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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적 자유와 행복을 얻는 법, 몸 건강에 대해

  • 입력 2023.11.13 16:35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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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몸의 건강은 조건 없는 자유와 행복을 얻는 지름길이다.

건강할 때 좋은 점은 자유롭고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건강할 때는 그냥 그대로 살아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건강하지 않을 때에 들이닥칩니다. 사람들은 대개 건강하지 않은 것을 부자유혹은 불행과 같은 것으로 봅니다. 물론 건강하지 않을 때 오는 불편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유롭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럴 때도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을까요?

건강하지 않을 때에는 자신의 좋은 점을 찾는 것으로 취미를 찾아 즐기다 보면 건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점차 활력이 생겨 극복할 수 있습니다. 건강하지 않을 때 좋은 점은 사람마 다 다르기에, 저마다의 장점을 찾는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제 가 생각하는 저의 여섯 가지 좋은 점을 공유하며 몸의 건강과 연관지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첫째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훈련의 기회가 된다는 것입니다. 인과의 법칙을 말하고 있는 불교적 시각으로 보면, 건강하지 못할 때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원인이 있어서 결과가 온 거예요. 따라서 건강하지 않을 때에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원인이 있어서 결과가 온 겁니다. 따라서 건강하지 않을 때 ‘아, 이것은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 따라서 일어난 현상이다. 일어날 만한 이유가 있어서 일어난 일이다.’ 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불건강이라는 현상을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훈련을 하는 겁니다. 이 연습을 통해서 건강하지 않을 때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마음이 되면, 다른 현상을 볼 때도 다 그렇게 받아들이며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됩니다.

둘째는 몸을 아프게 하는 잘못된 습관을 발견하여 고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입니다. 슈피겔이라는 사람 이 만든 금연 최면 유도문을 보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몸은 애완동물과 같다. 애완동물은 주인이 주는 건 뭐라도 먹는다. 그처럼 우리 몸도 뭐라도 주면 먹는다. 이제부터 몸을 아끼자. 몸에 나쁜 것을 주지 말자. 나쁜 것은 담배다.” 몸은 내가 준 대로 받고, 내가 행동하는 대로 따라갑니다. 음식을 잘못 먹으면 복통이 오고, 찬바람을 잘못 쐬면 감기에 걸릴 수 있는 것입니다.

몸이 아픈 것은 내가 잘못한 것의 결과입니다. 따라서 아프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잘못을 계속하면 곤란하다는 신호이자, 그것을 고치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 신호에 따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세밀히 살피고 그걸 찾아내 잘 고치면 더 이상 안 아플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보면 평소 굉장히 정력적으로 활동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쓰러지기도 합니다. 타고난 몸이 워낙 튼튼하니까 잘못을 저질러도 몸이 안 아프다가 그것이 계속 쌓여 한번에 펑 터지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조금씩 자주 아픈 것이 우리에게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셋째는 휴식과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기회가 될 수 있 다는 것입니다. 몸이 아파서 쉬게 되면 나만을 위한 시 간이 생깁니다. 대개 병은 무리해서 일하고 활동하다가 오고는 합니다. 거기에 문제의식을 못 느끼다가 아픈 일을 계기로 잠시 쉬며 자기를 천천히 돌아보는 것이지요. 이를 계기로 삶의 방식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넷째는 몸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말해 불교의 무아(無我)를 깨치는 계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몸이 건강할 때 우리는 몸이 우리 말을 잘 듣는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데, 마음이 건강하면 우리는 마음이 우리 말을 잘 듣는 줄 압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를 찾아오는 환자들은 적어도 마음이 자기 것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아, 마음이 내 맘처럼 되는 것이 아닌 건 압니다.” 이렇게 얘기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우울하고 싶지 않은데 우울해지고 불안한 생각 안 하고 싶은데 계속 불안한 생각이 드는 경험은 환자들은 늘 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 원리로, 몸이 아픈 사람들은 몸이 자기 말을 안 듣는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몸은 아플 때뿐 아니라 건강할 때도 우리 말을 안 듣습니다. 그저 몸 자체의 법칙에 따라 인과의 원리로 작동합니다. 과거와 현재 조건들이 계속 몸을 이끌고 갑니다. 건강이 안 좋을 때는 이 사실이 잘 보입니다. 그걸 깨닫고, 건강할 때도 이 앎을 항상 유지하면 무아를 확실히 체득한 겁니다. 몸의 고통은 진리를 보게끔 하는 기회입니다.

다섯째는 우리가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기고 그것에 만 족하는 삶을 사는 기회가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는 아플 때 건강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몸이 아파서, 평소 쉽게 하던 것들도 힘겹게 겨우겨우 하거나 아예 할 엄두도 못 내게 되면, 몸이 움직이는 것 자체가 소중함을 절감하게 됩니다. 그냥 걷는 일, 그냥 먹는 일, 그냥 잠자는 일도 사실 기적입니다. 배탈이 나서 설사를 하면 나다니기 어렵기에 화장실을 걱정 없이 다니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몸에 생기는 아픔을 정확히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건강하면서도 건강이 소중하다는 걸 진실로 아는 사람은 대단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대체로 자신이 갖고 있는 몸의 기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불만족한 상태로 지내곤 합니다.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만족이란 지혜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만족은 실제로 정확히 볼 때 일어나는 것이며 부처님도 수행자의 덕목으로 만족을 꼽을 정도로 중요하게 여깁니다.

여섯째는 삶의 유한성, 즉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아는 계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프지 않으면 죽음에 대해 잘 떠올리지 못합니다. 아플 때 비로소, 내가 원하지 않는 아픔이 찾아오던, 원하지 않는 죽음이 찾아오던 할 수 있다는 걸 절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말 많이 아프면 아프지 않을 때 가졌던 욕심들이 다 떨어집니다. 그럴때,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자각이 들어 시간을 굉장히 소중히 쓰는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찾을 수 있는 좋은 점들은 다 다를 겁니다. 아플 때의 좋은 점을 자기 나름으로 찾아서 아플 때는 그걸 누리고 건강할 때는 또 건강하게 활동한다면, 몸의 건강과 관련한 어떤 것도 우리를 괴롭힐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발상을 전환하여 삶속에서 이 앎을 충분히 실현하며 산다면, 남들에게도 비슷한 맥락에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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