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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빨대의 종말,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 입력 2023.12.08 13:56
  • 기자명 강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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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종이 빨대 때문에 커피를 마시기 싫어졌다" 카페를 가면 흔히 들리는 말이다. 하지만 최근 환경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1년 만에 사실상 철회하면서 상황이 아예 변했다. 현장에서는 소비자들 이 이를 반기는 목소리와 업주들이 정부 시책에 혼란스러워하는 반응, 그리고 정부를 믿고 공장을 돌린 생산자들의 앓는 소리까지 다양하다.

애초 정부의 정책에 따라 올해 11월 24일부터 식당•카페 등 식품 접객업 매장 내 종이컵•플라스틱컵•플라스틱 빨대 사용 시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난 7일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고, 종이컵 사용금지는 아예 철회하기로 했다. 매장 내 플라스틱컵 사용 규제는 그대로 유지됐다. 아울러 비닐봉투 사용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등 단속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또다른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건강에는 종이빨대가 나을까, 아니면 플라스틱 빨대가 나을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종이빨대의 유해성?

종이빨대는 그 특유의 금방 젖어들고 음료의 맛을 해치는 내구성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아울러 종이빨대를 제작하는 과정에서의 환경오염 총량이 오히려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욱 크단 것 역시 문제다.

문제의 핵심은 종이 빨대가 물에 젖어 눅눅해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플라스틱 코팅이다. 해당 코팅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 틸렌(PE)으로, 이를 사용한 종이 빨대는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당 방수 코팅은 건강 문제까지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내에서 건강에 대한 본격적인 논란이 제기된 건 지난 7월이다. 종이 빨대의 방수 코팅에서 발암 물질의 일종인 과불화화합물 (PFAS) 성분이 검출됐다는 벨기에 연구진의 연구 결과 때문이다. 코팅제 등에서 쓰이는 과불화화합물은 장기간 노출되면 발암 위 험이 높아지고, 인체에 흡수되면 분해•배출되지 않는다. 연구진은 39개 브랜드 중 27개 브랜드 제품에서 과불화합물이 검출되 었으며, 총 18종의 과불화합물이 확인되었다 발표했다.

이 과불화합물은 분해가 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로 불릴 정도로,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하나둘씩 이에 대한 규제를 준비중 이기도 하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은 벨기에에서 유통되는 39개 친환경 빨대 브랜드 제품을 대상으로 했다. 세계에서 건강 과 환경에 관련된 규제와 관리로는 가장 엄격하다 할 수 있는 서유럽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옴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종이 빨대를 퇴출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제품은 억울하다

위 연구가 발표되면서 국내에서도 종이 빨대에 대해 심각하게 다루는 분위기가 대두되었다. 서유럽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제품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이보다 심각한 상황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위 연구결과만 가지고 국내 제품까지 도매금으로 비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올해 11월 SBS와 창원대학교에서 국내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과 편의점에 비치된 종이 빨대들의 유해성 검증을 진행하기도 했다. 해당 실험은 스타벅스를 비롯해 가맹점 수 기준 최상단에 위치한 이디야,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투썸플레이스 등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그리고 GS25와 CU까지 편의점 2개 업체다.

창원대 연구진이 유해물질 100여 종에 대해 실험한 결과, GS25 와 투썸플레이스의 두 곳의 빨대에서 과불화화합물 요소가 미량 검출됐다. 하지만 GS편의점의 경우 수치로 나타나지 않을 정도의 양이었고 투썸플레이스도 유해 기준을 크게 밑돌은 수준이기에 문제삼기 힘들다. 현 시점 과불화화합물을 가장 엄격하게 관리하는 미국에서 '먹는 물 기준안'을 확정할 예정인데, 이 기준에도 미달하는 농도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표적이면서도 가장 유해한 과불화합물 물질로 피포스(PFOS)와 피포아(PFOA)가 있는데, 이 물질들은 실험 대상 중에서 아무 곳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위의 연구가 논란이 되자, 원재료 생산자들이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다. 점유율 1위인 서일은 제지업체 무림과 함께 "우리 회사가 만든 종이 빨대에선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반박문을 냈다. 서일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원자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독일 연방위험평가연구소(BfR)의 식품 안전성 테스트를 모두 통과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솔제지 역시 자사 종이 빨대의 유해성 여부를 검사한 시험인증기관(KOTITI시험연구원)의 성적서를 공개했다. 한솔제지는 "종이 빨대 제품 내 코팅에는 PFAS가 아닌 인 체에 해가 없는 수성 아크릴계 코팅제를 사용하고 있다"며 "유해 물질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 국내의 종이 빨대는 꽤나 훌륭하게 관리되고 있다. 국내 강소기업인 서일이 종이 빨대 시장의 점유율 세계 1위일 정도다. 이 처럼 국내에서 유통 중인 종이 빨대는 중국산이 아닌 국산 제지 업체 재료를 쓰는 덕분에 이번 문제를 피해간 것으로 보인다. 국산 제지업체들은 과불화화합물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일회용 제품의 한계

한편, 이러한 문제는 결국 일회용 제품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정책 기조와 별개로 일회용품에는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들이 있어서다. 플라스틱 재질의 컵과 빨대는 물론이고, 종이컵, 테이크아웃 컵 내부는 종이가 물에 젖지 않고 견고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플라스틱 코팅을 진행한다. 이것이 위에서 언급한 폴리에틸렌, 좀 더 세부적으로는 HDPE(고밀도 폴리에틸 렌),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이다. HDPE는 밀도가 크고 불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장난감, 세제용기에서도 이용된다. LDPE는 농업용•포장용 투명필름, 전선피복, 각종 랩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플라스틱 재질은 물론이요, 종이컵도 담긴 음료에 미세플라스틱이 녹아들 수 있다. 인도 카라그루프 공과대 연구팀 이 일회용 종이컵에 85~90도의 뜨거운 물을 100ml 붓자, 15분만에 컵 내부 HDPE에서 2만 5000여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음료로 방출됐다.

뜨겁지 않은 음료라 해서 안심할 수 없다. 미지근한 액체에도 미세플라스틱이 용출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서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원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일회용 종이컵에 22도의 물을 넣었더니 리터당 2조 8000억개의 미세플라스틱이, 100도 의 물에서는 리터당 5조 1000억개가 검출되었다.

미세플라스틱의 평균 크기는 30~80nm(나노미터)로, 인체 세포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현재까지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은 아직 명확히 규명된 것이 없다. 현재로서는 동물 실험에서 세포 독성을 일으킨다거나 세포단위에서 암 전이와 혈관 노화를 촉진한다는 등의 연구 결과만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인체 유해성이 입증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환경을 위해서 나 건강을 위해서 되도록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한 국소비자원은 다회용기가 일회용기보다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이 최대 4.5배 적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발등에 불 떨어진 제조업체들은?

이와 별개로 현재 종이 빨대 제조업체들의 상황은 좋지 않다. 정부를 믿고 플라스틱 빨대에 비해 제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종이 빨대 사업을 시작했다가 위기에 내몰린 것이나 다름없기에, 업계에 서는 정부의 긴급지원 자금 투입을 요청중인 상태다.

건강도, 경제도 혼란한 2023년, 성큼 다가온 2024년에는 이들 업체와 소비자 모두를 위한 더욱 명확하고 흔들림 없는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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