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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대의 빛 나타나리라

  • 입력 2023.09.15 12:00
  • 기자명 진혜인(바이올리니스트/영국왕립음악대학교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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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변무더위가 한풀 꺾이는 처서(處暑)가 지나고 일교차가 커지며 이슬이 맺히는 계절이지만, 이어지는 태풍 소식과 계속되는 비 소식으로 인해 작년부터는 2차 장마라는 표현까지 사용되기도 했다. 첨단 기술로 발전된 예측 시스템에도 날씨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너무 많기에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인류의 영원한 고전이라고 하는 성경에서도 날씨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선지자가 등장한다. 바로 ‘엘리야(Elijah)’이다. 다양한 일화 중 갈멜산(Mountains Carmel)의 번개대결이 많이 알려져있는데, 이는 갈멜산에서 어느 신이 이스라엘의 참 신인지 가리는 대결이다. 이 번개대결에서 엘리야는 기도와 지혜로써 승리했다.

‘여호와의 불’로 기록된 불은 히브리어 ‘에쉬’인 ‘뇌우’를 의미하는데, 낮에 발생하는 뇌우를 ‘열뇌’라고 하는데, 열뇌는 지표면이가 열되어 더운 공기가 상승하는 오후 중반 이후에 주로 발생하고, 평지보다 산악지방에서 더 잘 발생한다고 한다. 대결 장소를 갈멜 산으로 정한 것, 엘리야가 기도를 오후 중반 이후에 한 것은 이런 기상학적 조건을 고려한 것이다.

그 결과 성경의 기록처럼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모든 것을 태우고 말려버렸고, 엘리야는 번개를 치고 비를 내리게 하는 신이 하나님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기도의 도움이 절대적이었지만 이처럼 날씨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던 것이다.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엘리야>

클래식 음악에서도 이 엘리야의 일화를 작품으로서 기록에 남긴 것이 있는데, 바로 멘델스존의 두 번째 오라토리오 <엘리야(Elijah, Op. 70)>이다. 오라토리오는 성경 내용을 바탕으로 한 종교적 극 음악으로, 헨델의 메시아, 하이든의 천지창조 그리고 멘델스존의 엘리야는 오라토리오의 3대 걸작이라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엘리야는 대합창에서 뺄 수 없는 중요한 레퍼토리 중 하나이며, 대편성이 필요하기에 자주 접할 수 없는 연주이기도 하다.

초연 당시 멘델스존 엘리야 총보
초연 당시 멘델스존 엘리야 총보

멘델스존의 엘리야는 구약성경의 열왕기상, 하에 나오는 선지자 엘리야의 야기를 소재로 한다. 엘리야는 기원전 9세기경 북이스 라엘에서 활동한 선지자로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에서는 엘리 야의 생애 동안 있었던 사건들을 다루었다. 3년 반 동안의 가뭄, 사르밧 과부의 아들을 살린 이약, 바알과 아 세라의 제사장 850명과 엘리야의 대결, 기도로 3년 반 만에 비를 내리게 한 사건, 아합왕의 아내 이세벨과 엘리 야의 대결, 엘리야가 불 전차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이야기 등이다.

멘델스존의 오라토리오 엘리야는 도입곡, 서곡 제외 전체 42악장으로 구성되어있으며, 1부 (Introduction, Overture, 1~20번), 2부(21번~42번)로 나뉜다. 전체 연주 구성은 4파트의 독창자(베이스/바리톤, 테너, 알토, 소프라노 파트 별 2인)와 4부로 구성된 대규모 합창단, 오케스 트라이며 해설자는 등장하지 않고 주인공들이 극을 이끌어나가는 구조이다. 그중에서도 1부 의 마지막 합창곡 ‘신에게 감사하라(Thanks be to God)’와 2부의 마지막 합창곡 ‘그 때 그대의 빛 나타나리라(And then shall your light break forth)’의 합창곡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엘리야의 등장인물은 예언자 엘리야(바리톤), 오바디아(테너), 아합왕(테너), 여왕 이제벨(알토), 천사( 소프라노, 알토), 과부(소프 라노), 소년(소프라노)이다. 1부는 바알을 물리쳐서 여호와의 노여 움을 풀고 그로써 오랜 가뭄으로부터 이스라엘 백성을 구하는 내 용, 2부는 박해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뜻대로 대사업을 완수하고 엘리야는 승천하는 내용이다.

