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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적 자유와 행복 VS 무조건적 자유와 행복

  • 입력 2023.10.18 12:37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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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불교 경전을 매일 읽다보면 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을 추구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무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을 추구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무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을 얻으면 어떤 조건에서도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불교가 바로 그 길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돈이 있으면 행복하고 건강하면 행복하고 하는 식입니다. 그런 자유와 행복은 조건이 사라지면 함께 없어집니다. 돈이 없어지고 건강이 나빠지면 불행해지는 것입니다. 사실, 이 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은 조건만 갖춰지면 그냥 옵니다. 조건을 갖추는 데 노력이 들긴 하겠지만, 어찌 보면 좀 소극적인 것이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무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하고 지혜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가족들이나 친구들 모임에서 했지만 다들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말 이 안 되는 소리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었습니다.

무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정신 치료사들이 알고 넘어가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치료자가 무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을 터득하여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면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눈이 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늘 고정관념 속에 있어서 돈이 없거나 하면 힘들어하는데, 돈 이 없더라도 힘이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가능성을 치료자가 열어줄 수 있기에 알려주는 것입니다.

저는 무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경전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경전을 보면 부처님이 어떤 조건에서 힘들었다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건 아라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라한이 되면 몸의 고통은 있어도 정신의 고통은 없다고 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고통 없이 살았기 때문에 무조 건적인 자유와 행복을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앙굿따라 니까야》을 보면 부처님이 잠 잘 자는 법에 대해서 말씀합니다. 거기에 무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에 대한 힌트가 들어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늘 잠을 잘 잘 수 있는지 살펴봅니다.

알라와까 경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세존께서는 알라위의 고막가에 있는 심사빠 숲속에 [떨어진] 나뭇잎 더미 위에서 머무셨다. 그때 알라위의 핫타까 왕자가 이리저리 경행하다가 세존께서 고막가에 있는 심사빠 숲의 [떨어진] 나뭇잎 더미 위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고 세존께 다가갔다. 가서는 세존께 절을 올리 고 한 곁에 앉았다. 한 곁에 앉은 핫타까는 세존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왕자여, 잘 잤노라. 나는 세상에서 잠을 잘 자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니라.”

“세존이시여, 겨울밤은 춥고 더군다나 지금이 달 사이에 끼어 있는 8월인 눈 내리는 계절이고 땅은 소 발자국 때문에 울퉁불퉁하고 나뭇잎 더미는 얕고 나뭇잎들은 드문드문하고 당신의 가사는 춥고 웨람바 바람이 차게 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존께서는 ‘왕자여, 잘 잤노라. 나는 세상에서 잠을 잘 자 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니라.’ 라고 말씀하십니다.”

“왕자여, 그렇다면 이제 그대에게 다시 물어보리니 그대가 옳 다고 생각하는 대로 설명하라. 왕자여, 이것을 어떻게 생각하 는가? 여기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누각을 가진 저택을 갖고 있다. 그것은 안팎이 회반죽으로 잘 칠해졌고 바람막이가 잘 되었으며 빗장이 채워졌고 여닫이 창문이 부착되었고, 그곳 에 있는 긴 의자에는 긴 양털의 덮개가 펴져 있고 꽃무늬가 새겨져 있는 흰색의 모직 천이 펴져 있고 깔개는 사슴의 가죽으로 만들어졌고 침상에는 천개(天蓋)가 있고 양쪽에 받침이 있으며, 그 집은 기름등불이 잘 켜져 있고 네 명의 부인 마음이 흡족하도록 시중을 들고 있다. 왕자여, 이를 어떻게 생각하 는가? 그는 잠을 잘 자겠는가? 혹은 그렇지 않겠는가?”

“세존이시여, 그는 잠을 잘 잘 것입니다. 그는 세상에서 잠을 잘 자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일 것입니다.”

“왕자여, 그러면 이것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장자나 장자의 아들에게 탐육으로 인한 육체적인 열기와 정신적인 열기가 생겨 그러한 탐욕으로 생긴 열기로 불탈 때 그는 잠을 잘 못 잘것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왕자여, 그러하다.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탐욕의 열기로 불탈 때 잠을 잘 못 잘 것이다. 그러나 여래는 그러한 탐욕을 버렸 고 그 뿌리를 잘랐고 줄기만 남은 야자수처럼 만들었고 멸절 시켰고 미래에 다시 일어나지 않게끔 하였다. 그러므로 나는 잠을 잘 자노라. 왕자여, 이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장자나 장 자의 아들에게 성냄에서 생긴 육체적인 열기와 정신적인 열 기가 생겨 그 성냄에서 생긴 열기로 불탈 때∙∙∙∙ 어리석음에 서 생긴 육체적인 열기와 정신적인 열기가 생겨 그 어리석음 에서 생긴 열기로 불탈 때 그는 잠을 잘 못 잘 것이다. 그렇지 않겠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왕자여, 그러하다. 장자나 장자의 아들이 성냄의 열기로 불탈 때∙∙∙∙ 어리석음의 열기로 불탈 때 잠을 잘 못 잘 것이다. 그 러나 여래는 그러한 성냄을∙∙∙∙ 어리석음을 버렸고 그 뿌리 를 잘랐고 줄기만 남은 야자수처럼 만들었고 멸절시켰고 미 래에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끔 하였다. 그러므로 나는 잠을 잘 자노라.”

불교 교단이 정착되기 전의 일로 보입니다. 부처님이 길거리에서 쉬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요새로 치면 노숙자에 가까웠을 것입니다. 그때 그 지역의 왕자가 와서 부처님께 안녕히 주무셨느냐고 문안 인사를 드립니다. 그랬더니 부처님이 당신은 세상에서 잠을 잘 자는 사람들 가운데 하나라고 답을 합니다.

왕자는 부처님의 이 말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잠을 잘 자려면 좋은 침구도 필요하고 온도도 적당해야 하며 시끄럽지도 않아야 하는데, 길거리에서 주무시는 부처님이 본인은 잠을 잘 자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니까 말이지요.

그래서 되묻는 왕자에게 부처님은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외부 조건보다는 내면 조건이 더 중요함을 깨우쳐줍니다. 아무리 잠자리를 편안하게 마련해 놓았더라도 몸과 마음에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끊어내 불이 꺼지면 외부 조건과 상관 없이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구절을 읽고서, 정신을 강화하면 어떤 것도 우리를 괴롭힐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저는 무 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얻을 수 있는 거라면 우리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게 꼭 부처님이나 출가자만 되는 게 아닙니다. 바르게 노력만 하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무조건적인 자유와 행복을 얻을 수 있을까요?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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