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Inteview]의술에 예술을 더해, 꿈과 열정으로 걸어온 한 길

건국대학교병원 소화기병센터·헬스케어센터장 심찬섭 교수

  • 입력 2010.05.01 00:00
  • 기자명 emddaily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L]지난해 12월, 건국대학교병원 지하에는 병원을 오가는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가 아닌 클래식 기타의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졌다. 공연명은 ‘2009 서울 아르페지오 클래식 기타연주회’였지만 사실상 어려운 경제 형편으로 적절한 치료가 힘들었던 불우 환우들을 위한 자선 공연이었다. 그리고 이날 차분한 목소리로 연주자와 곡에 대한 설명을 한 이가 있었으니, 클래식기타 동우회 ‘서울 아르페지오’의 회장이자 세계가 인정한 국내 최고의 소화기내과 권위자인 심찬섭 교수였다. 현재 소화기병센터와 헬스케어센터의 수장으로 바쁜 일과를 보내면서도 이처럼 어려운 환자들을 내 몸처럼 돌보는 일에도 결코 소홀함이 없는 심 교수. 후학들에게 올곧은 의사 상이 무엇인지 직접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심찬섭 교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희망을 준비하는 내일에 대해 들었다.


[Q]심찬섭 교수는 명실 공히 소화기내과 최고의 권위자로 꼽히고 있는데, 소화기내과를 선택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A]제가 레지던트 1년차 때의 일입니다. 당시 소화기를 담당하시는 이진관 교수님께서 제게 내시경 검사를 해보고 싶으냐고 물어보셨습니다. 갑작스러운 말씀에 놀라기는 했지만 기회라고 여겨 그러겠노라고 했습니다. 남들보다 빨리 내시경검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기회라고 할까요. 그 일이 있고나서 레지던트 3년차 때였습니다. 우연히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초음파 기기를 접하면서 초음파 검사법을 이화여대 경난호 교수님께 배울 수 있었던 것도 저에게는 큰 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순천향대학교병원 이사님이셨던 故 서석조 교수님께서 직접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초음파 장비를 세팅하셔서 초음파 검사를 임상에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전공의를 마치고 전임강사 발령 후 일본 연수를 갈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당시 일본의 수준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교토 제2적십자병원에서 나까지마 마사쭈꾸 선생님과 가와이 교수님을 만나게 됩니다. 이 두 분은 치료내시경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내시경유두괄약근 절개술을 처음으로 시도했으며, 이후 췌담도질환 환자에게 내시경 시술로 치료가 가능하게 된 획기적인 치료 내시경의 전환점을 만든 분들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기구가 부족해 시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비행기로 특별우송까지 해주신 고마운 분들입니다. 이처럼 훌륭하신 많은 선생님들께서 저를 소화기내과로 이끌어주셨습니다.


[Q]심찬섭 교수는 예술에도 조회가 깊은 의사로 유명한데, 클래식 기타는 어떻게 접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다

[A]고등학교 시절 음악을 들을 때면 유독 클래식 기타의 음색에 마음이 빼앗기곤 했습니다. 의대 진학 후에도 공부만 하기보다는 악기 하나쯤은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클래식 기타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클래식 기타가 잘 알려진 악기가 아니어서 배울만한 곳이 많이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기타리스트이신 이종석 선생님을 찾아 무조건 졸랐습니다. 제가 못미더우셨는지 단칼에 거절하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한 번에 포기할 저도 아니고 해서 삼고초려 작전을 택했습니다. 수차례 거절을 하셨지만 결국 “너 정말 끈질기구나”라며 허락해주셨습니다. 물론 이종석 선생님은 지금까지도 제 스승님이시기도 합니다. 대학시절에는 전남대학교 의대 클래식 기타 동아리를 창단해 공연도 하고 방송출연도 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습니다만 막상 졸업을 하니 병원생활로 짬을 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중 작은 재주나마 연주회를 통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3년 전 창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만날 사람도 많고 책임지고 있는 일이 많아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의자에 앉아 기타를 연습하는 게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막상 기타를 손에 잡으면 그 순간 마음에 여유가 생겨 좋습니다.


[2L][Q]의술이면 의술 예술이면 예술 등 다양한 활동으로 많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A]의술을 통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고 어려워하는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일상 진료에서도 노력하면서 최상의 신기술을 개발하고 받아들이는데 항상 적극적인 자세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상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환자를 많이 만나게 됩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자선공연을 떠올렸습니다. 동호회로써도 평소 연습하던 실력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병원 대강당에서 연주를 하니 공간이나 비용, 관객 동원 등의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고, 수익금은 모두 병원의 불우 환우를 위해 사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니겠습니까. 향후 어려운 환경에 있는 환자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그마한 시드머니를 준비하고 있고, 주변의 의료종사자들을 동참 할 수 있는 의료봉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겠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3L][Q]화제를 바꿔서 건국대학교병원의 스타교수 중 한명으로서 큰 신임을 얻고 있다. 건대 행을 결정했을 때에는 심 교수 자신만의 큰 뜻이 있었으리라 생각되는데

