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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issue]‘불치는 없다’, 다시 시작되는 당뇨병 치료의 역사

건국대학교병원 최수봉 교수'

  • 입력 2010.1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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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그동안 소리 없는 살인자, 또는 치료보다 관리라는 개념이 지배적이었던 당뇨병, 하지만 이에 대한 최수봉 교수의 입장은 단호하다. 최 교수는 “당뇨는 치료를 넘어 완치도 가능하다. 지금까지의 당뇨에 대한 생각은 모두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뇨에 관해서는 이미 명의라고 불리는 최 교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남과 다른 당뇨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으며, 세계 최초로 인슐린 펌프를 개발, 그리고 한국형 당뇨의 제안으로 주목받아왔다. 그리고 세계 당뇨병 치료의 역사가 이곳 한국에서 최 교수를 통해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당뇨완전정복’의 사명을 불태우는 최수봉 교수를 만났다.

 

지금까지의 당뇨병은 치료가 아니라 관리 위주였다. 하지만 최수봉 교수를 통해 당뇨도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알려졌는데, 이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기존 약물치료나 주사치료 등은 혈당이 정상화되지 않는 치료입니다. 당뇨병의 원인과는 상관이 없는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만을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법은 영양분을 적게 섭취하고 비정상적으로 포도당을 많이 태워 혈중의 포도당을 낮게 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혈당이 떨어졌다고 해서 당뇨병이 근본적으로 치료되는 것일까요. 그저 혈당만 떨어졌을 뿐이지 당뇨병의 원인인 췌장이 좋아져서 인슐린이 정상인과 같이 분비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당뇨병 치료는 예를 들면 나무와 비유할 수 있습니다. 어떤 나무가 뿌리에 문제가 생겨서 잎사귀가 누렇게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했을 때, 그 잎사귀만 따주거나 그 잎사귀가 달린 가지를 쳐주면 당장은 멀쩡해 보이겠지만 과연 그 나무의 병은 고쳐진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바로 뿌리를 치료하면 그 줄기에 파란 새 잎이 돋는 것은 당연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당뇨병 치료도 그 뿌리인 췌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가 중요한 것입니다. 이제는 환자들도 이런 진리를 깨닫기 시작했고, 이젠 새로운 치료, 근본적인 치료, 치료가 가능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당뇨병을 연구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36년 전에 대학에 있을 때, 어떤 30대 애기 엄마가 당뇨병으로 입원했었습니다. 애가 셋인 엄마였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좋은 병원에 처음 입원했을 때는 그렇게 심하지 않은 환자였습니다. 그런데 이 분이 몇 번 입원을 거듭하는 과정을 지켜보니 점점 악화되어 각종 당뇨 합병증으로 고생하다 결국 죽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직도 그 남편이 울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이 애기 엄마는 왜 죽었을까요. 정말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기존의 치료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잘 생각해 볼 것은 ‘이 환자는 국내에서 가장 크고 권위 있고 좋다는 소위 최고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왜 죽었나? 이것이 치료인가? 치료는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는 것이 치료지, 살아있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치료가 아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깨달은 것이 기존 치료로는 안 된다는 것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그간 연구한 내용을 보면 특이한 점이 바로 한국형 당뇨라는 것인데, 한국인에 맞는 당뇨병 치료가 가능한가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체지방이 적습니다. 또 전통적으로 서양인은 주로 육식을 많이 하고 동양인은 채식을 많이 해서 동양인이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이 대체로 떨어진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래서 서양인의 경우 가령, 체중이 80kg인 건강한 사람(이 경우 췌장의 인슐린분비가 정상인 상태이고 이를 100으로 보았을 때)이 육식과 인스턴트,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고 체중이 100kg이 되었다면, 이 사람은 몸을 유지하기 위해 80kg일 때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서 더 많이 먹게 될 것이고 그것은 더 많은 인슐린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그런데 체중이 늘었다고 해서 인슐린 분비가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결국, 이 사람은 약을 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식사량 조절과 채식 위주로 바꾸어야 체중이 줄고, 그래서 다시 80kg으로 돌아간다면, 이 사람은 정상인처럼 건강한 상태로 돌아갈 것입니다. 이것이 서양인 당뇨병 환자의 패턴입니다. 하지만, 동양인 당뇨병 환자의 대부분은 인슐린 부족으로 인해 먹은 것이 동화되지 못해 몸에 에너지로 쓰이지 못해서 그것이 모두 소변으로 나가는 것 아닌가요. 그렇게 되면, 몸에 에너지는 점점 고갈되고 근육 등에 저장되어 있던 에너지를 쓰게 되고 결국, 체중은 점점 줄게 되고, 에너지 부족 상태로 인해, 세포가 망가지면서 각종 합병증이 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서양 환자를 치료하는 교과서를 그대로 들여와 우리 환자들에게 적용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체중이 점점 줄고 기력이 떨어지는 환자에게 운동과 소식을 강요하면 결국 그 환자는 더 체중이 줄고 기력은 더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것이 과연 옳은 치료법입니까. 잘 생각해 보면 아주 쉽게 알 수 있는 것이죠.

