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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지식에 기반한 건강, 초고령 시대를 맞는 한국의 준비

한국헬시에이징학회 김철중 회장을 만나다

  • 입력 2023.11.03 15:15
  • 수정 2023.11.03 15:16
  • 기자명 강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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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초고령 사회, 우리나라는 준비가 되었는가?” 한국이 직면해야 하는 질문이다. 아프면 당장 약 사먹고 병원 갈 돈이 있냐 없냐의 수준이 아니라, 최소한의 존엄성이 확보되는 인간다운 삶이 1000만명에 달하는 노인들에게 제공될 것인가의 문제다. 개인의 나이듦은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개개인이 늙어 사회가 늙고, 개개인의 문제는 모여서 사회의 문제가 되기에, 개인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단 것은 그저 공염불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남의 이야기, 이제 조만간 우리의 이야기가 될 초고령화 사회의 현실, 이에 대해 한국헬시에이징학회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김철중 회장을 만나보았다.

의사이자 기자로 활동했다. 두 활동을 비교한다면?

의사는 개개인을 대하고 병을 고치는 직업이다. 당장 내 눈앞에 보이는 사람의 고통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일이기도 하다.

<더 타임즈>의 전설적인 기자 위컴 스티드는 “저널리즘이란 단순히 뉴스를 수집하고 발행하는 것보다 더 큰 무엇이다. 이는 내 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로 사회가 나아가도록 도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사람을 고치는 의사와 사회를 고치는 기자는 어느 관점에서는 통하는 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고령화에 대해 장기간 경고해왔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17.5%로, 이미 고령사회로 들어왔다. 4년 후인 2026년이면 그 비율이 20%가 넘어, 초고령화 사회의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고령자가 자립해서 살 수 있느냐 없느냐는 국가 흥망 사활이 걸린 문제다. 특히 한국처럼 절망적인 출산률과 치명적인 고령화율을 보이는 나라에게는 더더욱 시급한 과제다.

결국 문제는 이것이다, 한국의 초고령화를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아직 이 문제에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못 하고 있다.

이전에 본인이 조선일보에 기고한 내용이 있는데, 고령자가 누워 지내면 의료비, 간병비 등을 고려하면 인당 한달 평균 500만원을 쓴다. 참고로 일본의 75세 이상 초고령 인구는 우리나라 인구의 3 분의 1 수준인 1641만명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노쇠해 누워 지내게 되면 아무리 부유한 일본이라도 그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같은 운명이 한국에 닥치게 된다면 어쩔 것인가? 이미 그것은 예정된 미래인데 말이다.

이에 대한 고민은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들이닥칠 현실에 대한 시급한 대처이다. 지금도 이미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이제부터 라도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고령화 된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바로 앞에서 언급한 ‘초고령화 사회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느냐의 여부에 한국의 운명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대한 방법으로 초고령화 사회문제에 대처할 사령탑이 시급하다. 우리는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임에도 국공립 노화장수연구소가 없다. 일본이 고령화 비율 7% 때 종합노화 연구소를 만든 것과 비교된다.

2000년대 초반 국립 장수연구소 설립 논의가 있었으나, 과기부, 복지부 등 정부 어느 부처에 두느냐로 논쟁을 벌이다 흐지부지됐다. 수 년 전에도 다시 국립 장수연구원 설립 논의가 있었으나, 이 번에는 어느 지역에 두느냐는 지역 이기주의 문제로 결국 취소되어 버렸다. 최근에는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원에 노화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공적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간 분야에서도 초고령사회를 종합적으로 대비하는 연구소나 기관이 없다. 도쿄대는 2009년 의학, 공학, 식품학, 법학, 사회학 등 여러 학과를 아우르는 고령 사회종합연구기구를 출범했다. 여기에 기업들이 참여해 고령자 특화 영양 식품, 노인홈 주택 , 이동 수단, 노인 소통 기구, 간병 로봇 등 다양한 고령 친화 산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100세인 연구를 이끈 장수 의학자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 교수는 “선진국이 보행장애가 있는 고령자를 위한 무인 승용차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처럼 노화와 장수는 복지 차원을 넘어 미래 성장 산업과 사회 작동 시스템 혁신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1970년대 설립돼 경제발전 방향을 이끈 한국개발원 수준의 초고령사회 대비 종합 노화장수연구소가 시급하다”고 말한 바 있다.

건강강좌를 진행중인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조선일보 제공
건강강좌를 진행중인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조선일보 제공

취임 후 어떤 변화를 이끌 예정인지?

