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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성욕은 재앙인가?

  • 입력 2024.03.07 17:23
  • 수정 2024.04.15 14:54
  • 기자명 박혜성(혜성 산부인과 원장, 여성성의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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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저널] 

지구의 역사에서 진화생물학적으로 남자는 되도록 많은 씨를 뿌리도록, 그리고 여자는 남자를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승낙하도록 진화해왔다. 그래서 남자들은 여자의 미소와 친절은 자신을 좋아하는 것으로 과장되게 해석을 해왔고, 여자들은 아무리 남자들이 많은 선물을 주어도 신중하게 그 남자의 진심을 확인하도록 진화를 해왔다.

남자와 여자는 그렇게 다르게 진화를 했다. 과학의 진보에 의학의 발전과 산업혁명이 발생하기 전에는 사람의 생존률 자체가 높지 않았다. 태어난 아이들 중에 소수만 살아남았고, 온갖 열병이나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기계가 없을 때는 인간의 노동력이 중요했기 때문에 많은 자손이 필요했다. 그래서 되도록 많은 아이를 낳아야 했다.

산업혁명 이후로, 1950년대 피임약이 노벨상을 받아 여성이 원하는 시기에 출산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안 낳고를 여자가 결정할 수 있었다. 여성에게 선거를 할 수 있는 참정권이 생기고, 여자에게 재산이 허락되었으며 사회적 진출이 활발하고, 여성과 남성이 똑같이 교육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전쟁이 없어지고, 자원이 풍부해지면서 세상은 바뀌었다. 가슴 아프던 자궁의 역사와 여성의 역사가 종지부를 찍고, 이제는 여성과 남성이 평등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성은 특히 권력의 특성이 강하다. 권력이 있는 사람이 즉 ‘갑’이 ‘을’에게 다른 것을 요구하듯이 성을 요구하게 된다. 특히 거절하기 힘든 상황에 있는 을에게 갑이 다른 것을 요구하듯이 성적으로도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근 몇년간 대두된 ‘미투운동’은 이러한 상황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남자의 지나친 성욕은 재앙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 권력이 있거나 돈이 있는데 부인과 사이가 좋지 않거나 섹스 파트너가 없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여자에게 호감을 표현하거나 친절을 베풀어도 미투운동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성희롱이나 성폭행은 ‘여자’ 가 ‘을’ 이 그렇게 느끼면 죄가 성립이 되기 때문이다.

21세기에 사는 남자들은 매우 혼돈스러울 것이다. 남자의 뇌는 이미 인류 태동 이래로 이어받은 DNA가 새겨져 있는데, 행동은 21세기 식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인권이 강화되고 있어서 성문화와 관념을 바꿔야 하는 과도기이다.

또한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어떤 순간에 많이 분비되고 넘쳐나서 조절이 어려운 청소년기와 오랫동안 욕구를 해소하지 못해 이성과 욕망을 조율하기 어려운 남성이 범죄자가 되어가는 시대다.

성에 대해서 연구하고 상담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남자와 여자가 적대적인 관계가 되는 상황을 바라보는 것은 고통이다. 남자가 여자를 두려워해서, 마치 벌이 나비에게 꿀을 나르지 않듯이 되어 버리면 점점 세상은 AI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실제로 떨어지는 혼인율과 서로 짝을 이뤄 새로운 가정으로 사회를 이어받아야 할 젊은 세대에서 대두되는 이성 혐오의 통계치까지. 물론 필자는 이것이 지나친 기우이길 바란다. 성을 권력으로 사용하는 남자 혹은 갑은 정당한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대부분의 남자가 성적으로 위축이 되어서 사랑의 꽃을 피워내지 못하는 결과가 염려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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