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공감연습

  • 입력 2023.06.14 11:53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엠디저널]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일어난 것을 정확히 아는 것 입니다. 훌륭한 치료자가 되려면 공감 능력을 배양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마주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고 그에 맞춰서 무언가를 해야지, 그러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건 환자에게 별로 도움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을 잡는 것도, 공감이 되어 상대를 정확하게 파악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항상 다른 사람 마음속에 들어가서 민감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예민해서 피곤해지면 안 되겠지요.

영어권에서는 공감을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고 1마일을 걷기(walk a mile in another’s shoes)’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자기 발에 맞지도 않는 다른 사람 신발을 신고 걷는 걸 상상해보세요.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는 타심통을 얻기 전에는 다른 사람 마음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공감을 잘하려면 평소 사람 관찰을 많이 해야 합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를 보든 세밀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잘 사는 사람은 왜 잘 살고 못 나는 사람은 왜 행복한지, 내가 갖지 못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지 등등을 잘 관찰하다보면 공감하는 능력이 커집니다.

이게 처음엔 잘 안 되는데 오랜 세월 동안 하면 어느 정도는 상대의 마음에 가까워지게 됩니다. 누군가를 보면 내 생각을 스톱하고 상대방 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남이 진정으로 뭘 바라는지 알게 되어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걸 할 수 있게 되는 기반이 마련됩니다.

저는 공감 능력을 갖춰야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공감 연습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습니다. 한창 하던 때에는 지하철에 타면 맞은편 사람을 슬며시 관찰하며 그의 마음이 어떤지 보려고 많이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입고 있는 옷, 신고 있는 신발, 들고 있는 물건 등을 유심히 살피며 ‘저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저걸 선택했을까? 저 사람 현재 마음은 어떤가?’를 파악해보곤 했습니다. 1990년도에 병원 문을 연 뒤로 지금까지 저는 환자가 오면 저를 딱 스톱하고 환자 마음에 들어가려고 노력합니다. 저를 멈추고 환자하고 함께 움직이는 겁니다. 그러면서 환자에게 코멘트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상당한 효과가 있습니다. 왜 그 렇겠습니까? 환자들이 가끔 제게 하는 말속에 힌트가 있습니다. “이상하게도 밖에서는 남들 말을 잘 안 듣게 되는데, 여기서 선생님이 말하는 건 듣게 됩니다.” 제가 그 사람 마음에서 그 사람이 돼서 그 사람 속에서 내면의 소리를 들려주는 거니까 마음을 열고 듣는 것입니다.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는걸 아니게 듣게 되는 것이지요.

사실 내가 상대에게 공감이 되었는지 아닌지는 상대가 확인 해줍니다. 상대의 마음은 그 만이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아무런 반응없이 가만히 있으면 알 길이 막막합니다. 그 보다는 상대가 화를 내고 욕을 하는 게 낫습니다. 그 마음을 그대로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감하려는 노력을 하다보면 몇 가지 부수적 결과가 생겨납니다.

첫째는, 앞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남이 마음을 알기란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닫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 마음은 내가 들어가 기 어려운 거대한 세계입니다. 이걸 깨닫게 되면, 남의 마음을 섣불리 넘겨짚는 걸 그만두고 상대에게 진실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깨달음이 가장 큰 소득입니다.

둘째는, 고마워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알려주는 건 결국 말입니다. 상대가 말로 자신의 마음을 이 야기해주면, 공감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고마운일 이 또 없습니다. 그 말이 설사 나를 비난하는 말이더라도, ‘아, 저 사람 마음이 그렇구나.’ 하고 알게 되니 그것도 고마운 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셋째는, 내가 남에게 좋은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입니다. 남의 마음을 알려고 하면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상대방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치겠어요. ‘야, 저 사람은 내 말을 진짜 경청하고 있구나, 나를 정말 존중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