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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왕성상의 인물 탐구]“사람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

김광호 보령제약 사장

  • 입력 2011.0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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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고혈압 약의 국내 시장규모는 약 1조4,000억 원쯤 됩니다. 그 중 보령제약의 카나브와 같은 ARB계열은 7,000억 원에 이르며 연 20%씩 성장하는 시장입니다. 카나브는 ARB계열 고혈압약 시장에서 금년부터 5년 내 2,000억 원 판매를 목표로 잡고 있어요. 카나브가 신약이란 점과 여러 주변 요건들을 볼 때 충분히 가능합니다. 나아가 중장기적으론 ARB계열 시장에서 카나브 점유율을 30%까지 높일 겁니다.”보령제약이 국산신약으론 열다섯 번째로 내놓은 카나브는 지난 9월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 전부터 의료계와 제약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김광호 사장은 ‘발매 5년 내 2,000억 원 매출’을 자신했다. ‘아무래도 2,000억 원은 힘들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그를 잘 모르는 일부 사람들 견해일 뿐이다. 김 사장이라면 7,000억 원, 1조 원 달성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제약업계 사람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가 파는 건 단순한 ‘약’이 아니다. ‘믿음’이다. 얄팍한 상술이 아니라 사람을 우선하는 인본주의(人本主義) 경영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그가 해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 근거다. 보령제약 김광호 사장을 신묘년(辛卯年) 새해를 맞아 MD저널이 만났다. 문은 장애물일 뿐, 사람관계의 핵은 원활한 ‘소통’서울시 종로구 원남동 66-21 보령빌딩 15층 한 쪽엔 김 사장의 집무실이 있다. 그를 만나기 위해 처음에 들어서는 사람은 누구나 의아해한다. ‘사장실’ 하면 크고 잘 꾸며져 있을 것이란 생각이 한 순간 무너진다. 좀 심하다고 할 정도로 검소하다. 3평 남짓 되는 그곳엔 흔한 소파 하나 없고 부속실도 없다. 한 가운데 놓인 회의용 탁자와 의자들, 컴퓨터가 있는 책상이 전부다. 사장실에 딸린 회의실이거나 접견실로 착각하기 쉽다. 왕성상 대기자: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보령제약 사장 집무실이 너무 작아 보입니다. 좁기도 하지만 집기비품이 너무 없어 이상하게 보여요. 김광호 사장: 아니, 이것보다 더 어떻게 잘 해놓습니까. 괜히 쓸데없는 물건들이 방을 차지하면 더 복잡하기만 하고…. 가끔 고향 친구들이 와서 한마디씩 하지만 저는 이게 좋습니다. 사장실 칸막이도 없애자고 했어요. 김승호 회장님께서 그것까지는 양보할 수 없다고 하셔서 있는 거죠.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데 칸막이가 왜 필요합니까. 회의 때도 문을 닫지 않습니다. 직원이 들으면 안 될 회의라도 있습니까. 사람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건 ‘소통’ 입니다. 문은 장벽이 됩니다.”김 사장은 뭔가 보여줄 게 있는 듯 창가로 가 블라인드를 올렸다. 나타난 전경이 놀라웠다. 멀리 보이는 도봉산과 인왕산 자락, 창경궁, 비원, 종묘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경치가 기가 막혔다. 김 사장은 “크고 꽉 막힌 집무실보다 밖이 훤히 보이는 이런 방이 좋다”고 말했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맘이 답답할 땐 창밖을 봅니다. 거짓말처럼 기분이 깨끗해져요. 우리나라 CEO(최고경영자) 중 제 방이 가장 명당일걸요.” 그는 감춰뒀던 보물을 자랑하는 어린아이처럼 천진해보였다. 