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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최고다

  • 입력 2023.11.03 14:39
  • 기자명 강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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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단일 행위로 치자면 우리가 하루 중 제일 많이 하는 행위, 인생의 3분의 1을 오롯이 이것만 하게 되는 행위, 그러나 아직까지도 그 명확한 이유와 기전이 미처 다 규명되지 않은 행위, 바로 수면을 뜻한다.

옆에서 폭탄이 터져도 잠은 자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충분히 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며칠간은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며 버틸 수 있지만, 그런 상태에서 몇 주, 몇 달 이상 장기간 제대로 버티기는 힘들다. 앞서 언급한 뇌 청소를 비롯한 여러 중요한 작용이 되지 않다보니, 신체에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아지고 피로 물질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다소의 극단적인 예시를 보면 그 강력함을 이해하기 쉽다. 제1차 세계 대전 때의 사례를 들어 보자. 양측이 몇년째 대치중인 참호 안에 서는 병사들이 너무 오랫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나중에는 바로 옆에 총알이 날아들고 폭탄이 터지는 와중에도 잠들게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즉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잠을 이길 수 없다는 의미다. 천하장사도 눈꺼풀은 들지 못한다는 속담이 괜시리 나온 것이 아니다.

 

잠이 왜 중요한가?

우리 삶에서 잠을 자는 시간은 3분의 1 정도로, 단순히 생각하면 꽤나 길다. 현대 한국인들의 평균수명이 80세를 넘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 는 무려 27년에 달하는 시간을 순수하게 잠만 자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 27년을 아까워 할 필요는 전혀 없다. 남은 53년을 활기차게 살아가려면 필수적인 투자이기 때문이다. 수면이란 뇌 내 이물질 청소, 감정 및 기억의 저장과 폐기 등 내일의 하루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반대로 말해, 잠이 부족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수면을 통한 뇌청소가 어려워져 노폐물이 쌓이고, 이는 체내 면역기관의 급격한 기능 저하로 이어져 바이러스나 세균 등 감염위험에 취약해지게 된다. 또한 적절한 망각과 기억의 소각 또는 장기기억 처리 등의 부분 역시 일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면은 이처럼 중요한 작용이며, 장기간 수면이 부족할 경우 우리 뇌는 호흡, 혈액순환 등 당장의 생존에 필요한 활동이 아니면 모두 중지시킨다. 잠이 부족한 경우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고, 신체 기능이 떨어지며, 나도 모르게 꾸벅꾸벅 졸게 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작용이다.

하지만 현대인들, 특히 한국인들은 안타깝게도 과도한 일정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 일부 시민들은 어쩔 수 없이 반쯤 졸면서도 버티게 되는 스케줄을 장기간 소화하곤 한다. 이처럼 뇌가 1차적인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 뇌는 최소한의 청각과 촉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차단시키고, 스스로를 강제로 재우게 된다. 중추신경에서 강제 수면 신호와 그 외 신경 감각을 차단해 기절하듯이 수면 상태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잠, 그리고 질병

수면의 질에 따른 건강 문제는 단기간 뿐만 아니라 10년, 20년, 30년에 걸쳐서도 이루어진다.

장기간의 연구에 따르면, 잠을 자지 않으면 대장암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실제로 한국인 사망 원인 2위인 대장암은 수면시간 이 원인이란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또한 한국인 사망 원인 1위인 위 암은 스트레스가 주 원인인데, 수면이 보장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는 자동으로 높아져, 결국 사망 원인 1, 2위가 모두 수면 부족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아울러 미국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은 경우 치매 발병 위험이 30% 증가한다고 한다.

수면이 부족한 경우 다이어트에도 좋지 않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립대 연구팀에 따르면 잠이 부족하면 식욕 호르몬이 증가하고 식욕 억제 호르몬은 감소하게 된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하루 6시간보다 적게 자는 경우, 식욕 호르몬인 그렐린이 늘고 인슐린 민감성이 줄어들며,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이 감소한다고 밝혀졌다.

 

적절한 수면이란?

