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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줄기세포는 진화의 산물이다

  • 입력 2023.12.11 14:37
  • 기자명 장석원(충민내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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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암은 발암 물질에 의해 유전자가 손상 받아, 손상 받은 DNA가 복제과정 중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발생한다. 진화론은 유전자가 어떤 이유로 우연히 복제과정에서 변화(돌연변이)가 생기면 그 변화에 의해서 다른 특성(형질)을 가진 후세가 태어나고, 그 후세의 변이된 특성이 생존경쟁에 유리하다면 살아 남게 되어서 새로운 종이 된다는 학설이다. 이같은 돌연변이가 있기 때문에 진화도 가능하다.

지구상에는 하나의 세포만으로 이루어진 단세포 생물도 있다. 단세포 생물은 몸이 한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세포 하나가 생명 유지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수행한다. 원핵생물(대장균, 세균), 원생생물(아메바, 짚신벌레), 균류 등이 대부분 단세포 생물이다. 단세포 생물은 불멸성이 있다고 한다.

단세포 생물은 세포분열을 통해 자신과 똑같은 두개의 단세포 생물을 만들어 개체수를 늘린다. 세포분열은 하나의 세포가 자신과 똑같은 세포를 하나 더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세포 생물은 세포분열을 거듭해 수많은 세대가 지났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맨 처음의 단세포 생물과 똑같은 수많은 단세포 생물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세대가 지났지만 결국 자신과 똑같은 개체를 만들어 냈으므로 세포분열을 통해 태어난 단세포 생물은 여전히 자기 자신인 셈이다.

이런 식으로 단세포 생물들은 계속 세포분열을 해서 세대를 이어갈 수 있고 이렇게 만들어진 단세포 생물 전체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 단세포 생물이 죽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불멸 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단세포 생물 자체도 수 명이 있다.

인간과 같은 다세포 생물은 정해진 수명이 있어 필연적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인간의 모든 정상세포는 분열 횟수가 정해져 있어 50∼60회 정도 분열하면 더 이상 분열하지 않고 늙어 죽는다. 우리 인간의 세포는 세포분열 횟수를 측정하여 죽는 시기를 결정하는 불가사의한 생체 시계를 가지고 있다.

염색체 양 끝에는 텔로미어라는 특수한 구조가 있어 세포의 수명을 알려주는 시계 역할을 한다. 이 구조는 DNA가 서로 결합 하는 것을 방지하여 염색체를 보호한다. 이 구조를 염색체의 끝에 있다 하여 텔로미어라고 명명하였는데 텔로(telo)는 영어의 ‘End’란 뜻의 희랍어 ‘Telos’에서 유래하며, 미어(mere)는 영어의 ‘Part’란 뜻의 희랍어 ‘Meros’에서 유래한 것으로 텔로 미어(Telomere)는 말단 부위란 뜻이다.

포유류의 경우 텔로미어에는 'TTAGGG'라는 일정한 염기배열이 2,000회 정도 반복되고 있는데, 세포분열 때마다 짧아진다. 인간의 염색체도 분열을 거듭할수록 염색체의 양쪽 끝에 위치한 텔로미어 단백질이 약간씩 짧아지는데, 텔로미어가 어느 길이 이하로 짧아지게 되면 마지막으로 세포가 죽도록 ‘스스로 소멸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세포분열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되어 세포의 분열은 정지되고 결국 노화되어 죽 게 된다.

몸속의 세포 중 무제한 세포분열을 하며 죽음을 거부한 세포가 바로 암세포다. 암 세포는 다세포 생명체가 단세포 생물로 되돌아간 세포로 여겨진다. 지구상의 최초의 생명체인 단세포 생물로 돌아간 것이다.

암 세포는 발생학적으로 배아세포에서 분화되어 생성된 체세 포가 태아 발생 초기인 배아세포 상태로 되돌아간 것이다. 암 세포는 분열 증식만 하는 배아세포의 성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 세포는 진화과정 중 일어난 퇴화 과정일 수도 있다. 배아 때의 세포분열은 이런 분열을 조절하는 장치가 있어 엄격하게 조절되고 그러다 배반포가 형성되면 특정 기능을 갖는 세포로 분화가 가능해 진다.

하지만 암 세포는 세포분열을 억제하지 못해 무한정 증식만하고 분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차이가 있다. 다세포 생명체에서 단세포 성질로 되돌아간 암 세포를 다시 다세포 성질로 되돌릴 수 있다면 무한정 증식만 하는 암 세포의 성질을 정상 세포의 성질로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무한정 분열 증식이 목적인 암 세포가 특정 기능을 하는 정상세포로 분화되면 암 세포가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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