또 하나 김 사장실의 특징은 늘 문이 열려있다는 것. 손님이 찾아와도, 회의를 할 때도 언제나 그렇다. 김 사장의 중요한 경영철학이 말 속에 녹아있었다. ‘사람 중심’ ‘소통’ ‘정직’으로 요약된다. 형식보다 내용, 이론보다는 실천, 실용을 중시하는 점이 돋보인다.왕성상 대기자: 새해가 밝았습니다. 보령제약의 청사진부터 듣고 싶습니다.김광호 사장: 우리가 처음 만든 글로벌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키우는 겁니다. 국내 전체로 따져 15번째 신약으로 자신 있습니다. 13년간 500억 원의 개발비가 들어간 카나브를 ‘국민고혈압 약’으로 자리매김해 ‘제2창업’의 승부수를 던질 겁니다. 2014년엔 한해 매출액 1조원을 이룰 계획입니다. 기존사업 확충에다 신제품 개발·판매, M&A(기업합병)로 가능합니다. 물론 중국, 멕시코, 유럽 등 외국시장도 적극 공략합니다.왕성상 대기자: 국민고혈압 약이라고 했는데, 카나브가 가지는 의의는 무엇인가요.김광호 사장: ARB 고혈얍 성분은 지금까지 7개 다국적 제약사에서만 개발되었고, 7개 성분 모두가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고혈압 전체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고 카나브가 속한 ARB 계열 약물은 매년 20% 이상의 성장을 보입니다. 하지만 카나브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국적 기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카나브는 우리가 만든 우리 고혈압 신약, 즉 국산1호 고혈압신약입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국산 신약으로 수입대체 효과로 국익에 기여할 것이며, 경제적 약가로 고혈압 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경감할 것입니다. 또한 해외수출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며, 국내 제약산업이 세계무대에서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모델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왕성상 대기자: 보령제약과는 언제부터 인연을 맺었고 그동안의 성과는. 김광호 사장: 2005년 2월 11일에 입사했습니다. 6년여 동안 매출외형 성장은 물론 사람능력개발에 힘썼습니다. 교육받은 것을 써먹을 수 있도록 잠재력을 개발하고 일하는 문화도 만들었습니다. ‘新 인간경영시스템’을 갖췄다고 할까요. 사람 중심의 경영이 핵심입니다. (김 사장이 자주 쓰는 말이 있다. 일종의 어록이다. ‘돈이나 가치창출은 명사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동사형-ing에서 나온다’, ‘돈은 action(행동)에서 비롯된다.’ ‘졸탁동시(啄同時)’-안과 밖에서 함께 해야 일이 이뤄진다는 말로 병아리가 껍질을 쪼는 것을 졸이라 하고 어미닭이 쪼는 것을 탁이라 한다. 이게 함께 이뤄져야 부화할 수 있다는 비유에서 나온 고사성어로 ‘벽암록’에 나온다.)왕성상 대기자 :‘新 인간경영 시스템’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요.김광호 사장: 성공이나 실패를 논할 때 사람, 제품, 서비스, 운영시스템 등으로 나열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지 않아요. 제가 보는 공식은 ‘사람, 제품, 서비스, 운영시스템÷사람’으로 봅니다. 모든 일에 분모는 사람입니다. 그 위에 다시 사람이 있고 제품이나 다른 것들도 있게 마련입니다. 직원에겐 열정을 요구하면서 거기에 따른 보상을 외면하면 회사는 절대 클 수 없어요. 회사가 잘 될 때 직원들은 기대감을 갖습니다. ‘고맙다’는 말과 칭찬을 자주해야 직원들은 신이 납니다. 직원들 요구에 회사가 겁을 내면 안 됩니다. 듣고 따라줄 때 ‘나의 요구가 정당하게 받아들여지구나’하고 생각이 들 때 자신감이 생깁니다. 회사는 다그치고 내모는 곳이 아니라 칭찬하고 일으켜 세워주며 개인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모인 유기체입니다. (김 사장은 흰 칠판에 메모를 해가며 논리적으로 설명했다.)