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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특집, 고령사회가 아니다, 초고령 사회

  • 입력 2024.02.02 12:55
  • 기자명 엠디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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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사람들은 세상을 자기 위주로 바라본다. 어린 아이는 어린 아이의 기준으로, 젊은 사람은 젊은 사람의 기준으로, 나이든 사람은 나이든 사람의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는 당연한 일이며, 모든 사건의 출발점이 된다.

다만 개인과 집단의 관점은 조금 다르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이미 늙어 간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흔히 뉴스에 나오는 초고령화 사회가, 정말로 코앞이기 때문이다.

이젠 나이든 사람들이 문자 그대로 다수가 되어가는 시대가 왔다. 행정안전부가 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2월 31일 기준으로 70대 이상 인구가 사상 처음 20대 인구를 넘어섰다. 또한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가 4년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이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1인 세대 증가 영향으로 세대 수는 지속 증가세를 보였으며, 수도권 인구는 비수도권 인구보다 70만명 이상 많아 사상 최대 격차를 기록했다.

 

내년이면 한국은 정말로 초고령사회

일견 바라보면 그저 평균 수명이 늘어가는 것 때문에 일어난 부수적인 현상일 수 있지만, 이를 뜯어보면 대한민국이 늙어간다는 사실은 더욱 확실하게 다가온다.

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은 고령 사회, 20% 이 상은 초고령 사회로 구분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내년에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지난해 65세 이상에 해당하는 '고령 인구'도 전년보다 약 46만 명 늘어난 97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9%를 차지했다. 20%까지 단 1%를 남겨둔 상황이고, 현재 만 64세 인구를 감안하면 20% 진입은 확정이다.

이처럼 전체 인구 대비 고령 인구 비율은 2015년 13.2%, 2020년 16.4%, 2022년 18% 등 매년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다. 지역별로 보면 이미 이 문제가 현실인 곳도 많다. 통계에 따르면 17개 시도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8곳이 이미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2022년 고령사회로 분류됐던 충북과 경남이 지난해 초고령사회에 포함된 결과다.

대도시 중에서도 대구와 서울, 제주, 대전 등 나머지 8곳은 고령 사회로 분류됐다. 유일하게 세종만이 고령 인구 비율이 11%로 고령 사회 기준인 14%에 못 미쳐 고령화 사회에 해당했다. 또한 노인인구 비율이 20%가 넘어설 경우 초고령 사회로 본다. 특히 국내 제 2의 도시인 부산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22.2%다. 서울의 고령인구 비중은 18.1%이며 전국 평균은 18.4%다.

 

노인이 움직이는 세상

이처럼 저출산과 고령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며 한국 노동은 40대에서 60대 이상 노인이 주도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23년 12월 기준 자료에 따르면 40대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해 11월 감소세로 전환했는데, 통계집계를 시작한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50대와 60대의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세는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연령별 고용보험 가입자수는 23년 12월 기준으로 40대는 357만 4000명, 30대는 345만 1000명, 50대는 335만 1000명이다. 29세 이하 는 242만, 60대 이상은 235만 6000명으로 거의 엇비슷한 상황이다.

또한 단순히 노동자 수 뿐 아니라 기업의 핵심 결정권을 보면 이미 한국은 노인이 움직이는 세상이다. 단적으로 말해 국내 500대 기업 대표이사들의 연령이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관록과 실적이 필요한 책임자의 자리에는 당연히 나이가 많은 사람이 어울린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를 고려하더라도 대표이사들의 평균연령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대형 기업의 대표이사들은 60대가 전체 50%에 육박하며 70대에서 90대의 초고령 대표이사도 약 5%를 차지 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0년 말과 2024년 초를 기준으로 500대기업 대표이사의 연령을 조사한 결과, 올해 초 기준 대표이사 670명의 평균 나이는 59.7세로 나 타났다. 약 3년 전인 2020년 말의 58.6세보다 1.1만큼 늘어난 정도다.

2020년 말에는 50대 대표이사 비중이 50.6%로 제일 높았으나, 3년여새 60대 대표이사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올해 초 기준 60대 대표이사 비중은 49%(328명)로 2020년 말 (35.9%, 239명)과 비교해 13.1%p 상승했다. 같은 기간 50대 대표이사 비중은 50.6%(337명)에서 38.5%(258명)로 12.1%p 하락했다.

 

실제로 줄어가는 인구

저출산 • 고령화와 함께 인구 감소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는 5천132만여명으로 전년 대비 11만3천여명, 즉 0.22% 감소했다. 또한 이중 자연적 요인 (출생자 수 - 사망자 수)에 의한 주민등록 인구 감소는 11만 8881명이었다. 사상 처음으로 인구가 줄어든 2020년 이후 4년 연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자(2천556만여명)는 5년 연속, 여자(2천575만여명)는 3년 연속 감소했다.

연령대별 구성 비율을 보면 한국의 ‘부실한 하단’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국의 인구는 50대가 16.94%로 가장 많고, 이어 40대가 15.44%, 60대가 14.87%, 30대는 12.81%, 70대 이상이 12.31%으로 12.07%인 20대와 9.06%인 10대, 그리고 10대 미만의 6.49%보다 앞서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73만 411명(18.96%)으로 2022년(926만 7290명) 보다 46만 3121명(5%) 증가했다. 반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3593만 1057명(70%)으로 2022년 (3628만 1154명) 보다 0.96% 감소했다.

앞으로 고령 인구는 더 늘고 젊은이는 더 줄어드는 것은 ‘정해진 미래’다. 지금 19세 이하 인구를 다 합쳐도 이미 15.6%에 불과, 50대의 16.9%보다 적고 60대의 14.9%와 비슷하다. 인구가 줄어가고 나이드는 사회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늘어가는 ‘노화’ 사망자

또한 노인 사망자 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 역시 크게 다가온다. 최근 서울시는 통계청 사망자 수를 토대로 2028년도에는 하루 170건 정도의 화장이 필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지난해 기준 장례 3일차에 화장을 하는 비율은 전체 화장 인원 중 53%로, 나머지는 순서가 밀리거나 유족의 요청으로 장례 4일차에 화장을 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사망자를 미처 제시간에 다 처리할 수 없다는 뜻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치사율이 10%를 넘는 미증유의 전염병 등으로 고통받는 것이 아닌, 그저 자연스럽게 구성원들의 노화로 인한 사망률 증가의 결과물이다.

이처럼 초고령화 사회라는 것은 신문과 방송 너머의 낯선 개념이 아닌, 실제로 노인이 다수를 차지하게 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현실적 경고다.

늙고 지친 대한민국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는 우리가 현실을 직시할 때다. 젊고 활기찬 대한민국은 점점 사라져가고, 완숙한 중년의 시기를 채 느껴보기도 전에 빠르게 늙어가는 것이 이 국가의 운명이다. 일하는 사람들은 나이들어가고, 주 소비자도 늙어가며, 투표권을 가졌으며 국가 복지의 대상자들이 쇠약해져 간다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기업도, 정부도 이를 기억하고 준비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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