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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체인저, 건강의 차이가 인생의 차이

  • 입력 2023.11.06 16:01
  • 기자명 정지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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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한때 흰 가운 대신 양복을 입었다, 어째서인가?

부친께서 산부인과 의사로 항상 바쁘게 일에 묻혀 지내시는 것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의사는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어릴때부터 뇌리에 박혀 있었다. 학창시절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서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모친의 적극적인 권유로 의대를 선택했고, 거제 지역에서 공중보건의를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 것이 아마 기능의학을 시작하게 된 첫 출발이 아니었을까 싶다. 의대를 졸업한 후, 의사가 아닌 의료정보 관련 벤처 기업을 창업하게 되었고 가운 대신 양복을 입고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의사의 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의료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것은 아니었던터라 호기심으로 이 시기에 영양의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되돌아보면 이것이 본격적인 기능의학 공부의 초석을 다진 시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몇 년간 사업체를 운영하며 갖가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다 문득, 더 늦기 전에 전공으로 돌아 가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톨릭의대에서 인턴을 마치고 신촌 세브란스에서 전공의 과정을 뒤늦게 시작했다.

미래에는 노인학과가 전망이 좋을 것으로 예상하여, 전공으로 가정의학과를 선택했다. 그 시기를 되돌아보면 분명 당시는 어려움이 많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쉽게 접해 보기 어려운 다양한 난치성 질환 혹은 복합 증상에 대한 혹독한 트레이닝이 되었던 값진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트레이닝을 마치고 진로를 결정할 무렵, 선배의 부탁이 왔다. 대한민국 성형과 미용의 메카 강남에서 피부 미용을 하는 봉직의로 근무하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당시 피부 미용 분야에 관심이 있던 차에 운이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피부 미용을 계속 하다 보니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의 길이 맞는 것인가 하는 좀 더 근원적인 생각이 들곤 했다. 그렇게 점점 질환을 치료하는 일에 대한 갈증이 생기게 되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우태하 • 한승경 피부과와 인연이 닿게 되어 피부 질환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 때를 계기로 지금도 조절이 잘 안되는 중증 아토피, 건선 등 난 치성 피부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여러 곳을 거쳐도 잘 해결되지 않아 찾아오시는 경우가 많다.

기능의학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기능의학은 원인 치료 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몸은 여러 인자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고 각 인자들이 정상적으로 작용해야 건강한 몸을 항상 유지할 수 있다. 질병이 생기는 이유는 여러가지 원인에서 비롯된다. 쉽게 완치가 되지 않아 매번 같은 증상이 반복되고 심각해져서 만성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원인들은 증상의 치료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

기능의학은 과학적 검사를 통한 분석으로 증상 치료보다는 그 원인을 찾아내고 제거하는 것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환자의 체질과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해서 맞춤 처방을 함으로써 환자의 자연 치유력을 높여 치료는 물론 예방을 하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다.

현대 의학은 구체적이고 심각한 질병을 그 대상으로 다루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성적으로 크고 작은 신체적 불편함을 겪고 있다. 이것은 신체가 보내는 경고이자, 언제든지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요소이기도 하다. 미래 의학에서는 이러한 반건강상태, 즉 미병의 상태를 균형과 조화가 있는 건강 상태로 되돌려 놓기 위해 원인을 치유하고 라이프 스타일을 개선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현재의 정통 현대의학에서는 아토피 환자를 어떻게 치료하는가?

우선 항히스타민제와 바르는 스테로이드를 처방한다. 그런데 처음에는 좀 약이 듣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신체가 약에 적응 되며, 그 효과가 줄어들게 된다. 그러다 먹는 스테로이드로 옮겨 가게 되고, 그래도 안 듣게 되면 마지막 단계에서는 면역억제제를 처방하기에 이른다.

면역억제제는 장기간 사용하다보면 말 그대로 환자의 면역체계 기능이 억제되어 버리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인데 이와 관련해 에피소드 하나가 기억이 난다.

