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대한근감소증학회 원장원 회장을 만나다

'늙으면 당연한 일'이란 것은 없다.

  • 입력 2023.08.01 16:33
  • 기자명 최요심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엠디저널] 의료 분야에서 한국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나라다. 실제로 중동이나 중국의 대부호들이 대한민국에 ‘의료관광'을 즐겨 오고, 유럽과 미국의 유명 기업가들도 특정 질환에 대해서는 자국보다 더 뛰어난 한국으로 오곤 한다. 다만 한국은 아직까지 밖으로 드러난 질환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그 너머에 숨겨져 있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고려하는 ‘노인의학'은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에도 국민 건강을 위한 도전장을 내민 의사가 바로 대한근감소증학회 원장원 회장이다.

대한근감소증학회와 활동 소개를 부탁드린다

본인은 2022년부터 대한근감소증학회의 4대 회장으로 활동중으로, 본 학회가 정식 학회로 발족한 것은 올해로 8년째가 된다. 특히 최근에 크게 성장한 만큼, 점차 한국에서도 ‘노인의학’과 ‘근감소증'에 대한 전문가들의 관심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근감소증이 의료계에서 중요한 의학적 문제로 부상한 것은 지난 6년 동안 본 학회에서 각종 학술대회, 심포지엄 등을 통해 연구와 학술교류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라고 자부한다. 그동안 학회는 아시아 근감소증 진단지침 개발에 적극 참여해왔으며 세계근감 소증학회와도 꾸준히 교류해왔다.

실제로 외국에 이어 국내에서도 근감소증이 표준질병사인분류에 질병코드로 등재되고, 근감소증 진단방법인 전신 DXA 검사나 생체전기저항검사가 인정비급여 항목으로 지정됨으로써 종합병원 뿐 아니라 개원가에서도 근감소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작년 12월 ICFSR(International Conference on Frailty and Sarcopenia Research, 국제 노쇠 및 근감소증 학회)와 합동 세미나 를 진행하고 지난 6월에 아시아 근감소증지침 주저인 H. Arai 교수를 초대강사로 모시는 등 국제활동 역시 꾸준히 진행중이다.

 

당금 대한민국에서 ‘노인 건강’에는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제일 중요한 것은 질병만 생각하지 말고 기능을 생각해주는 것이 라고 생각한다. 근감소증 역시 매한가지로, 단순히 ‘나이들면 몸에 근육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근육이 감소하면 몸을 쓰는 기능 전반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늙으면 당연한 일’이란 없으며, 기능은 결국 삶의 질의 문제다. 의료인으로서 당장 눈에 보이는 질환을 개선시키면 끝이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환자의 삶은 병원의 병상을 벗어나서도 계속되기 마련이다.

특히 후기고령자, 즉 80세 이상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는데 이 분들은 대부분 '다 어디 한 군데씩 질병이 있는' 상태이며, 이 시기에는 질병 자체보다는 노화 및 질병으로 인한 기능 장애, 즉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남의 도움이 필요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노인의학'은 노인의 건강문제를 다룰 때 노인의 기능과 삶의질을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학문이다.

다시 말해, 질병관리는 기본이지만, 이 같은 기능 장애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못 하는 그런 노인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런 기능 문제는 우리의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으므로, 의료인과 일반 시민들 모두 ‘노인의학'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WHO: '건강 노화'는 질병없는 건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 '건강 노화'란 개념을 발표한 바 있는데, 보통 이것에 대해 ‘질병 없이 건강하게 나이드는 것'이라고 이해 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데, 바로 ‘질병이 있어도 자 기 기능을 할 수 있는가’를 보는 것이다. 바꿔 말해 다소 몸이 질병 으로 불편하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가가 '건강 노화'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다행히 그동안 질환의 치유에만 집중하던 우리나라도 점차 이쪽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으로, 정부에서도 노인의 기능과 노쇠 예방 을 신경쓰고 있는 부분이다. 당장 서울시도 재가 방문 서비스의 핵심을 단순한 만성병 관리가 아닌, 노인 기능/노쇠를 평가하고 관리 예방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모색 중이다.

 

의학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80세 이상 후기 고령자의 급속한 증가로 인해 의학의 패러다임이 질병중심에서 기능중심으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 본인 역시 의과대학때 배운 질병의 치료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현장에서 매 순간 배우고 있다. 아무리 치료를 잘 해 놓아도, 어르신들의 기능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한데, 그게 바로 앞서 언급한 ‘노인의학’ 전문의다.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노인의학 전문의가 없는 소수 국가에 속한다. 의사들이 주로 대하는 환자 중 대다수가 노인이기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굳이 노인의학 전문의를 명문화시키고 등록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상황이다. 그러나 노인에게 흔한 노쇠, 근감소증, 낙상, 다약제복용 등의 노인증후군을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느냐 못 해주느냐에 따라 환자가 요양원으로 가는가 집으로 가는가를 결정하는 경우를 흔히 목격하게 된다.

노인의학 전문의 제도가 당장 설립되기 어렵다면, 우선 의료인에 게 노인의학적 관리 방법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라도 확립해야 할 것이다.

노인-소아 사회적 유합'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제시하신 바 있다. 해당 용어를 소개한다면?

