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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하나 되는 길

  • 입력 2023.08.16 17:25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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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이동식 선생님은 ‘부부는 일심동체’ 라는 말에 빗대어 ‘부부는 이심이체(二心 異體)’ 라고 말씀했습니다. 몸과 마음이 서로 다르다는 걸 인정하고 상대의 처지에 공감하는 것이 화합하는 길이라고본 것이죠.

그런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공감이 최선일까요? 공감을 넘어서 남과 마음이 하나가 될 수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마음이 둘이었을 때 오는 갈등과 힘든 것이 아예 사라지겠지요. 남과 몸이 하나 되기는 불가능하지만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 예가 불교 경전에 나옵니다.

 

고싱가살라 짧은 경

아누룻다 존자와 난디야 존자와 낌빌라 존자는 세존을 영접하고는 한 사람은 세존의 발우와 가사를 받아들고 한 사람은 자리를 준비하고 한 사람은 발 씻을 물을 가져왔다. 세존께서는 마련된 자리에 앉으시고 발을 씻으셨다. 세 존자들은 세존께 절을 올리고 한 곁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한 곁에 앉은 아누룻다 존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누룻다들이여, 그래들은 견딜 만한가? 잘 지내는가? 탁발 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가?”

“저희들은 견딜 만합니다. 세존이시여. 잘 지냅니다. 세존이시여. 탁발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아누룻다들이여, 그런데 그대들은 사이좋게 화합하고 정중하고 다투지 않고 물과 우유가 잘 섞이듯이 서로를 우정 어린 눈으로 보면서 머무는가?”

“참으로 그러합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사이좋게 화합하여 다투지 않고 물과 우유가 잘 섞이듯이 서로를 우정 어린 눈으로 보면서 머뭅니다.”

“아누룻다들이여, 그러면 그대들은 어떻게 사이좋게 화합하여 다투지 않고 물과 우유가 잘 섞이듯이 서로를 우정 어린 눈으로 보면서 머무는가?”

“세존이시여, 여기서 저희들에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이러한 동류 수행자들과 함께 머문다는 것은 참으로 나에게 이익이고, 참으로 나에게 축복이다.’ 라고. 그래서 제게는 이 스님들이 눈앞에 있건 없건 항상 그들에 대해 자애로운 몸의 업[身業]을 유지하고, 제게는 이 스님들이 눈앞에 있건 없건 항상 그들에 대해 자애로운 말의 업[口業]을 유지하고, 제게는 이 스님들이 눈앞에 있건 없건 항상 그들에 대해 자애로운 마음의 업[意業]을 유지합니다. 그러면 제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제 나는 나 자신의 마음은 제쳐두고 이 스님들의 마음에 따라야겠다.’ 라고. 세존이시여, 그러면 저는 제 자신의 마음은 제쳐두고 이 스님들의 마음에 따릅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저희는 몸은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난디야 존자도 역시····· 낌빌라 존자도 역시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여기서 저희들에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희는 몸은 다르지만 마음은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저희들은 사이좋게 화합하고 정중하고 다투지 않고 물과 우유가 잘 섞이듯이 서로를 우정 어린 눈으로 보면서 머뭅니다.”

부처님이 아누룻다, 난디야, 낌빌라 존자에게 묻습니다. 어떻게 사이좋게 화합하여 다투지 않고 물과 우유가 잘 섞이듯이 서로를 우정 어린 눈으로 보면서 머무느냐고, 세 존자는 말합니다. 이러한 동료들과 함께 머무는 것이 나에게 이익이고 축복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상대방에 대해 몸과 말과 마음을 자애롭게 유지하게 되고, 그리하면 자신의 마음은 제쳐두고 상대의 마음을 따르게 된다고 말입니다. 몸은 다르더라도 그렇게 마음은 하나가 된다고 말합니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자기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자애와 ‘마음의 하나가 됨’에 이르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수시로 타인과 크고 작은 갈등 관계에 처하게 되고, 해로운 마음을 내어 스스로 마음을 괴롭히는 단계로 넘어가고는 합니다. 그런데 그때 상대를 자애롭게 보고 대하는 마음이 먼저 있다면 어떠하겠습니까? 화를 내거나 하는 대신 문제를 풀어내 조화를 이뤄내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유익함을 볼 수 있는 지혜 못지 않게, 상대를 자애롭게 보고 대할 수 있는 마음을 기르는 것도 현실적으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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