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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의료 너머의 경제 문제, 한국은 어느 길을 가야 하는가?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와 노인 빈곤

  • 입력 2024.03.04 17:16
  • 기자명 엠디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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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세계 유수 석학의 관심을 독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1990년에 전체인구수의 5.1%이던 노인인구(65세 이상 인구)가 2000년에 7.2%, 2010년에 11.0%를 차지하고 2050년이면 37.4%에 달하게 된다. 이에 따라 1990년 이후 2040년까지 매10년마다 노인인구 비율이 2.1%포인트에서 8.0%포인트 이상으로 더욱 가파른 증가양상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인의 경제 문제를 언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노인 인구는 소득이 적고, 의료 관련 지출은 많은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과 가족들의 문제를 떠나 사회적인 지출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가난에는 이자가 붙는다”는 슬픈 말이 있다. 난방을 충분히 하고 따듯한 옷을 입지 못해 감기에 걸리고, 그 감기가 폐렴으로 악화 되는 경우. 건강하고 좋은 음식보단 양 많고 저렴한 음식으로 식사를 때우는 경우. 치과 진료비가 부담스러워 단순한 치통을 참아 넘기려다 어금니를 몇 개나 빼야 하는 경우. 병원에 입원하는 금액이 부담스러워 힘든 통원치료를 선택하는 경우. 대부분의 건강 문제는 결국 경제 문제다. 노인들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대한민국이 노인 빈곤 문제에 약한 이유

한강의 기적, 세계에서 유례없는 중진 • 선진국 진입의 빠른 기록, 이제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또한 경제 뿐만 아니라 문화 콘텐츠 측면을 생각하면 미국 • 중국 • 일본 • 독일 • 프랑스 • 영국 • 이탈리아의 최선두 주자 외에는 한국보다 앞섰다고 자신있게 말할 나라가 없다.

그러나 고령화를 일찍 경험하였으나 그 고령화 속도가 느렸던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 사회는 노년기 관련 건강이나 복지, 사회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했다. 정책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사회적 성숙함과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그 여파는 노인들에게 정면으로 닥치고 있다.

본 기사에서는 향후 대한민국 인구의 20% 이상, 물경 천만을 차지할 노인 인구의 상당수가 마주할 빈곤 문제를 다루어, 그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한다. 1차적으로는 개개인(노인과 중장년을 막론하고)이 이런 의제의 심각성을 인지해 스스로의 노후 대책을 더욱 탄탄하게 세우며, 2차적으로는 이러한 문제들을 인식한 개인이 모여 사회적인 움직임을 일으키는 것이다.

 

노인 빈곤, 대한민국의 실상

대한민국 노인 빈곤율은 무려 40.4%, 76세 이상으로 국한하면 무려 절반이 넘는 52%에 달한다. 이는 OECD에서 명실상부한 1위로, OECD 회원국 평균(14.2%)의 약 3배다. 이는 올해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른 2020년 기준 데이터다. 전체 OECD 회원국에서 노인 인구의 14.2%, 76세 이상 인구의 16.6%가 상대적 소득 빈곤(가처분 소득이 중위가구가 처분소득의 50% 미만)에 처해 있다.

대표적 선진국인 미국(22.8%), 호주(22.6%), 일본(20.2%) 독일(11.0%)도 빈곤 노인 증가로 생산성 저하, 의료 • 복지 비용 부담 증가 등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한국(40.4%)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OECD 가입국 중 노인의 소득 빈곤율이 40%대에 달할 정도로 높은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한국 다음으로 높은 에스토니아(34.6%), 라트비아(32.2%)는 30%대에 불과하고, 소득 불평 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미국도 우리의 절반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 역시 저출생 • 고령화 위기에 대응하는 통합적인 관점의 정책이 준비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생산 인구가 줄며 세수가 떨어지는 것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년 연장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우리나라가 노인 고용률은 높지만 그 대부분이 비정규 근로 형태인 것 역시 같은 문제에서 출발한다.

결국 사회적 문제의 대다수는 경제적 이유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안정적이고 양질의 근로소득은 이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는 관건이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공적연금, 그중에서도 기초연금 확대를 주장하기도 한다. 모든 노인에게 지불되는 현금성 정책인만큼 그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이 3.6%로 OECD의 절반 수준인 점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적연금 지출을 OECD 평균 수준인 7%대로 올리는 것이 그 주장의 골자다.

 

노인 빈곤의 해결책

현재 학계에서는 ‘신체 능력의 저하에 따라 외부적인 요인에 대처할 저항력과 예비능력이 감소함에 따라, 질병의 유무를 막론하고 건강악화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태’를 노쇠(frailty)라고 정의한다. 기존에 있던 나이들어 약해진 상황이라는 뭉뚱그림을 더욱 명확하게 정의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경제적인 부분까지도 해당한다.

