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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월 MD JOURNAL을 소개합니다.

길이 나지 않는 길을 걸을 때, 그 용기는 결심을 동반한다.

  • 입력 2024.01.01 08:40
  • 기자명 양지원(문화예술학 박사/MD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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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우리의 소망이란

우리들 속에 있는 능력의 예감이다.

 

괴테 (1749년~1932년)

한 민족이나 개인이 전통적으로 이어온 생활 습속에 따라 제작한 대중적인 실용화인 민화는 일반적으로 민속에 얽힌 관습적인 그림이나 오랜 역사를 통하여 사회의 요구에 따라 같은 주제를 되풀이하여 그린 생활화이다.

비전문적인 층을 포함한 넓은 의미에서는 직업 화가인 도화서 (圖畫署)의 화원(畫員)이나 화가로서의 재질과 소양을 갖춘 화공(畫工)이 그린 그림도 포함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 따르면 민화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일본인 야나기(柳宗悅)였다. 그는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을 위하여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서 구입되는 그림”을 민화라고 정의하였다. 그 뒤 우리나라에서도 민화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여러 학자들이 민화의 의미를 규명했다. 필자는 한국화에 포함하고자 한다.

조자용(趙子庸)은 “서민 • 평민 • 상민 • 민중 등 사회 계층이나 신분의 구별 없이 도화서 화원은 물론 모든 한국 민족들이 그린 그림으로. 김호연(金鎬然)은 “민족의 미의식과 정감(情感)이 표현된 겨레의 그림인 민족화”, 이우환(李禹煥)은 “평민 • 서민의 습관화된 대중적인 그림”으로 정의하였다.

서수낙원도 확대본

민화는 엄밀한 의미의 순수, 소박한 회화와 함께 도화서 화풍의 생활화, 실용화를 포함한다. 왕의 시대 백성들의 삶이 있는 동시대를 사는 시대적 개연성의 복(福)과 장수기원의 벽사진경(辟邪進慶)의 염원, 신앙과 생활 주변을 아름답게 꾸미고자 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나타낸 전통 사회의 산물이라고 정의 할 수 있다.

민화가 사람들의 본능적인 회화의 의지와 욕구를 표출하며, 종교와 생활 습속에 얽힌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실용화라고 정의 할 때, 우리 민족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신석기시대의 암벽화(巖壁畫), 청동기시대의 공예품, 삼국시대의 고분벽화와 전(塼), 고려 • 조선시대의 미술 공예품에 민화와 같은 그림과 무늬가 많이 발견되고 있다. 암벽화의 동물 그림, 고구려 벽화의 사신도(四神圖), 신선도, 해, 구름, 바위, 산, 영지(靈芝) 등의 장생도(長生圖), 수렵도, 백제의 산수문전(山水文塼)의 산수도 등은 한국 민화의 연원을 밝힐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민화의 작가는 도화서 화원과 화원의 제자에서부터 화원 소속의 범주를 벗어나 회화에 예술 감각이 있는 층은 사람들의 구매 소장 욕구에 따라 그림을 그렸던 화공 그리고 일반 백성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도화서 화원의 작업이 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때 이런 화공들의 협업이 있었다. 수많은 한국 회화의 수요를 채운 사람들은 대단히 많았을 것이다. 귀족, 문인, 승려, 무당 중에서 재주 있는 층의 백성들 시골 장터와 동네를 돌아다니며 낙화(烙畫), 혁필화(革筆畫) 등을 그리던 유랑 화가도 있었을 것이다.