대학병원에서 중증 아토피 치료를 받던 환자가 면역억제제를 쓰던 도중에 코로나가 창궐하기 시작하자 담당 주치의 교수님이 당분간 면역 억제제를 끊어보도록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코로나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았던 시기이기도 하고 면역억제제가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주치의도 알고 계셨다는 것이다. 결국 근원적인 치료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항상성 시스템과 질병의 연관성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질병은 항상성 시스템이 고장났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우리 몸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항상성 시스템이 작동한다. 약과 주사는 질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줄 뿐이다. 질병발생의 근원은 환경과 라이프스타일 잘못으로 인한 항상성 시스템 고장이다. 이처럼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병의 재발과 만성화를 방지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항상성 시스템 고장은 다른 장기보다 가려움과 피부염증과 같은 증상으로 피부에 잘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피부질환만큼 대증요법이 만연한 과목이 잘 없다. 인체 표면에 위치한 피부는 증상을 분석하기 수월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통 현대의학은 이렇게 항상성 시스템 이상을 알려주는 메신저의 의사소통을 막는 치료에 국한되어 있어 기능의학적 접근이 중요하다.

아토피가 되었건, 건선이 되었건, 현대 의학의 치료는 왜 가려운지, 왜 아픈지 이런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보다는 가려움이나 염증과 같은, 겉으로 드러난 증상만 완화해 주는 치료일 뿐, “왜” 증상이 발현했는가는 해결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더 간단한 예시가 있는가?

자동차 계기판에 들어온 경고등 신호를 예시로 들 수 있다. 결국 통증, 가려움의 증상은 시그널(신호)로 보아야 한다. 어떤 원인에 의한 결과물이라는 의미다. 우리 몸이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과정 에서 이상이 발생했을 때 “증상”이라는 “신호”로 나타난다.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을 하다가 계기판에 경고 신호가 들어왔다고 가정해보자. 급하게 자동차 정비소로 달려가 어떻게 요청하는가? 그냥 단순히 계기판의 경고등을 꺼달라고만 요청하는가? 아니다. 차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해달라고 할 것이다.

현대의학 치료법의 대부분은 “자동차 계기판의 경고등을 그냥 꺼버리는 격”이다.

가려움을 가라 앉히기 위해 처방하는 스테로이드나, 열을 내리기 위해 쓰는 해열제와 같이 혈압을 낮추고 혈당을 떨어뜨리기 위한 처방도 마찬가지다. 모두 계기판의 경고등을 그냥 꺼버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신호를 끄기만 하면 (증상만 없애면) 결국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없는 것인가? 먼저 이 신호는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검사를 통해 염증 정도, 대사 문제, 호르몬 균형, 신경계 상태 등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같은 가려움의 증상이라도 해도, 두드러기와 아토피의 치료 방법은 달라진다. 자율 신경계로 접근할 것인지 면역계로 접근할 것인지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능의학에서 치료의 접근법은 환자 개인의 면역 기능을 회복하고 유지하는 것이 근본이다.

독자들에게 추가로 덧붙여줄 조언이 있는가?

건강의 차이가 인생의 차이를 만든다. 얼마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교수의 유품 중에서 환자를 위해 직접 쓴 기도문을 유족이 공개한적 있다. "환자의 치유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것은 모두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라는 내용이었는데 깊이 공감한다. 의사는 근원적인 변화를 일으켜 우리 몸에 내제되어 있는 자연치유력의 기능을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한 때, 의사가 되기 싫어 다른 삶을 살아보려고 한 시기도 있었지만 결국은 의사가 되어 라이프 체인저라는 별칭으로 환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적극적 혹은 소극적인 방법으로 바꾸고자 도움을 주고 있으니 어찌보면 의사로서의 삶이 숙명이 아닐까 생각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모든 증상 및 질병은 그 자체가 우리 몸의 생명 유지시스템인 항상성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다는 시그널이고 근본원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재발과 만성화를 막을 수 없다. 문제는 바로 잘못된 생활습관 방식에서 온다. 잘 자고, 잘 먹고, 바른 자세(척추)를 갖는 것이야 말로 기능의학치료의 기본이며 핵심임을 기억하자.

 

류호성 원장 / 가정의학과 전문의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 과정 수료

가톨릭의과대학 강남성모병원 인턴 수료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現 세브란스 통합의학연구회 총무이사

現 대한만성피로학회 부회장

現 대한자율신경기능의학회 정회원

現 대한기능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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