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마을
이 상 현
낙동강 상류 강마을
삼강(三江) 주막 부엌 구석
주모 할매 화풀이 당해 볼 부은 꼬마 빗자루
빗살 다 닳아 술 찌꺼기 제대로 안 쓸린다고
빗자루 몽뎅이 쓸모없기는 내 인생과 같다고
김 나는 가마솥 뚜껑에다 패댕이치고
탁주 한 바가지 들이켤 때
괴탄 갈탄 신나게 타들어가는 낡고 녹슨 난롯가에
옹기종기 손불 쬐는 촌로(村老)들
어른신들의 목 뒷덜미
거북이 등처럼 갈라터진 세월에 누가 칼을 대련만
고향 이발관 최 서방은 신이 난다
“아이구 시원하겠다. 최 서방 칼질 이쁘게도 하네그려”
고추농사 소출 시원찮고 부풀린 자식 효도 자랑하면서
면도솔 쫄아붙어도 스걱 샤아악 잘도 소리 내는
검정색 바랜 면도칼 신명 가락에
참깨 들깨 털듯 시름겹고 시름 잊고 덕담 나눌 때
맑고 누우런 듬성듬성 빠진 이빨 사이로
정겹게 흐르는
강 마을
달빛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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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상류 삼강주막 할매 친구 꼬마 빗자루.손불 쬐는 어르신들 후덕한 덕담에 맑은 달빛 받아 유유히 흐르는 강마을 달빛 세월.
==시인 이상현===
2007년 등단, 2018 서대문 문학상 수상.함석헌 선생 씨알사랑 사사. 서울 묵동야학 설립 지도.한국시인협회, 서울시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현재 서울 서대문 문인협회 회장
시집 : 『미소 짓는 씨알』 『밤하늘에 꽃이 핀다』 『살굿빛 광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