한국헬시에이징학회는 그저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여명에 ‘가치'와 ‘품위'를 부여하고자 하는 단체다. 2대 회장으로서 취임하게 된 것은 이 의지를 계승 및 발전시키기 위한 책무를 짊어 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미래를 준비하고 길을 선택할 때 가장 간편하고 확실한 방법은 남의 예시를 배우는 것이다. 특히 우리의 경우와 흡사할수록 이는 더욱 효과적인데,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는 운이 좋은 편이다. 우리와 인종도, 문화도, 생활 방식도 몹시 흡사한 일본이라는 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한국헬시에이징학회와의 교류를 확대하고 이들이 세월 속에서 얻어낸 교훈을 한국에 도입하고자 한다. 이로써 우리는 다른 나라가 긴 세월과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 얻은 값진 지식과 방법들을 효율적으로 취사선택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선 질문에서 한국이 직면한 첫번째 문제로 ‘문제를 해결할 사령탑의 부재'를 꼽았다. 두번째 문제는 바로 의료 불균형이다. 현재 국내 의료 불균형은 첫째로 지역별 불균형, 둘째로 분야별 불균형이다. 이 두가지가 중첩된 것이 바로 지방의 필수 의료분야 인력의 감소다.

지방은 필수 중증 의료 분야 의사를 구하지 못해 의료 공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것이 점차 심해지면서 지방 광역시의 대학병원이 문을 닫고, 심지어 서울 일부 지역에서도 발생할 조짐이 보인다. 한국 의료계의 산증인인 서울백병원 이 누적 적자로 폐업한 것이 그 증거다.

의료계에서는 특단의 조치 없이는, 필수 중증 의료 인프라가 무너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필수 의료 분야 보상을 늘려서 해당 분야의 인력 유입을 늘리는 한편, 미용 의료로 의사들이 빠져나가는 데에 차단벽을 세우도록 제도적인 연구와 조언을 진행할 예정이다.

실제로 선진국은 젊은 의사들의 미용 의료 진출이 활발하지 않은데, 필수 의료에 대한 확실한 보상과 미용 의료 의사 독점을 없앴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이러한 선진국들의 사례에서 배울 점은 무엇인지, 한국에 도입하기 위해선 어떤 부분의 변주가 필요한지를 학회 차원에서 조사 및 연구할 예정이다.

 

다른 학회와 비교해 한국헬시에이징학회만의 경쟁력은 무엇 인지?

한국헬시에이징학회는 단순히 직역적 측면이 아닌, 인간의 건강한 나이듦을 위한 전반적인 항목의 모든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단체다. 실제로 한국헬시에이징학회는 창립 이래 현재까지도 정례 학술 심포지엄, 세미나, 등급별 교육 등을 통해 의사, 한의사, 약사, 간호사 등 의료인 뿐 아니라 헬스트레이너, 영양사 등 관련 전문가들까지 함께 아우르는 활동을 꾸준히 진행중이다.

인류가 이렇게 오래 산 적이 없다. 90세가 넘는 고령자가 해마다 쏟아져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제는 언제까지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우리 모두 처음 오래 늙어 본다. 초고령사회 건강 장수 일원으로 헬시에이징 하는 방식을 새로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나이들면 바뀌는 건강 관리법을 공부해야 한다. 살 빼고, 혈당 떨어뜨리는 마이너스 의료에서, 나이들수록 점점 부족해지는 몸에 더하고 채우는 플러스 의료를 익혀야 한다.

고령 이후 점점 커지는 지적 즐거움, 중년 이후의 식사와 영양, 구강 건강이 전신 건강 길목 역할을 하는 씹고 삼키는 의학, 노후 자산 관리와 상속, 100세까지 총명하게 지내는 뇌, 품격 있는 사라짐 등. 100세 인생에 어울리는 배워야 할 상식과 학술이 너무나 많다. 초고령 장수인에게 맞는 희로애락과 생로병사를 공부하는 헬시에이징학회를 만들어 가고 싶다.

 

김철중 회장은

■조선일보 논설위원

■세계과학기자연맹 회장 역임.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고려대 언론대학원 석사

■고려대 대학원 의학 박사(PhD)

■고려대 의과대학원 의학과 석사(MA)

■고려대 의과대학 의학과 학사(MD)

■대한암학회 암 언론상

■제1회 한국과학기자협회 건양의학기자상

■대한병원협회 중외언론인상

 

■저서

<내망현- (의사와 기자 두개의 눈으로 바라본 김철중의 메디컬소시올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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