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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때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요소

  • 입력 2023.05.11 16:59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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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디가 니까야》〈정신경〉을 보면, 우리가 말할 때 갖춰야 하는 요소에 대해 부처님이 설명합니다. 경전을 살펴보겠습니다.

<정신경(淨信經)>

쭌디여, 만일 과거가 사실이 아니고 옳지 않고 이익을 줄 수 없다고 여기면 여래는 그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만일 과거가 사실이고 옳더라도 이익을 줄 수 없다고 여기면 여래는 그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만일 과거가 사실이고 옳고 이익을 줄 수 있다 하더라도 여래는 그 질문을 설명해줄 바른 시기를 안다.

쭌디여, 만일 미래가 사실이 아니고 옳지 않고 이익을 줄 수 없다고 여기면 여래는 그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만일 미래가 사실이고 옳더라도 이익을 줄 수 없다고 여기면 여래는 그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만일 미래가 사실이고 옳고 이익을 줄 수 있다 하더라도 여래는 그 질문을 설명해줄 바른 시기를 안다.

쭌디여, 만일 현재가 사실이 아니고 옳지 않고 이익을 줄 수 없다고 여기면 여래는 그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만일 현재가 사실이고 옳더라도 이익을 줄 수 없다고 여기면 여래는 그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만일 현재가 사실이고 옳고 이익을 줄 수 있다 하더라도 여래는 그 질문을 설명해줄 바른 시기를 안다.

쭌디여, 이처럼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법들에 대해서 여래는 시기에 맞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을 말하고, 유익한 것을 말하고, 법을 말하고, 율을 말하는 자이다. 그래서 여래라 부른다.”

말에서는 ‘사실’이 시작점입니다. 거기에 바탕을 두고 다른 사람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불교적 인간관계의 근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건 정신치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환자와 관계를 맺어야 합니다. 프로이트도 비슷한 뜻의 말을 했습니다. 치료자는 환자에 대해서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 그걸 그대로 던지지 말고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적절한 시기를 찾아야 한다고 말이지요. 부작용이 가장 적고 치료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타이밍을 찾아야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사실이란 무엇일까요? 사실은 직접 보고 들은 것입니다. 보고 들은 만큼만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런데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일단 자기가 직접 보고 들은 것은 분명하게 구분하는 게 쉽지 않을 뿐더러, 말을 하다보면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자기 생각을 사실인양 드러내곤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말을 하면서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말이 갖춰야 하는 둘째 요소는 ‘옳음’입니다. 부처님은 ‘옳거나 옳지 않은 말’이라고 표현했지만 저는 그걸 ‘말한 만한 가치가 있나 없나’로 살짝 바꾸어도 무관하다고 봅니다.

말이 갖춰야 하는 셋째 요소는 ‘이익’입니다. 부처님은 내 말이 듣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때만 말을 하라고 했습니다.

말이 갖춰야 하는 넷째 요소는 ‘타이밍’입니다. 그렇다면 언제가 적절한 타이밍일까요? 듣는 사람 안에 ‘질문’이 생겼을 때, 그러니까 상대가 무언가를 물었을 때가 말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입니다. 그럴 때 사람들은 엄청 듣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상대가 질문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잘 관찰을 하다보면 ‘아, 이 사람이 지금 궁금해하는구나!’ 라고 알 수 있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이야기를 해줘야 합니다.

말이 갖춰야 하는 마지막 다섯째 요소는 ‘적절한 표현’입니다. 위 경전에는 직접 드러나지 않지만 적절한 표현도 빠뜨릴 수 없는 요소입니다. 아무리 사실에 입각해 있고 가치 있는 일이고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고 적절한 타이밍이더라도, 표현을 이상하게 하면 상대는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 되도록이면 부드러운 말, 온화한 말을 해서 상대방이 거부감을 안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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