유럽의 에트랑제(étranger)들의 동 개념으로 말할 수 있다. 수요자는 왕실과 관공서로부터 무속(巫俗), 도교, 불교, 유교의 사 당과 사찰, 신당, 일반 가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회 단체와 여기에 속한 대중의 층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정사(正史)에 나오는 세화, 의장도(儀仗圖), 의궤도(儀軌圖), 감계도(鑑戒圖), 경직도 (耕織圖) 등과 한국 회화사의 주요 소재인 산수, 화훼(花卉), 동물, 초충(草蟲), 사군자, 인물, 풍속 같은 회화의 수요는 그림을 특별히 사랑하였던 한국인들에게 매우 고무적인 시스템이 되었다. 무속, 도교, 불교, 유교의 종교적 제례와 공공 기관 및 개인에게 사용된 그림은 공간을 미화하고 나아가 백성을 교화 (敎化)하며, 그들의 풍속에 연계된 내용이었을 것이다. 도화서 화원이나 일류 화공의 수가 적었던 고대 사회에서는 이름 없 는 화가와 비전문적인 아마추어 화가들에 의하여 그 수요가 충족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태민안(國泰民安)이라는 말과 같이 국가와 백성의 평안을 기원하고 나쁜 귀신을 쫓고 경사스러운 일을 맞기를 바라는 농경사회 속 대중의 의식과 습속에 얽힌 그림, 집 안팎을 단장하기 위한 그림, 병풍, 족자, 벽화 같은 일상생활과 직결된 그림 이 민화의 주류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서수낙원도 확대본

한국 민화에는 순수함과 소박함, 단순함, 솔직함, 직접성, 무명성, 대중성, 동일 주제의 반복과 실용성, 비창조성, 생활 습속과의 연계성 등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모든 민화에는 이 세상에서 수복강녕(壽福康寧)과 부귀영화의 축복과 불행, 재앙이 멀리 떠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깔려 있다. 현세에서의 행복 기원과 타인 의식의 기교 보다는 과장과 허식 없는 우직하고 소박한 표현이다. 또한, 자연, 인간, 신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이 잘 나타나 있다. 인정이 넘치고 부드럽고 평화스럽고 따뜻한 그림에는 엄격하고 관념적인 일반 회화에서는 볼 수 없는 애정과 사랑이 넘쳐흐른다. 농경 사회의 빈곤, 부당한 지배층의 억압, 외적의 침공 속에서도 자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끈질기게 이어온 한 민족의 강하고 투지의 힘, 용기, 의지의 힘찬 선, 짙은 색조, 대담한 구도 속에 뚜렷이 표출되어 있다. 어둡고, 괴롭고, 고달픈 생활 속에서도 웃음을 찾아낸 한국인의 낙천성은 민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슬픔과 아픔을 기쁨과 즐거움의 승화로 익살과 신명나는 작품으로 된 조형화 시점은 일반 회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민화의 특성이다.

한국 예술의 바탕이 되는 정신인 ‘멋’은 보기 좋고, 알맞고, 아름답고, 흥겹고, 구성지고, 잘 어울리는 변화와 균형, 대비와 조화 등의 모든 요소를 합쳐 부른다. 비록 같은 주제를 되풀이하여 그려낸 회화일지라도 민화 작업은 똑같은 작업이 아닌 생활 공간에 맞는 크기와 구도, 형태와 색상, 선과 점들을 어울리게 한 것이 바로 민화의 멋이다.

위 문헌(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참고 인용함)의 보편성은 5천년의 그 고대사의 삶의 배경과 2024년의 현재의 새해를 다시 펼치는 헤리티지의 산물이 되고 있다.

우주희, 서수낙원도, 지본채색, 112.5cm × 34.7cm × 10대
우주희, 서수낙원도, 지본채색, 112.5cm × 34.7cm × 10대

선비의 멋을 회화로 가져오며 작가의 길로 지내오고 있는 조선 화원의 후예 우주희 작가는 <서수낙원도>로 ‘제47회 대한 민국 전승공예대전 국립무형유산원장상’ 수상 소식이 있었다.

작가의 큰 뜻을 이루려는 한 단계 더 높은 계단을 구축하는 일 이다. 그 일을 만들어내는 사람, 우주희 작가.