 

쇠약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또한 필요한 것이 노화로 인한 쇠락의 사회적 인식 개선이다. 그리하여 이 노인들이 사회에서 스스로 본인에게 필요한 활동을 직접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다시 생산자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사회의 구조는 건강한 일반 성인에 맞춘 매커니즘으로 돌아간다. 물론 사회의 다수이자 생산자이자, 주 납세자들을 우선하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한창때의 성인들은 사회 구조(정치제도와 복지제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부터, 화장실과 공공시설의 구조처럼 눈에 보이는 것까지 모두)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약하게 받는다. 근로 격려금 5%나, 계단 높낮이 1cm에 생활상이 통째로 바뀔 수 있는 노약자나 어린아이와는 그 체감이 다르다는 의미다. 따라서 일반 성인들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구조의 절묘한 균형이야말로 정부가 추구해야 할 정책의 지향점이다.

통계청과 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이래로 노인인구의 진료비 지출과 약품비 지출이 전체의 40%를 넘어선 채 점차 늘어나는 중이다. 물론 노인인구가 상대 적으로 더 많은 진료비와 약품비를 지출하는 것이 정상이긴 하지만, 결국 그것이 가정과 개인, 더 나아가 국가 의료 보험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생산보다 소비가 중요하다

일반적인 빈곤은 자산 증식 속도가 느린 인구에게 닥친다. 바꿔 말하면 노동 소득과 투자 소득이 모두 낮은 사람들에게 더 많이 닥치는데, 이는 보통 지적 노동자들이 아닌 비숙련 육체 노동자들이다. 그리고 이렇게 쇠약해져가는 육체는 이전과 같은 근로 능률은 물론, 절대적 근로 시간과 피고용 선호도까지도 낮춘다. 더더욱 위험해지는 이유다.

노인들에 대한 지원이 더욱 필요한 또다른 이유는 바로 ‘소비능력’이다. 특히 현재와 같이 AI와 3D프린터 등 각종 첨단 기술의 대두로 생산력이 폭증하는 시대에는, 기업의 생산물을 끊임없이 소비해줄 대상의 중요성이 과거보다 훨씬 더 커지고 있다. 10명이 공장을 돌려 상품을 수백개 만들어 낼 수 있다 해서, 이들이 밥을 수백인분, 집 수백채, 차 수백 대를 소비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앞서 언급한 공적 연금의 확대를 요구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 노인 건강문제의 특성과 문제점

노인의학에서 강조하는 노인건강 문제에는 중요한 특성들이 있고, 그에 따라 노인건강관리는 별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이것은 소아과가 소아 환자들을 단순한 성인 환자들의 축소판으로 대하지 않는 것과 동일한 이유다. 중장년때와 비교해 약해진 근육과 뼈, 기능이 떨어진 장기, 그로 인해 낮아진 면역력 등의 복잡한 작용을 유기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만의 쇠약함 역시 특기할 부분이다. 미국 노인들의 유병률은 약 7% 정도이지만, 우리나라 지역사회 거주 노인들의 노쇠 유병률은 그보다 두배 가까운 11.7%에 달할 정도로 쇠약함의 정도가 심한 편이다. 특히 ‘만성복합질환 (Multiple Pathology)’과 ‘다약제복용(Polypharmacy)’은 한국 노인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도 할 수 있다. 2014년 보건복지부의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노인인 구의 89.2%가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보유했으며, 3개 이상 복합질환자도 46.2%에 달한다.

국내에서 노인들의 복합만성 질환 때문에 생기는 또다른 문제는, 바로 하루에 6종류 이상의 약물을 복용하는 다약제 복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외래환자가 1인당 6종류 이상의 약물을 처방받은 비율은 86.4%, 11종류 이상의 약물을 처방받은 비율은 44.9%, 21 종류 이상의 약물을 처방받은 비율은 3.0%으로, 이는 다른 선진국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이다.

더 큰 문제는, 다약제복용은 그 자체가 인지기능저하, 섬망, 불면증 등의 부작용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약성은 동시에 독성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노인 환자들이 겪는 만성질환의 상당부분이 명확하게 집계되지 않은 다약 제복용의 부작용으로 보고 있다.

 

노화 문제는 피할 수 없으나, 빈곤 문제는 극복할 수 있다

“나이든다는 것은 그 자체가 병이다”

이 말은 오래전에 고대 로마의 전설적인 희극작가 ‘푸블리우스 테렌티우스 아페르’가 남긴 말이다.

이러한 사안에 대한 고민은 단지 이에 해당하는 노인들만이 해서는 안된다. 이는 사회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겪을 일이고, 겪는 일이며, 사회가 짊어져야 할 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을 교훈삼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마찬가지로 테렌티우스가 남긴 말로 마무리짓겠다.

“나는 인간이다. 인간에 관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남의 일로는 여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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