 

최수봉 교수하면 역시 인슐린펌프를 빼놓을 수 없다. 인슐린펌프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당뇨병을 간단히 설명하면 당뇨병환자는 정상인보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덜 분비되는 병입니다. 그런데 그 인슐린은 우리가 밥을 먹으면 그것이 위에서 소화가 되고 소장에서 흡수되어 피 속으로 들어온 포도당을 모두 온 몸의 세포에서 이용하게 하는 호르몬이 인슐린입니다. 이 인슐린이 부족하면 세포 속으로 운반되지 못 한 포도당이 피 속에 남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우선 혈액순환이 안 되어 결국 온 몸의 모세혈관부터 막히게 되고 신경세포도 파괴되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각종 합병증이 오게 되는 것입니다. 주목할 것은 인슐린은 식사 후에 필요하고 포도당을 운반하고 나면 바로 없어진다는 것입니다. 환자가 인슐린이 부족한 양만큼, 필요한 때에 인체에서 분비하는 것과 똑같은 패턴으로 인슐린을 보충해 주면 그 환자는 정상인과 같은 상태가 됩니다. 이렇게 인슐린을 몸속으로 주입하는 기계가 인공췌장기, 곧 인슐린펌프입니다. 그래서 인슐린펌프는 환자의 혈당을 정상인과 같이 24시간 정상혈당으로 유지해 줌으로써 합병증을 예방하고 이미 온 합병증도 치료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환자가 발병 초기에 인슐린펌프 치료를 받을수록 완치율이 훨씬 높다는 것이 연구로 밝혀졌습니다.

 

[2R]인슐린펌프를 1979년도 처음 개발하고 그동안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제 인슐린 펌프의 완성을 기대해도 되겠는가.

현재는 24시간 혈당조절에 머물지 않고 환자가 몸에 달고 있는 인슐린펌프에 손대지 않고 리모트컨트롤로 손쉽게 인슐린을 주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인슐린펌프에 혈당측정기가 내장되어 있어서 혈당 체크를 할 수 있고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측정한 혈당이 모두 자체 저장되어 환자에게 가장 적정한 인슐린 양을 계산해 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그리고 환자가 어느 곳에 있든 스마트 휴대폰으로 그 환자의 인슐린펌프를 컨트롤 할 수 있고 환자의 모든 데이터가 서버 컴퓨터에 저장되어 치료자와 환자에게 유용한 처치 등이 가능한 유비쿼터스 인슐린펌프 시스템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최수봉 교수의 연구 성과는 국내보다도 오히려 외국에서 더 큰 인정을 받고 있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당뇨병에 대해 최 교수에게 거는 기대가 큰데 이에 대한 생각은…

지난 9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2010유럽당뇨병학회(EASD)에서 연구논문을 구두로 발표했습니다. 그 때 그곳에 5천 명이 넘는 의사들이 모여 큰 관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연구는 인슐린펌프로 치료한 환자들을 5년 간 추적 조사한 결과, 거의 모든 환자들이 혈당이 정상화되고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회복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환자 중에는 인슐린펌프를 떼어 내고 어떤 의학적 치료를 받지 않고서도 정상혈당을 유지하는 완치 상태의 환자도 있었다는 것을 보고했습니다. 이것은 기존의 당뇨병 치료에 대한 개념 자체를 뒤집은 것이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많은 학자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습니다.

