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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 뇌에 미치는 효과 (3)

나를 자유롭게 하는 용서

  • 입력 2023.04.24 10:54
  • 기자명 최남숙(한국정신과학 연구소 교수, 뇌과학심리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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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와 스트레스를 가지고 살아간다.

이것이 우리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것을 방해하고 심하면 건강까지도 해치게 된다.

나의 상담실을 찾아오는 많은 분들도 상대를 용서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분들은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고 그 상처를 계속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 대상이 내 가족인 경우가 있고 친구나 직장동료 등 가까운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마음이 편해야 행복하고 몸도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마음 한쪽에 용서 못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사람을 떠올릴 때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온다. 그 빈도가 높을수록 우리의 몸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건강이 나빠진다. 그래서 자신의 건강과 편안한 삶을 위해서라도 용서를 해야 한다. 그러나 좀처럼 용서가 잘되지 않는다. 용서하고 싶어도 상대를 생각하면 화가 나고 가슴이 답답하다.

 

여기서 용서가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용서는 가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용서는 내가 상대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용서는 나를 위해 해야 하는 것이다.

용서는 미움이 나를 힘들게 하지 못하게 하는 자기 사랑이다.

용서는 나의 미래를 바꾸는 힘이다.

용서는 내가 겪은 것을 다 잊어버리라는 것이 아니고 가해자와 화해하라는 것도 아니다.

용서는 나의 평화를 위해 상대를 미워하는 것을 멈추는 것이다.

용서는 과거에 발목 잡힌 나를 풀어주고 미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필자도 나를 이용해 놓고 등을 돌린 어떤 사람이 정말 이해가 안 가서 힘든 적이 있었다. 그 사람 생각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고 가슴이 답답하고 스트레스가 생겼다. 그 사람을 연관시키는 것들, 비슷한 이름이나 비슷한 얼굴 등을 보기만 해도 편안했던 마음이 갑자기 불편해졌다.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싸워 본 적이 없는 나는 이 상황이 상당히 불편했다. 그게 반복되던 어느 날 갑자기 나의 내면에서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왜 내가 그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정작 가해자인 그 사람은 편하게 잘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나만 그 사람 때문에 억울하고 화가 나면 내가 너무 손해 아닌가? 결국 그 사람 때문에 내가 힘든 게 아니라 내가 나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나를 위해 그를 용서하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먹으니 그가 불쌍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죽하면 나 갚은 사람에게도 이렇게 대할까? ‘마음에 여유가 없고 이기적인 그 사람은 지금도, 앞으로도 그런 방식으로 살아가리라.’ 어렸을 때 가정환경이 매우 메말랐을지도 모르겠다.

상담을 하다 보면 정말 이해가 안 가는 사람들,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도 사실은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충분한 사랑을 못 받고 자랐고 부모로부터 지적질과 비난을 받고 자란 경우가 많다. 사랑을 어떻게 줘야 하는지 배워보거나 제재로 된 방식으로 받아본 적이 없는 것이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그 사람이 평화롭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길 빌어보았다. 처음엔 좀 어색하고 반감도 올라왔지만 나를 위해 그렇게 했다. 그러자 오랜만에 마음의 자유가 찾아왔다. 참으로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마음이 편안하고 말할 수 없이 가벼워졌다. 진작 용서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그 사람을 떠올려도 아무렇지도 않다.

이 글을 읽는 독자 가운데 그게 맘대로 되냐고 묻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마음이라고 자신과 마음을 동일시하면 그게 불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음은 그냥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패턴대로 작동하는 뇌의 시스템 작용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작용을 바꿔보려는 마음을 먹는다면 가능하다. 우리의 능력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의식으로 메타인지를 사용해 자신을 관찰하는 관찰자 모드의 알아차림 연습도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명상은 이런 훈련을 위한 최고의 도구이다. 우리는 지금 삶을 살아가며 많은 선택을 한다.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 못 하고 계속 그 사람을 떠올리며 불편하게 살 것인지 그 사람을 용서하고 과거로부터 자유롭게 살 것인지는 나의 선택이다. 이제 여러분도 더 이상 자신의 마음에 휘둘리며 살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새롭게 창조하는 마음의 주인으로 살아가시길 두 손 모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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