“서수란 용, 봉황, 기린과 같이 실제 하지 않는 상상의 동물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 그림은 십장생도 계열의 그림으로 소나무 복숭아, 모란, 연꽃, 불로초 등 길상을 상징하는 소재들이 배경으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 안에 장수를 상징하는 거북, 사슴, 학 등과 함께 상상 속의 동물인 용, 봉황, 기린 등의 아홉 종류의 동물들이 아홉 마리의 새끼들과 함께 총 99마리가 그려져 있다. 낙원에서 모두가 어우러져 평온하고 행복한 한때를 만끽하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작가노트 발췌문이다.

조선 후기 궁중회화인 ‘서수도’는 왕실의 득남과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그려졌다. 상서의 표상이자 왕실을 상징하는 서수에 ‘다남’이라는 길상을 덧입힌 것이다. 19세기에는 다양한 통로로 궁중회화가 민간으로 확산되었다. ‘서수낙원도’는 장생도, 화조도, 서수도 등이 절충된 유형으로 궁중회화인 ‘서수도’가 민간으로 전이되면서 길상적 성격으로 변모되었다.

한국화의 문장으로 정리되는 정신문화의 결체(結體)이다.

세기의 사람들, 글과 그림의 힘. 도서관 백채의 한 서고가 채워 지는 시간이다.

 

우주희 (WOO, Joo Hee) 작가

건국대학교 의상학과 졸업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석사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 창작민화과 졸업

한국민화협회 전시기획팀 이사

국가무형문화재기능협회 회원

한국민화학회 회원

한국미술협회 회원

현)강남민화 연구소 대표

 

[개인전]

2020.1 우주희개인전 (한국미술관)

2022.6 대한민국민화아트페어 부스 개인전

2023.7 서울아트페어 부스 개인전

 

[단체전 39회]

2023. 12 이탈리아, 피에르산타,일백헌. ‘한국민화 정예작가전’

2023. 10 갤러리사이 ‘동양화제전’

2023. 10 겸재정선미술관 ‘길상화사, 겸재를 기리다’

2023. 10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57회 한국미술협회전’

2023. 9 갤러리 내일 ‘인왕산 달밤’

2023. 7 갤러리 일백헌 ‘나는 작가다’

2023. 7 갤러리일백헌 ‘2023창작지원 프로젝트민화’

2023. 6. SETEC. 대한민국민화아트페어

2023. 5 국가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 ‘제43회 전통공예명품전’

2023. 5 세종문화회관.‘ 광화문 거리에 피어난 민화’

2023. 5. 프랑스, 아뜰리에 구스타브갤러리 ‘2023 한국민화파리 특별전’

2023. 5 양주시립화엄사지박물관 초청특별전 ‘기린말고 기린’

2023, 4 스페인 말라가(Malaga)시청 초청 월간민화주최 한국민화특별전

2023. 2 경인미술관. ‘시샘달에 피는 꽃’ 2023. 1 동덕아트갤러리. ‘물렀거라 세화 나가신다’

2022. 12 인사아트센터. ‘토끼세화전’

2022. 12 갤러리엠. ‘心心, 소통’

2022. 11 운현궁 기획전시실. ‘운현궁 뜰안의 민화’

2022. 8 갤러리이즈. ‘in 絹畵展’

2022. 6 헌법재판소. ‘책거리민화전’

2022. 4 마루아트센터. ‘봄 향기따라 마루로’

2022. 2 경인미술관. ‘호시탐탐’

 

[수상/선정 14회]

2022. 제47회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 국립무형유산원장상

2021. 제7회 대한민국민화대전 입선 2020. 제23회 김삿갓문화제 전국민화공모전 특선

2019. 제34회 대한민국 전통미술대전 우수상

2019. 제22회 김삿갓문화제 전국민화공모전 입선

2019. 제12회 대한민국 민화공모대전 장려상

 

[작품소장] 국가무형문화재기능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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