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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JOURNAL 23년 6월호를 소개합니다.

길 위의 노래, 길에서 그 길을 묻다.

  • 입력 2023.06.01 13:07
  • 수정 2023.06.01 13:48
  • 기자명 양지원(문화예술학 박사/MD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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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가문의 질서는 가족의 보살핌 뿐만 아니라 함께 오는 어떠한 시련도 함께 막아내는 힘이다. 나아가 그것은 국가를 형성케 하는 힘이자 DNA 조합으로 이루어낸 현재이다. 그 정신문화의 골격은 사람이 되는 공부의 화업이다.

최정윤  순지에 분채 68 X 48.5 cm
최정윤 순지에 분채 68 X 48.5 cm

작가는 이 작업에서 우리 삶 속에 함께 해온 이론적, 역사적인 가치를 탐구한다.

철이 없는 사람을 ‘철부지’라고 부른다. 철부지는 원래 ‘철不知’라 고 쓰는데, 철을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철이란 무엇인 가? 사시사철이다. 4계, 즉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이 철부지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때’를 모른다는 말 이다. 이 순환의 역류현상을 문화로 포장한 가상현실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최정윤 작가는 오랜 교직의 현장에서 단신의 에너지로 이 역류 현상의 심각한 현상을 경계에서 우려로 지각한 대한민국의 한 일 원이 되는 예술가이다. 작가는 이를 화폭에 가져 놓았다.

이 오면 밭을 갈아 씨를 뿌리다.

여름에는 땀을 흘리며 김을 매다.

가을에는 열매를 수고의 시간과 땀으로 수확하다.

겨울에는 월동을 하기 위해서 창고에 저장해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 생애 주기와 세기의 문명의 시작도 이러하다. 멈춘 손과 발 두뇌에 오는 이상 신호 흐름을 경계하게 된다. 철을 모 르는 사람은 땅이 꽁꽁 얼어붙은 엄동설한에 씨를 뿌리려고 들판 에 나가는 사람이다. 눈밭에 씨를 뿌리면 싹이 나올 리 없다. 가을 이 되어서 수확해야 하는데, 철을 모르면 수확을 할 줄 몰라서 열 매가 땅에 떨어져 썩어 버린다.

사람의 생애 주기의 때, 그 찰나의 철을 정확하게 짚어내기란 파리의 오후 날씨 또는 소식들의 팩트체크 분석만큼이나 어려운 문제이다. 사람마다 각기 철이 다르기 때문이다.

풍요에 접한 시기로 청년기를 보내면 대개는 주색잡기(酒色雜技)로 흐르기 마련이고, 패가망신(敗家亡身)이라고 하는 엄동설한이 다음 순으로 기다리고 있다. 반대의 경우 겨울부터 시작하는 사람은 조실부모(早失父母)하고 최저임금부터 시작으로, 그 시간 이 지난 후 열매의 역경지수 새싹이 돋아나는 봄을 맞는다. 문제 는 자기 인생이 지금 어느 철(때)에 와 있는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오고 있는 그때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숙명의 시간,

성찰의 시각,

노동의 신성함이 주는 부가적 선물, 자연과의 대화에 주목해야 한다.

이 진단이 정확하면 처방은 나오게 되어 있다. 기다림의 시간, 순 환의 시간. 봄이 주는 온화함과 적절한 비에 씨를 뿌리고, 그해 여 름 김을 매는 노동에 기꺼이 땀을 흘려야 한다.

우리는 사회과학의 한면에서 이런 지도자를 기다린다. 철을 알면 기다릴 줄 안다. 겨울 다음에는 반드시 봄이 온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기다린다. 그러나, 철을 모르면 기다리지 못한다. 철을 알고 인지하는 대처 능력과 모르고 지나는 것과의 그 차이는 크다.

지금 대한민국 변환기에 교훈과 멘토의 갈망은 최정윤 작가의 작 품에서 읽혀지고 있다. 그 정통성이 사라짐에 대한 위기, 그 본질 의 것이 없다는 것은 소중한 궁핍이다.

가족과 국가는 내재적 융성과 발전을 이루어내야 하는 때이다. 이 아름다운 지금의 시간을 한국의 정신문화로 도출하는 작가의 인문학적 고뇌는 그를 다시 작업의 귀로로 길을 열어

그 길 위의 낯선 여행자가 되고 있다. 묵언으로 한 걸음씩 발을 내디딘다. 새벽의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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