국제노년학•노인의학회의 아시아-오세아니아 학술대회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Gerontology and Geriatrics-Asia/ Oceania Regional Congress)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Heterochronic Parabiosis’는 서로 다른 발달 단계 개체들(예시 : 늙 은 쥐와 젊은 쥐)의 수술적 접합을 의미하는 용어로서 유합으로 연결된 미세혈관을 통해 젊은 개체로부터 항노화 물질이 늙은 개 체로 전달되어 신체 장기가 회춘한다는 개념이다.

물론 이는 실험쥐를 이용한 굉장히 극단적인 예시로,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운 방식이다. 하지만 이처럼 육체적인 접합 외에도, 정서적 또는 사회적 유합이 충분한 대안이 된다는 것에 착안했다. 노인과 어린이가 자주 만나 대화하고 가깝게 지내면 노인은 활력을 얻고 정신적•육체적으로 젊어질 수 있으며, 어린이는 사회 규범 학습, 학업 수행능력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으로, 이것이 바로 '노인-소아 사회적 유합(Social Heterochronic Parabiosis)'이다.

다만 집안에서 손주를 직접 키우는 유합 형태는 오히려 노인의 만성질환을 증가시키는 ‘마이너스’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손주가 아니더라도 혈연관계가 없는 어린이와 상호교류가 가장 좋을 수 있다. 나이의 경우 소아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이 노인과 서로간에 좋은 영향을 주고 받기 좋다.

재미있는 부분은, 손주가 조부모를 찾아갈 확률은 친가쪽보다 외 갓쪽이 더 높다는 것이다. 또한 조부모중에서도 할아버지 보다는 할머니를 찾아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 물론 이는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이지만, 한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니 아들만 있는 남자분이라면 손주가 자신을 찾아올 확률이 매우 낮아지므로,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노인 건강에 관해 한국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로 활동중이시다. 노인 건강 전문가로서 일반 독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사실 우리나라 노인분들은 의외로 질병관리를 아주 잘 하고 계시는데, 말 그대로 약도 잘 드시고 건강관리도 잘 하신다. 다만 여기에 약간의 조언을 몇가지 더하고 싶다.

첫째로, ‘자신의 질병 뿐 아니라 신체기능에 관심을 가져야한다'. 이는 특히 운동, 신체활동과 영양공급에 더더욱 해당되는 부분이다. 어르신들이 흔히 말하는 '고기 말고 야채 많이 먹어라'는 75세 넘어가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는데, 오히려 단백질 섭취량을 늘려서 근육량을 확보하는 것이 자신의 기능 유지에 중요하다.

둘째로, 사회활동은 정말로 중요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남성들이 나이가 들고 은퇴를 겪게 되면 갑작스레 사회활동이 줄고 고립되는데, 이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서 인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친구들과 연락하고 만나고 단체 활동도 참여하는 노력이 정말 필요하다. 의외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가족과의 만남보다 친구와의 만남이 노인들에게 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보통 노인들이 가족을 만난다 함은 자녀들을 지칭하는데, 자녀는 경우에 따라 내가 여전히 도와줘야 하는 부담이 가중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손주들의 경우, 그들의 문제는 보통 노인이 손쉽게 도와줄 수 있는 영역 안에 있는 경우가 많아, 노인의 건강과 기능에 부정적인 경우보다는 긍정적인 경우가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셋째로, 약제 사용에 대한 적절한 고민이다. 한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약을 많이 먹는 것만 좋다고 생각하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질병이 늘어나면서 약을 많이 먹는 '다약제복용'이 되면서, 많은 노인들이 관련된 부작용을 겪게 된다.

또한 의사들이 자기가 쓰는 약물이 아니면 부작용에 대해 큰 관심이 없어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적절하고 필요한 약을 복용하는 것은, 그로 인한 부작용보다 이득이 크기 때문에 환자 들이 부작용을 사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몸에 이상 증상이 생겼을 때 혹시 약물의 부작용에 의한 것이 아닌지 관심을 갖는 것이 좋다.

특히 일부 주요 증상은 다른 증상이나 질병과 부정적인 시너지를 일으켜 노인 증후군-섬망, 보행장애, 낙상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다약제복용 환자의 경우, 약물을 조정해 줄 수 있는 노인의학 전 문가들의 조언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것이 좀 더 당연한 시스템이 되도록 대한근감소증학회를 비롯해 의료인들 역시 더욱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원장원 회장은?

이력

대한근감소증학회 회장

대한노인병학회 이사장

유럽노인병학회지(EuGM) 편집위원

대한가정의학회 총무이사

보건복지부 장기요양심판위원회 위원

국가과학기술심의위 생명복지전문위원

<한국 노인 노쇠 코호트 구축 및 중재 연구> 총괄 책임

서울세계노년노인학대회 조직위 사무차장

 

저서

<Oxford textbook of geriatric medicine>

<노인주치의 매뉴얼 : 노인건강종합평가 방법과 적용>

한국 노인의 건강증진과 질병예방 등 다수 저서 집필

 

수상이력

대한노인병학회 의학학술상

대한노인병학회 추계학술대회 우수포스터상

대한가정의학회 추계학술대회. 우수논문상 등 다수

저작권자 © 엠디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