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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 뇌에 미치는 효과 (4)

알아차림과 관찰자로 나를 바라보기

  • 입력 2023.05.30 17:25
  • 기자명 최남숙(한국정신과학 연구소 교수, 뇌과학심리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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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

나의 취미는 알아차림과 관찰자로 나를 바라보기이다.

나의 취미가 뭘까? 참 식상한 질문이다.

독서, 산책, 음악감상. 정말 평범한 것들만 생각났다.

참 재미없네.’ 하는 생각이 든다. 무심코 열려있는 커튼 사이로 보이는 창밖 풍경을 본다.

5월 중순이 되어 가는데 밖은 을씨년스럽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이 잔뜩 흐린 날씨다. 여린 나뭇잎들을 바람이 마구 흔들어대고 있다. 창밖에 아름답게 피어있던 꽃들은 무자비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다 떨어져 나가고 있다. 갑자기 서글퍼진다.

인생도 이처럼 좋은 날, 아름답고 반짝이는 날은 잠시 아니던가?’ 

이런 생각을 하며 창밖을 비라 보는 50대의 여자를 바라본다.

그녀는 컴퓨터 앞에서 글쓰기를 하다가 아련한 시선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참 세월이 빠르다. 빠르긴 하지만 많은 일 들이 그동안 일어났다. 반짝이는 날들도 있었고, 어둠의 터널에서 힘들어하는 날도 많았다. 그냥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살던 그녀가 모진 비바람을 겪으며 제법 단단해졌다. 이젠 웬만한 문제에는 중심을 잡고 많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나의 취미는 지금 여기에서 관찰자 모드로 나를 바라보기이다.

심리 코칭을 하다 보니 가장 난감한 문제가 자기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다.

첫 번째는 그들은 알아차림이 잘 안 된다. 그리고 자기의 문제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남 탓만 한다. 오죽하면 소크라테스도 너 자신을 알라.’라고 했을까? 그리고 두 번째 문제는 자꾸 과거에 있었던 일에 발목이 잡혀서 힘들어하고 미래를 불안해하는 사람이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 못 하면 우리는 계속 감정에 휘둘리고 현재에 머물러 있지 못한 채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살아야 한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지금 여기에서 나를 바라보는 취미가 생겼다. 우리가 현재에 깨어 있기만 해도 많은 마음의 문제가 해결된다. 사실 지금 여기는 그렇게 위험하지도 불안해할 필요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뇌의 속성상 생존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의 부정적인 사건을 생각하며 미래를 불안해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물론 생존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현시대에서는 생존만 생각하다 보면 삶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삶의 질과 마음의 평안을 위해 우리는 마음공부도 하고 명상도 한다. 명상이나 심리 치료 기법으로 지금 여기에 현존하게 하기가 있다. 이를 위해 감각에 집중하기도 한다. ‘지금 여기에서의 호흡에 주의를 두기도 하고 소리나 신체감각에 주의를 두기도 한다. 신체감각에 주의를 두다 보면 생각은 과거로 가기가 힘들다. ‘지금 여기에서 느껴지는 발의 감각, 다리의 감각, 손의 감각, 등 신체감각이나 호흡의 들숨과 날숨의 숫자를 세기도 하고 소리에 집중하기도 한다. 그러면 뇌는 과거의 걱정거리를 불러들이지 못한다. 뇌에서는 지금 여기에서의 신체감각 회로만 작동하게 된다. 뇌는 한꺼번에 두 가지 시점에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를 살기 위한 명상

초보자들은 명상을 하면서도 생각이 계속 올라오는 걸 경험한다. 이때 생각이 올라오는 자신을 알아차리면 생각에 빠지지 않게 된다. 생각에 빠지면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지 못한다. 과거의 부정적인 상황이나 미래의 불안에 가 있게 되는 것이다. ‘현존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흘려보내고 다시 지금 여기의 감각으로 돌아오면 된다. 결국, 명상은 과거에 묶여 있지 않고 현재로 돌아와 현존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기 삶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 들을 현재를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심리적인 병은 대부분이 과거의 상처나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생기게 된다. 내가 과거와 미래에 갇혀 있지 않고 현재에 깨어 있으면 심리 치료는 빠르게 진행된다. 뇌는 수많은 생각들이 끊임없이 계속 들어오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머릿속이 복잡하고 피곤하다.

우리나라에는 오만가지 생각을 한다는 말이 있다. 실재 서양 연구에서는 하루에 육만 가지 정도의 생각을 한다고 밝혀졌다. 그 생각 중 80%는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생각이 다 유익하지도 않다. 대부분 쓸데없는 생각들이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들을 잠재우고 시끄러운 뇌 속을 조용하게 만드는 것이 뇌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다.

꼭 생각이 필요할 때만 뇌를 작동시키고 그 나머지 시간에는 생각의 스위치를 끄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뇌 속에서 일어나는 생각들을 알아차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의식을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에 있을 수 있게 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결국, 나의 취미는 나의 오만가지 생각들을 잠재우고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생각날 때마다 알아차리고 나를 지금 여기로 데려오기, 그리고 나를 관찰자의 눈으로 바라보기이다. 이 취미가 반복될수록 나를 더 평화롭고 지혜롭게 해 줄 거라 믿는다. 그러고 보니 나의 취미는 식상 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것 같다. 여러분도 평화롭고 긍정적인 삶을 위해 이런 취미를 가져 보는 것은 어떨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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