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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로 나를 바라보기

  • 입력 2023.09.22 14:54
  • 수정 2023.09.22 15:00
  • 기자명 최남숙(한국정신과학 연구소 교수, 뇌과학심리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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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아마 여러분의 머릿속에도 바로 생각나는 문장이 있을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 그는 이 말을 할 때 어떤 심정으로 이런 말을 했을까?

그는 기원전 470년 사람이다. 현재 2023년을 보면 그때보다 과학적으로 정말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지구 밖에는 인공위성들이 떠 있고 인공지능이 삶의 곳곳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또 하나의 가상 현실을 만들어 그곳에서 쇼핑도 하고 집도 짓고 부동산도 사고, 판다.

그러나, 놀라운 일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가 자신을 잘 모르기는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아직도 남을 판단하고 비판하는 것에는 다들 선수들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혹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이나 뇌과학 등을 공부하기도 한다.

우리는 자신이 꽤 지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무척 감정적이다. 겉으로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중요한 결정을 할 때도 감정이 많이 개입된다. 뇌는 일단 결정을 내리면 그 결정을 합리화 시키기 위해 논리를 끌어온다. 감정이 결정을 내려놓고 논리는 그다음에 포장하는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이것은 여러 뇌 과학 실험에서 검증된 사실이다. 여러 가지 실험이 있지만, 방송국에서 한 실험을 예를 들면 똑같은 커피를 놓고 A는 싼 커피라고 하고 B는 아주 비싼 고급 커피라고 붙여 놓고 시음을 하도록 했다. 결과는 거의 모든 사람이 비싼 커피가 더 맛있다며 여러 가지 이유를 설명한다. 왠지 더 부드럽다거나 더 향이 좋다거나 이런 식이다. 두 개가 같은 커피였는데 말이다.

확증편향이라는 말이 있다. 이미 이럴 거라고 단정 지어 놓고 아무리 다른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편견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뇌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과거에 나의 뇌에 저장된 사건을 바탕으로 세상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각자 지금까지 살아오며 뇌에 저장된 기억을 바탕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해석한다. 거기에 감정이 들어가면 우리는 세상을 절대 이성적으로 살아갈 수 없다. 감정의 뇌인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이성의 뇌인 전두엽은 작동을 멈추게 되어있다. 뇌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명 유지이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흥분하면 위급 상황으로 보고 논리적인 생각을 할 시간이 없다고 판단한다. 바로 도망치거나 싸워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인간답게 살아가려면 전두엽을 많이 써야 한다. 감정의 뇌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감정이 올라오는 나를 바라보면 된다. 3자의 입장에서 내가 화가 나는구나!’가 아니고 ㅇㅇ이가 화가 나는구나!’로 자기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을 제3자를 보는 것처럼 관찰자로 바라봐야 한다.

그러면 우리의 뇌는 편도체의 활성이 점차 사라지고 전두엽이 활성화되기 시작한다. 감정의 사고에서 이성의 사고로 전환되는 것이다. 뇌를 감정적으로 사고하게 그냥 내버려 두면 우리의 전두엽은 점점 퇴화하고 감정의 뇌 회로만 더 강화된다. 지혜로운 인간으로의 뇌가 아닌 동물적인 뇌만 강화되는 것이다.

우리가 뇌를 건강하게 만들려고 노력을 하지 않으면, 나이가 들어 점점 고집이 세지고 남의 말을 안 듣고 걱정만 늘어 꼰대소리를 듣게 될 수도 있다. 나이 든 사람만 이런 건 아니다. 젊어도 자기 고집만 부리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모른다. 자기감정조차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때도 있다. 이것은 자기 자신을 관찰자로 바라보기 훈련이 안 되어있어서 그렇다. 우리는 매 순간 자기 자신의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알아차림훈련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머무르는 현존훈련이기도 한 것이다.

당신은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나? 지금 당신은 자신을 알아차림하고 있나? 객관적으로 자신을 관찰하고 있나? 당신의 몸은 어떤가? 마음은 또 어떤가?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생각은 당신이 아니다. 생각하는 당신을 바라보는 그가 바로 당신이다.

진짜 당신을 부르는 훈련을 자주 하라. 그러면 당신은 나이가 들수록 더 지혜로워지고 더 명료하게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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