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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에서의 새해 첫 콘서트

세계 클래식 팬들을 위한 새해 이벤트에 대하여

  • 입력 2024.01.17 11:42
  • 수정 2024.01.17 11:43
  • 기자명 진혜인(바이올리니스트/영국왕립음악대학교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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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2024년 고요한 새해의 아침을 맞이하는 시간을 채우는 클래식 선율이 올해도 저 멀리 오스트리아에서 전해져온다. 150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새로운 해의 시작을 알리는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Neujahrskonzert der Wiener Philharmoniker)는세계적인 수준의 클래식 음악을 선보이는데, 매년 다른 지휘자가 신년음악회의 지휘를 맡는다. 이에, 다음해 신년음악회 지휘봉은 누가 잡을지에 대한 대중의 관심 또한 마치 신년을 맞는 전통처럼 자리잡았다. 물론 이는 오케스트라 자체의 독립성을 위해 신년음악회의 상임 지휘자를 두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올해는 2019년에 이어 두번째로 독일의 지휘자인 크리스티안 틸레만(ChristianThielemann,1959~)이 맡게 되었다.

독일 정신의 계승자,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벨저-뫼스트(Franz Welser-Möst, 1960~)와 함께 ‘현재 독일어권 음악팬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지휘자’라는 수식어를 갖는 틸레만은 2012-2013 시즌부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악단인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Staatskapelle Dresden)의 수석지휘자이자 2024-2025 시즌부터 450년 역사를 이어온 베를린 슈타츠오퍼(Staatsoper Unter den Linden)의 새 음악감독 부임이 확정되었다.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

지난 2022년 11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내한 공연 당시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 1942~)의 건강상 이유로 지휘자가 틸레만으로 변경되어 한국팬들에게도 그의 음악을 선보인 바 있다.

틸레만은 지휘자의 길을 가기 전에는 비올리스트이자 피아니스트였다. 19세 때는 베를린 도이치오퍼(Deutsche Oper Berlin)의 레파티투어(Repetiteur)로서 음악적 커리어를 쌓았고 카라얀의 보조 지휘자로도 활동했다.

지휘자 틸레만은 독일-오스트리아 레퍼토리에 집중하는데, 유장 하면서도 변화무쌍한 템포와 강약 조절로 자신만의 독일 사운드를 창조해낸다. 그의 레퍼토리는 베토벤, 슈만, 브람스, 바그너, 브루크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이렇게 여섯 명의 독일 작곡가가 주를 이루는데 이로 인해 협소한 레퍼토리와 보수적인 해석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황금홀에서의 신년맞이

오스트리아의 빈 무지크페어라인(Wiener Musikverein)의 대공연장(Großer Saal)인 '황금홀(Goldener Saal)'에서 열리는 빈 필하모 닉 신년음악회는 공식적으로 1941년 1월 1일부터 시작되었다. 무 지크페어라인의 역사는 1870년 1월 6일에 문을 열었던 날부터 시작된다. 당시 덴마크 건축가 테오필 한센(Theophil Hansen)이 설계한 이 극장은 고대 그리스 신전을 연상시켜, 여기에 들어서는 관객들로 하여금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그 덕에 고대 신화 속 영웅 대신 현대의 음악가들로 가득한 음악의 신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황금홀(Goldener Saal)’이라 불리는 신년음악회의 무대인 ‘대공연장’은 세계 최고의 음향시설을 갖출뿐만 아니라 아폴론 신과 아홉 명의 뮤즈를 묘사한 천장화와 금빛 카리아티드(여인상으 로 된 기둥)의 장식이 빼어남을 자랑한다.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의 높은 인기로 인해 같은 프로그램을 연주하는 12월 31일 전야 콘서트, 30일 프리뷰 콘서트까지 만들어졌다. 입장 티켓은 이전 해 2월에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은 후 추첨을 통해 관객을 선정한다. 세 번의 음악회 중 각각 1회씩 신청할 수 있고, 프리뷰 콘서트와 전야 콘서트의 경우 1인당 4매까지 가능한 데 비해 신년음악회는 2매까지만 가능하다. 가장 인기 있는 신년음악회의 경우 티켓 가격이 최고가 1200유로(약 171만원)로 상당히 고가이나, 그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비엔나 뮤직페어라인의 황금홀
비엔나 뮤직페어라인의 황금홀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의 전 세계적 인기는 방송 중계 이후부터라 할 수 있다. 1959년부터 녹화 중계로 전파를 탔고 1972년에는 첫 컬러 방송으로 해외 송출되었으며 1989년부터 생중계되기 시작했다. 요즘은 전 세계 90여 개국(2023년 기준 92개국)에 중계 되고 있다.

영상에는 공연 전에 미리 촬영해 놓은 빈 국립오페라의 발레를 연주 중간에 삽입하여 송출한다. 한국에서는 KBS가 1970년대부터 녹화중계를 하다가 2013년부터 멀티플렉스 메가박스에서 생중계를 하고있다.

오스트리아와 한국의 시차 그리고 위성 중계에 따른 지연 현상에 따라 1월 1일 오후 7시에 시작되며, 티켓은 일반 영화 관람료보다 몇배 비싸지만 클래식 애호가들에겐 인기있는 신년맞이 이벤트로 자리잡았다.

올해 신년음악회의 연주 프로그램은 카를 콤자크의 ‘대공 알브 레히트 행진곡, op.136’을 시작으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달콤 한 비엔나 왈츠, op.307’ ‘피가로-폴카.폴카 프랑세즈, op.320’ • ‘오페레타 ‘선칼퀴’ 서곡’ • ‘이슐 왈츠 NO.2’ • ‘나이팅케일-폴카, op.222’, 요제프 헬메스베르거의 ‘전 세계를 위해서’ 등이며 러닝 타임은 인터미션을 포함해 총 150분이다.

틸레만은 ‘부르크너 스페셜리스트’라 불리는 만큼, 브루크너 탄생 200주년을 여는 의미로 브루크너의 곡인 ‘Quadrille, WAB 121(Orchestr. W. Dörner)’을 초연할 예정이다.

또한, 1월 7일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빈 필하모닉오케스 트라의 실내악 연주단인 ‘필하모닉 앙상블’의 내한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엠디저널 독자여러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로 올해도 생동감 있는 시작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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