 

19세기의 ‘메시아’라는 찬사

멘델스존은 1830년 말에 당시 극 대본 작업을 많이 한 그의 친 구인 칼 클링게만(karl Klingemann 1798–1861)이 쓴 독일어 가사 에 음악을 붙였으나, 각 장면들의 극적인 요소는 잘 나타냈지만 성경의 원본을 의역화하여 드라마틱한 장면을 만드는 모습은 보였으나 끝마치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1845년 버밍엄 음악축제에서 작곡을 의뢰받은 후 다시 신학자이자 목사인 율리우스 슈브링 (Julius Schubring, 1806–1889)의 도움을 받아 가사 작업을 하여 곡을 완성하게 되었다. 1845년과 1846년 작곡을 완성한 후 윌리엄 바르톨로뮤(William Bartholomew, 1793–1867)와 함께 대본을 영어로 번역하였고, 영어 가사에는 성경에서 사용된 고어가 많이 사 용되었다.

1845년 버밍엄 타운 홀에서 열린 버밍엄 음악축제
1845년 버밍엄 타운 홀에서 열린 버밍엄 음악축제

<엘리야>의 초연은 영어버전으로 진행되었으며, 1846년 8월 26일 버밍엄 타운 홀(Birmingham Town Hall)에서 멘델스존의 지휘로 진행되었다. 당시 더 타임즈(The Times)의 평론가는 “이보다 더 완벽한 승리는 없었다. 위대한 예술작품도 이보다 나을 수 없다(Never was there a more complete triumph – never a more thorough and speedy recognition of a great work of art)”고 남겼다.

초연 당시 다음 여덟 곡의 앵콜 요청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4번 아리아 “If with all your hearts”, 11번 합창곡 “Baal, we cry to thee”, 15번 4중창 “Cast thy burden”, 20번 합창곡 “Thanks be to God”, 29번 합창곡 “He, watching over Israel”, 31번 아 리아 “O rest in the Lord”, 37번 아리오소 “For the mountains shall depart”, 41b번 4중창 “O come everyone that thirsteth”이다.

멘델스존은 오라토리오 <엘리야> 작곡 시 바흐와 헨델의 오라토리오를 모델로 함과 동시에 서정적인 선율과 독창적이고 대담한 화성진행, 그리고 극적 강렬함 등 낭만주의적 요소를 담았다. 첫번째 오라토리오인 성 바울(St. Paul)에서 와 마찬가지로 코랄 선율을 사용하였지만, 당시와 다른 점은 이전에는 루터교 코랄, 바흐의 코랄 선율을 그대로 가져온 반면, <엘리야>에서는 자신이 직접 작곡한 코랄 선율을 사용한 점에서 다르다. 멘델스존은 어렸을 때부터 프리드 리히 젤터(Fridrich Zelther)의 성악학교를 다니 며 바하, 헨델, 모차르트 등 독일계 작곡가들뿐만 아니라 팔레스트리나나 로티첼리, 마르첼로와 같은 이탈리아 거장들의 곡을 알게되며 종교 음악에 익숙했다고 한다.

신의 전능함을 보이는 도구가 된 선지자 엘리야는 역사하는 과정에서 열정으로 임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힘든 시기에 원망 어린 기도를 하기도 했다. 멘델스존은 엘리야의 이러한 복잡한 심경과, 엘리야와 사제들의 대결을 그의 음악을 통하여 세밀하고 극적으로 표현하였다.

멜델스존 오라토리오 연주 포스터

오는 9월 8일 강남구는 이웃과 함께하는 음악회 – 멘델스존의 걸작를 19시 충현교회 본당에서 선보인다. 지휘자 박영민의 지휘로 강남심 포니오케스트라와 충현교회(담임목사:한규삼) 연합찬양대가 함께하는 첫 민관 합동 공연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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