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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개입

  • 입력 2024.02.15 14:43
  • 기자명 전현수(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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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치료자 – 환자 관계가 확립되면, 치료자는 환자를 이해하는 데 시간을 쓸 수 있게 됩니다. 이야기도 듣고, 표정과 행동도 관찰하면서 환자를 파악합니다. 치료자는 셜록 홈즈처럼 예리하게 환자를 간파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예 민해서는 안 됩니다. 예민하면 지치기 때문입니다.

환자와 치료자는 살아온 과정이 다릅니다. 그래서 머릿속에 든 것도 다르고 생각도 다르고 쓰는 말도 다릅니다. 이는 환자가 무슨 말을 할 때 치료자가 자기 언어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치료자는 환자의 마음속에 들어가 있는 게 제일 좋습니다. 자기를 스톱하고 환자 속에 들어가서 환자의 인생 속에서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환자와 함께 움직이는 치료자는, 환자의 내면에서 일어나지만 정작 환자 자신은 알아차리 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치료자가 질문을 던지는 등 반응을 보이면 환자는 비로소 ‘아, 이런 게 있었구나!’ 하고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환자가 치료자에게 집중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집중 상태에서, 최면 치료에서처럼 환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환자를 편안하게 해줘야 됩니다. 치료자와 함께 있는 시간이 환자에게 편안하게 받아들여져서, ‘내가 다른 데서는 힘들어도 여기 오면 편안할 수 있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편안한 가운데 환자가 자유롭게 말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말하는 것은 환자가 먼저입니다.

언제나 환자가 먼저 충분히 말한 다음, 아무 말이 없을 때 치료자가 말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가끔은 환자가 약속 시간에 늦어 상담 시간이 부족한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도 시간이 넉넉하다는 느낌이 들게 할 수 있어야합니다. 치료자가 늘 여유 있는 마음가짐이 되면 환자가 시간에 쫓기지 않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환자의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때는 질문이나 자연스러운 개입을 통해서 이야기의 물꼬를 돌리는 게 필요합니다. 환자를 어느 방향으로 억지로 끌어 당기지 말고, 환자의 마음속에 들어가 환자에게 공감하고 환자를 이해하며 적절히 반응하여 자연스럽게 유도합니다. 치료자가 던지는 질문은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환자가 중요한 것을 말할 수 있게끔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을 해석적 질문이라고 부릅니다.

비유를 하자면 방에 불이 꺼져 깜깜해졌을 때, 방을 잘 아는 사람이 방을 모르는 사람에게 손전등을 쥐어주고 전등 스위치 있는 쪽을 찾아 불을 켤 수 있도록 도우며 하는 말이 치료자의 질문입니다. 환자로 하여금 무언가를 보게 하는 질문입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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