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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주인으로 사는 법

  • 입력 2023.11.01 14:36
  • 기자명 최남숙(한국정신과학 연구소 교수, 뇌과학심리 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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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서 비치는 가을 햇볕이 따뜻한 평화로운 오후다.

조용한 내 집에는 나의 컴퓨터 자판 소리만 들린다. 나는 햇살을 참 좋아한다. 햇빛은 우리 지구의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다. 햇빛이 없으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살아갈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 햇살이 그늘진 내 방에 따뜻하고 밝은 빛을 비춰주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우리에게는 사실 감사할 일이 주위에 널려 있다. 무료로 숨을 쉴 수 있는 공기, 따뜻한 햇볕, 시원한 바람, 바람을 막아주는 집,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약간의 돈, 아이들의 웃음소리, 길가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꽃들, 더위를 막아줄 나무 그늘, 산책할 때 기분을 좋게 해주는 귀여운 새들의 지저귐, 사랑하는 사람들, 낯선 사람들의 미소.

우리의 뇌는 불행하게도 행복을 위해 진화하지 않았다.

오직, 생존을 위해 진화했다.

그래서 뇌의 입장에서는 우리에게 쏟아진 축복들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우리에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불행에 더 관심이 많다. 그래서 긍정적인 일보다는 부정적인 일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허무하게도 뇌는 그냥 기계처럼 단순하게 부정적인 일에 반응한다.

예를 들어 보겠다. 내가 당신을 만났다고 하자. 그리고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참 인상이 좋으시네요. 눈빛이 맑고 머리 스타일이랑 옷이 정말 잘 어울려요. 그런데, 당신의 구두는 당신에게 좀 안 어울리는 것 같군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당신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당신이 오늘 나와의 만남을 생각한다. 당신 뇌에서는 어떤 것이 가장 생각날까? 인상? 머리 스타일? 구두? 맞다! 아마도 구두가 생각날 것이다. “내 구두가 나에게 그렇게 안 어울린다고? 그게 진짜야? 그렇다면 내일은 그 구두를 신지 말아야 하나? 에이, 뭐 그런 말에 신경을 써? 그냥 무시하면 되지.” 그러나 구두 이야기는 계속 당신을 찜찜하게 한다. 그리고 어쩌면 당신은 구두를 새로 살지도 모르겠다.

나는 당신에게 분명히 인상이 좋다, 눈빛이 맑다, 머리 스타일이랑 옷이 잘 어울린다, 이렇게 세 가지나 칭찬을 했다. 그리고 당신의 구두가 안 어울리는 것 같다고 한 가지 단점을 이야기했다. 당신은 아니 당신의 뇌는 세 가지 칭찬은 안중에도 없고 한 가지 부정적인 이야기에만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것이 당신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다시 돌아가 우리의 뇌는 생명 유지를 위해 진화했다. 그래서, 생명 유지와 관련이 있는 부정적인 사건에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긍정적인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다.

아이들에게 질문을 해 보라. 어릴 적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어떤 일이냐고 말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보내주는 수많은 사랑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한 가지 억울하게 부모에게 야단맞은 일은 아마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태어나면서 불안을 뇌에 장착하고 나온다. 불안이 꼭 나쁜 그것만은 아니다. 생명 유지를 위해서나 정말 부정적인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불안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과도한 불안은 평화롭고 행복한 삶을 방해하는 방해꾼이다. 우리가 하는 걱정 대부분이 일어나지도 않는 일이라는 사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뇌는 그냥 놔두면 생존을 위해 당연히 부정적인 생각들을 끌어들인다.

그런 뇌에 정복당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매일 이렇게 한다. 행복한 삶을 위해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도 감사한 하루가 될 거야라고 생각하거나 말해 본다. 그리고 하루 중 아름답고 행복한 일들이 있으면 그 일에 감사하고 잠시 머물러본다.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명상하고 오늘 잊고 있었던 수많은 감사할 일들을 찾아보고 그 기억을 안고 잔을 잔다. 우리 뇌의 주인은 나 자신이다. 그런데 당신은 주인 노릇을 잘하고 있는가? 아니면 부정적인 뇌에 휘둘리며 살고 있는가? 혹시 감정에 휘둘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그런 자신을 알아차림 하길 바란다. 그러면 감정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다. 힘들어하는 자신을 알아차리고 제3자를 바라보듯 위로해 보라. 사실 우리가 힘들어하는 그것들은 타인이라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것이 내 일이라 더 감정에 매몰되고 힘든 경우가 많다. 힘든 일일수록 남의 일처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성적으로 해결책을 찾는다면 그 외로 그 일이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마음은 내가 아니다. 우리는 마음, 그것을 바라보고 통제할 수 있는 뇌의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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