[A]지난 10년 동안 소화기병센터가 정착되는 과정 가운데 일 년에도 수차례 해외를 다니며 환자를 시술하는 등 국제 활동에 동참했었습니다. 그 결과 외국의 저명인사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다방면에 큰 성과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단순 센터 개념이 아닌 소화기 전문병원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소화기전문병원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건국대학교병원 행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소화기 전문병원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여러 과 전문 의료진들과의 원활하고도 유기적인 체제가 필요합니다. 기존 소화기병센터와 소화기전문병원은 기본적인 개념 차이가 있습니다. 소화기병센터는 소화기내과 의사가 중심이 되어 운영을 하는 반면에, 소화기전문병원은 내과뿐만 아니라 외과의사, 종양내과의사, 영상의학과 및 병리과의사 등 소화기와 관련된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진단에서 치료까지 환자 중심의 원스톱 진료 서비스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여기에 최상의 서비스를 강화시켜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에서 인정받는 병원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Q]지난 2월 2일 개소한 헬스케어센터의 센터장이 되었다. 헬스케어센터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A]헬스케어센터의 건강관리 시스템은 예방 의료 이상의 적극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에 있습니다. 고객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건강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입니다. 또한 의료서비스의 세계화에 당당히 앞장서 한국형 건강관리 모델을 정립하는 것이 헬스케어센터의 비전입니다. 또한 늘 환자들로 넘쳐나는 흔히 말하는 ‘3시간 대기, 3분 진료’라는 대학병원의 이미지를 완전히 쇄신해 쾌적하고 안락한 분위기에서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습니다. 사실상 경영만을 생각하자면 기존센터에서 리노베이션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건국대학교병원의 브랜드 가치는 바로 차별화에서 나온다는 것에 뜻을 모았습니다. 또한 메디컬투어를 염두에 두어 헬스케어센터 옆에 국제진료센터를 운영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직원채용 시에도 영어는 물론이고 제2외국어까지 가능한 인재를 우선으로 뽑고 있습니다. 또한 국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내국인과 마찬가지로 주치의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Q]병원과 의학의 발전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A] ‘고객이 편하지 않으면 절대로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모든 면에서 최고가 되는 헬스케어센터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또한 통합적이고 전문적이며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소화기전문병원의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또한 금년 6월에 공사를 시작해서 11월쯤 새롭게 오픈하는 소화기병센터를 통해 새로운 진료공간에서 환자들이 안락하고 쾌적하게 최상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 것입니다.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리고 기존에 형성되었던 국제적 네트워크를 잘 활용하여 건국대학교병원 소화기병센터가 빠른 시일 내에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궁극적인 목표라면 역시 다시 찾고 싶은 헬스케어센터, 다시 찾고 싶은 소화기병센터, 그리고 다시 찾고 싶은 건국대학교병원을 만드는 것이겠지요.


[Q]심찬섭 교수는 여러 방면에서 많은 후학들에게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앞으로 제2, 제3의 심찬섭이 나올 수 있도록 조언을 부탁한다.

[A]먼저 꿈과 열정이 필요합니다. 20년 전 제가 여러 국제학회를 참석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국제치료내시경워크숍이 열리기를 오랫동안 꿈꾸어왔습니다. 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해왔었습니다. 그 결과 1998년 당시 근무하던 순천향대학교병원 소화기병센터 개소당시 그렇게도 그리던 제1회 국제치료내시경워크숍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외국의 유명한 연자들을 초청하면 대부분 거절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한 회 한 회 성공리에 마침으로써 우리나라 의료수준과 치료내시경 수준이 최첨단의 위치에 올랐음을 이제 세계가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플라스틱 스텐트를 직접 제작해 내시경으로 삽입하는 시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담도암으로 폐쇄성 황달 때문에 고열로 시달리며, 이미 폐혈증까지 와 있던 위중한 상태의 환자였지만 시술 후 환자는 매우 호전되었습니다. 수술 다음날의 아침, 그날은 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소화관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준 ‘스텐트 시술’분야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아침이었습니다. 담도 스텐트를 처음으로 성공시킨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담도암, 췌장암에 기인한 폐쇄성 황달환자 등 총 여섯 예를 계속 시도하여 성공을 이루었고 그 결과를 학회에 보고[ref.1986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추계구연]했습니다. 당시에는 국제적으로도 발표된 예가 매우 드물었던 탓에 ‘담도내 스텐트 삽입’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행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국내 내시경 학회 분위기는 상당히 들떠 있었습니다. 사실 담도 스텐트 삽입술은 학계에서 처음 시도 되었던 만큼 스텐트 그 자체를 구하기에도 어려움이 커서 자칫 시술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동안 어려움이 와도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할 수 있다는 꿈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꿈과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그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온다고 봅니다. 임상의들은 일상의 진료에서도 열정을 가지고 있으면 그에 따른 꿈을 있게 되고 그 끔을 이루기 위해 더욱 열정이 필요하게 되지요. 그 꿈과 열정이 우리나라의 의학을 점차 한 차원 높이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많은 의료계의 문제점을 겪으면서도 오로지 사명감으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사랑을 실천하는 수많은 의사들이 있다.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자면.

[A]무엇이든 처음은 어렵고 험난합니다. 육체의 질병으로 마음이 피폐해지고 생의 희망까지 져버리는 수많은 환자들과 그의 가족들을 마주 대할 때마다 그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늘 찾고 생각하고 고민하게 됩니다. 끊임없는 연구와 실패를 딛고 다시 서는 수 없는 도전들로 지금의 의료계에는 많은 의료 기구들이 개발되어 의료인에게는 치료시술의 편의를, 그리고 환자들에게는 고통을 경감시키는 등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저 역시 지난 시간 제게 부딪혀 온 많은 환경적 난관들에 그저 머물러만 있었다면 지금 소화기 암 환자들에게 이와 같은 다양한 스텐트 시술은 아마 기대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현재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앞선 의료기술과 수많은 장비들을 갖추고 있습니다.

의문은 지성을 낳는다 했습니다.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끝없는 질문과 가능성에 대한 도전이 계속된다면 한국 의료계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입니다. 지금 노력하는 당신이 있기에 우리의 의료계는 끝없이 발전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