 

올해 인슐린펌프 치료를 통해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이 회복되는 것을 밝혔다. 그동안 국내는 물론 세계 학회를 통해 이뤄진 성과에 대한 평가는 …

우선 2003년에는 인슐린펌프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당뇨와 대사체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Diabetes-Metabolism Research and Reviews)에 인슐린 펌프의 당뇨병 치료효과를 보고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논문에서 2형 당뇨병환자에게 인슐린 펌프 치료를 시작한 뒤 16개월 후 전체 환자의 34.4%가 어떤 약물 치료를 하지 않고도 정상 혈당치를 평균 13.6개월 동안 유지했다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또, 2006년에는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발표한 논문에서는 인슐린 펌프 치료를 받은 154명(평균 54.5세)의 환자들을 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혈중 ‘당화헤모글로빈(HbA1c)’ 평균치가 치료 초기 9.2%에서 치료 후 정상인(4~6%)에 근접한 6.1%로 개선됐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당화헤모글로빈(당화혈색소)은 평균 2~3개월간 혈당조절이 잘 되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수치로 혈당이 높아지면 이 수치도 올라갑니다. 이렇게 거의 매년 대한당뇨병학회, 미국당뇨병학회, 유럽당뇨병학회, 세계당뇨병학회 등에서 인슐린펌프 치료를 통한 연구를 발표했는데, 모두 인슐린펌프 치료를 할 경우, 혈당이 정상회 되고, 췌장 기능이 회복되며,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밝혀내서 발표한 것입니다.

 

당뇨병은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당뇨완전정복까지 기대해도 좋은가.

케어나 관리 같은 말은 치료와는 다른 말입니다. 치료가 안 되니까 ‘관리를 잘해야 한다’거나 ‘평생 같이 가야 하는 병’이라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왜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그런 방법에 투자를 합니까. 아무리 관리를 해도 몸은 점점 합병증을 향해 가는데, 우리가 과학적으로 잘 생각해 보면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원리입니다. 인슐린펌프 치료는 인체에서 인슐린이 부족한 양 만큼, 필요한 때에 보충해 주어서 정상인과 똑같이 24시간 혈당을 정상화 해줌으로써 우리 몸의 모든 세포에 영양이 잘 공급되고 이를 통해 세포가 건강하게 되는 것입니다. 췌장 역시 우리 몸의 세포기 때문에 췌장세포도 건강해져서 회복되는 것입니다. 결국, 인슐린펌프를 달고 있을 뿐이지만, 혈당조절이 정상인과 같이 정상화되어 합병증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고 췌장세포가 덜 망가진 초기에 치료를 받을수록 완치율도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동안 당뇨병을 연구하면서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고 들었다. 앞으로 국내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 바라는 것이 있다면…

30년 넘게 인슐린펌프 치료를 해 오며 지금 이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국내 의료계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인슐린펌프 치료에 대해 너무 많은 매도를 당한 덕에 더 열심히 연구하고 더 열심히 환자를 치료해 오늘에 이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내가 있게 해준 국내 의료계에 감사드립니다. 한 마디 고언을 한다면, 우리 의료계도 이제는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의사의 임무는 환자를 살리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슐린펌프 치료가 더 많이 확산되어 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당뇨병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내 바람입니다. 우리 의료계가 모두 하나가 되어 그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3R]당뇨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면…

당뇨병은 완치가 가능한 병입니다. 많은 연구 결과가 증명하지 않습니까. 또, 당뇨병은 친구처럼 평생 가는 병도, 불치병도 절대 아닙니다. 제대로 된 치료법을 선택할 경우, 아주 쉽고 무섭지도 않은 병 같지도 않은 병입니다. 이제 환자들도 병원의 명성, 크기, 의사의 권위 등에만 맡기면 안 됩니다. 지금은 정보화 시대입니다. 모든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알 수 있는 시대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 살기 위해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정보를 알아야 합니다. 과거에 어떤 기업의 광고 카피처럼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의 선택이 목숨을 좌우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환자들은 어떤 치료에 대해 알기 위해서 현재 그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를 잘 살펴보고 또 직접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 치료를 받고 계속 좋아지는지, 아니면 나빠지는지 주변의 환자들을 확인해보는 것입니다. 많이 확인하면 할수록 그 치료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건강해지는 치료를 선택하면 그 환자도 당연히 건강하게 된다는 것은 불문가지 아니겠습니까.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인슐린펌프 치료를 더욱 연구, 개발해 지금보다 더 쉽게 빨리 당뇨병을 완치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당뇨병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울러 그것을 통해 노벨 의학상을 받는 것입니다.

후학들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어느 방면이나 앞서가는 사람은 외롭고 힘듭니다. 하지만 그 고통에 비례해서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스스로 고통의 길을 택하는 것도 자기 발전을 위해 좋은 약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고통을 겪을수록 더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그 길을 과감하게 선택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