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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의 신경생물학

  • 입력 2023.07.10 13:45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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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공감에 관계하는 신경세포가 있습니다. 바로 거울신경(mirror neuron)입니다. 1990년대 후반 무렵 이탈리아의 ‘지아코모 리촐라티’와 동료들이 거울신경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원숭이의 뇌에 전극을 설치한 다음, 원숭이가 물체를 잡을 때 뇌의 어느 부위에서 반응이 일어나는지 관찰하는 연구를 했습 니다. 연구 결과 잡는 행동과 연결된 뇌의 특징 부위를 발견했는데, 직접 물체를 집을 때뿐 아니라 다른 원숭이가 물체를 잡는 것을 보았을 때도 그 부위에서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관찰 되었습니다. 거울신경이 발견된 것입니다. 이 발견 이후 후속 연구들이 진행되어 인간에게도 거울신경이 존재함이 밝혀졌습니다.

거울신경은 특정한 기능을 하는 뇌 세포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상대방의 어떤 행동을 볼 때 거울 신경에서 그 행동이 그대로 재연됩니다. 그 결과 상대방이 무얼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알게 됩니다. 거울신경에서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가상 현실 시뮬레이션이 일어나 그 행동을 직접 했을 때처럼 생생하게 경험하며 그 행동에 담긴 의도를 파악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타인의 행동을 모방할 수 있게 됩니다.

저명한 뇌 과학자인 ‘라마찬드’란 박사는 저서 에서 인간의 언어와 문화가 거울신경의 기능에서 왔을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타인의 입술과 혀의 운동을 흉내내면서 언어가 진화되었고, 이에 따라 문화적 축적이 가능 해졌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거울신경을 통한 경험이 상대방의 경험과 똑같지는 않습니다. 전두엽에 있는 억제화로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끓는 물이 손에 튀어 뜨거움을 느끼는 상대방을 보 고 있을 때, 우리는 상대방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를 알기 는 하지만 뜨거운 감각까지 똑같이 느끼지는 못합니다. 뜨거운 것을 경험하려면 손에서 뜨겁다는 신호가 뇌까지 전달되어야 하는데,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 사람의 손에서는 그 신호가 뇌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바꿔 말하면, 뜨거운게 실제 상황이 아니라는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것입니다. 거울신경은 활성화되었는데 감촉 신호는 없는 이런 상황은, 라마찬드란 박사의 표현을 따르면 뇌에서 이렇게 해석된다고 합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공감하라. 그러나 다른 사람의 감각들을 글자 그대로 느끼지는 마라.”

그러니까 우리는 거울신경의 기능을 통해 타인이 경험하는 것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뇌는 고정된 것이 아 니라 계속 변화하는 것입니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유아기나 소아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성인기에서도 경험이 기억, 감정, 자기 인식 등의 과정을 담당하는 신경회로를 변형시키고 있 음이 관찰되었습니다. 이 말은 우리가 남을 잘 이해하려고 자 세히 관찰하다보면 거울신경이 자꾸 활성화되어 남에게 더 잘 공감할 수 있는 뇌가 형성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남에게 무관심하게 살면 거울신경이 활성화되는 횟수가 줄어들어 그 만큼 공감 능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참고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자폐증이 있는 사람은 거울신경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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