그렇다면 이제는 적절한 수면의 양과 방식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해볼 단계이다. 사실 사람들의 신체, 생활 조건이 천차만별이다보니, 획일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계절의 일조량과 온도, 그리고 운동, 노동 여부와 그 강도에 따라 필요한 수면의 양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2년에도 유전학적으로 사람마다 필요한 수면의 양이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프타체크 교수는 사람마다 키가 다르듯 필요한 수면의 양이 다르다는 게 확인 됐다고 발표했다. 우리가 상식으로 알고 있는 ‘하루 8시간'이라는 숫자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하루 4시간만 자도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 '수면 엘리트' 유전자가 존재한다고 밝히며, 결국 개인차를 무시할 수 없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미국 피츠버그대학 연구팀은 7~8시간 적정 수면시간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언제 자고 일어나느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잠자는 시간이 계속 바뀌면 우리 몸과 뇌의 정상적 작용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면이 불규칙한 사람들은 낮에 유별나게 졸려 하는 등 ‘사회적 시차증’을 겪는데, 이는 당뇨병, 심장질환, 우울증 등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쉽게 기분이 우울해지고 졸리고 더 피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는 사람마다 적정한 운동의 양이 다르듯 수면의 양도 다르니 스스로에게 이상적인 수면시간을 찾고 수면부족이 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건강한 수면을 되찾자

잠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는 쉽지만, 이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 막막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어그러진 수면패턴이라도, 대부분의 경우 이를 교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바로 ‘일찍 일어나는 것'이 그 방법이다.

예시를 들어보자, 매일 TV나 휴대폰을 보다 새벽 2시~3시에 잠드는 사람이 있다. 이 경우는 둘중 하나인데, 늦잠을 자도 되는 사람이거나 낮이나 주말에 잠을 보충하는 사람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상을 버티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침 6시 반에 강제로 기상하고, 11시 전에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절대로 낮잠을 자지 않는다면, 1주일 이내로 자연스럽게 정상적인 수면 패턴을 회복할 수 있다.

또한 이 외에도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30분씩 앞으로 조정하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핸드폰 전원을 종료하는 등의 수면 루틴을 정해둘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밤에 잠을 자는 경우 외에는 절대 눕지 않는 등의 육체적 습관을 만드는 것 역시 좋은 옵션이다.

 

가장 건강한 수면 타이밍?

많은 연구에서는 밤 10시~11시 사이가 잠을 자기 가장 이상적인 시간이라고 발표해왔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연구 기법도 발달하고, 분석 기계 역시 진보하며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개개인의 차이에 따라 수면시간도 저마다 다르고 적절한 타이밍이 있는 것이다.

본인의 ‘느낌'만큼 정확하고 효율적인 분석도 드물다. 따라서 자고 일어나서 컨디션이 가장 좋을 타이밍이야말로 본인을 위한 이상적인 수면시간, 취침시간이라고 한다.

 

아침형 인간, 사실 별것 없다

많은 미디어에서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을 찬양하곤 한다. 하지만 상대적 다수의 사람에게 아침형 생활습관이 도움이 될 뿐이지, 모든 사람에게 그런 패턴이 적절한 것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침형 인간을 '전진성 수면위상 증후군'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통계에서도 11시 이후에 자도 건강하게 잘 사는 사람이 많으니, 매일의 일정에 바쁜 직장인들이라면 괜시리 저 숫자에 집착하며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본인의 여건에 가장 잘 맞는 상황에, 최대한 푹 자고 기분좋게 사는 것이 가장 중 요하다.

 

확인해보자, 수면의 질

자신이 제대로 잠을 자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들은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보면 된다. 현재 국내 병원에서는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해 수면의 질을 측정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비인후과, 신경과, 내과 등에서 받아 볼 수 있으며, 최근에는 건강보험과 실비보험에서도 보장을 해주고 있다. 얼마 전까진 의료보험 적용이 아예 안 되고 수면다원검사 비용이 80~200만원 정도로 상당히 고가였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상당히 매력적인 검사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수면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았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다양하지만, 결국 수면 역시도 자신의 행복과 건강을 위한 도구로 적절하게 사용하자는 것이다. 당신의 앞날에 편안한 수면과 휴식이 담보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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