마음에 가까이 가는 연습을 오랫동안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좀 껄끄러운 사람이 있다면, 하루 중 조용하게 보낼 수 있는 자기만의 시간에 그의 최근 모습을 가만히 떠올려봅니다. 그때 자기 안에서 감정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러면 그걸 멈추고 또 가만히 그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어떤 생각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그러면 그걸 멈추고 또 가만히 그를 다시 바라봅니다. 자기 안에서 어떤 반응이나 판단이 일어나면 무조건 멈추고, 오로지 그를 계속 바라보기만 하면 그에게 좀 가까워집니다.

우리가 남을 볼 때 가장 큰 장애는 자기 자신입니다. 우리는 오랜 습성 때문에 생각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합니다. 그 생각의 습성을 내려놓고 상대방 마음속에 들어가는 게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러기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남이 말 안 해주고 가만히 있는데 그 사람 마음이 쉽게 알아지겠습니까. 생각으로 넘겨짚는 게 아니라 상대방 속에서 정말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려고 노력하다 보면 ‘아, 다른 사람 마음 알기 정말 어렵다.’ 이런 결론에 도달합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은, 그가 순간순간 살아온 것들이 모두 쌓여서 형성된 거대한 세계입니다. 거기에 어떻게 내가 쉽게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사실이 이러한데 우리는 그동안 너무 쉽게 이 사람은 이렇게 저 사람은 저렇다고 단정지어왔습니다. 섣부르게 판단하기를 멈추고 상대를 유심히 보기 시작하면 마음이 좀 겸손해집니다. 하다 보면 그렇게 됩니다.

사람을 볼 때 항상 ‘나에게는 나만큼 소중한 사람이 없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판단을 하든 그건 당연하다. 내가 살아온 과정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똑같이 저 사람에게는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 저 사람이 무슨 생각과 무슨 판단을 하든 거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이렇게 보고 대하면 그게 진정한 존중입니다. 나를 100퍼센트 받아 들인 것처럼 상대방을 100퍼센트 받아들이는 것이 시작입니다. 그러면 살면서 충돌이 점점 없어집니다.

이렇게 되면 사는 게 당당해집니다. 나뿐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 서도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 덕에 내가 꿀릴 일이 하나도 안 생기기 때문입니다. 또 내가 나를 위해서 뭘 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 충분히 생각한 다음 나에게도 좋고 그에게도 좋은 일만 선택했기 때문에 진정한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나만을 위한 것은 말을 꺼내기도 어렵고, 설사 말을 한다 해도 상대방에서 먹혀들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것에 대해서는 설사 처음에는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더라도 충분하게 이야기하게 되며, 일도 수월하게 잘 진행됩니다. 마음 자체가 바뀌어서 오로지 공존의 마음만 있기 때문에, 어디서나 누구와도 충분한 대화가 가능한 상태로 있습니다. 진정 좋은 일을 모색하려면 그런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모든 것은 ‘기브 앤 테이크(give & take)’ 입니다. 거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없습니다. 남이 나를 싫어하고 내가 하는 일에 저항하는 건, 내가 남이 싫어할 만한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남이 나를 좋아하고 내가 하는 일에 협력하는 건, 내가 남이 좋아할 만한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각을 너무 이해 타산적인 거라고 보실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그런게 아닙니다. 세상의 이치가 그런 겁니다. 선인락과 악인고과라는 걸 꼭 기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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