김 사장의 ‘사람 중심 경영론’은 단순히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 적극 실천하고 업무에도 바로 반영한다. 사람이 아무리 많은 자리에서도 일일이 악수하고 눈을 마주치는 그의 특별한 인사습관이 몸에 베여있다. ‘당신이 최고’란 느낌을 갖도록 진솔 되게 대한다.왕성상 대기자: 동참하고 있는 단체들이 무척 많다고 들었습니다.김광호 사장: 좀 그런 편입니다. 의료분야 학회, 단체 등 18곳에 참여하고 있어요. 제약사 사장으로서 학회 발전과 진료기법 개발을 꾀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곧 국민건강에 이바지하는 것이라 생각 합니다. 회사 경영에도 보탬이 되는 건 말할 것 없고요.김 사장은 대한신경외과학회, 한국수면학회, 대한뇌졸중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한가정의학회 등 11개 학회와 한국전립선관리협회, 한국학교보건협회, 한국고혈압관리협회 등에 참여 중이다. 특히 모교인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겸임교수이자 International Who's Who 회원으로 활동해 하루해가 짧다. ‘새 쫓던 어린 소년’이 ‘꿈 쫓는 제약인’으로 우뚝왕성상 대기자: 초등학교 때 1년을 재수했다고 들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었나요.김광호 사장: 말씀드리기 부끄럽습니다만 원체 새를 좋아했기 때문이죠. 학교도 잊고 산으로, 들로 새를 잡으러 다녔습니다. 밥 먹는 것도 잊어버렸을 정도였죠. 한번 나가면 땅거미가 앉아야 들어오기 일쑤였습니다. 어머님은 늘 걱정하셨지만 아버님은 달랐습니다. ‘저렇게 좋아하면 좋아하는 대로 놔둡시다. 학교는 내년에 보내도 되니까’ 하시면서 ‘그래, 그러면 네가 좋아하는 새를 실컷 잡아 보거라’고 말씀했습니다. 그 땐 학교도 안 가고 마음대로 새를 잡으러 다닐 수 있어서 좋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자식에게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아버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1947년 충남 보령서 태어나 대남초등학교(13회), 대천중(13회), 대천고(16회)를 나온 그는 ‘토종 보령인’이다. (그를 인터뷰하는 날 점심식사를 위해 찾아갔던 회사 앞 식당에 주문한 메뉴도 대천서 잡히는 ‘몰치’조림이었다. 토속음식으로 맵고 짭조름했다.) 어려서부터 동물을 유난히 좋아했던 ‘소년 김광호’는 수의학도로 젊은 날을 시작했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대학 낙방이란 쓴잔도 마셨다. 초등학교 때에 이어 두 번째 재수를 했다. 그 무렵 건국대에 수의학과가 처음 생기면서 새를 기르며 아픈 다리를 고쳐줄 때가 떠오른 그는 수의학과를 택했다.왕성상 대기자 : 동물을 다루는 수의학과 출신이 어떻게 제약사 사장이 됐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계기로 제약인이 됐습니까. 김광호 사장 : 제약인이 되기에 앞서 촌놈이 서울서 어떻게 성공하나 보여주고 싶어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결과 1975년 2월 대학졸업을 앞두고 전체 졸업예정자 중 2명에게만 주어지는 이스라엘유학 기회를 잡은 거죠. 하지만 4차 중동전쟁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실의에 빠져있던 중 뜻밖의 곳에서 기회가 왔어요. 같은 과 후배가 어느 일간신문에서 오려온 사원모집공고에서 길을 찾았습니다. ‘한국바이엘약품 디테일 사원모집’에 도전, 합격한 겁니다. 그게 계기였습니다.김 사장은 1975년 2월 3일 한국바이엘약품 프로모션부에 들어가 제약인으로 첫발을 디뎠다. ‘외국기업의 해결사’로 통하는 제약인 김광호 사장으로 클 수 있는 디딤돌을 밟는 순간이었다. 왕성상 대기자: 전공분야가 전혀 다른데 제약사에 들어가 적응은 잘 됐습니까. 김광호 사장: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 맡은 업무가 영업으로 약을 파는 일이었습니다. 만만한 일이 아니었죠. 하지만 ‘소신과 신뢰’, ‘노력과 진심’으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그는 한국바이엘약품에서 일취월장했다. 사노피-신데라보 코리아 부사장, 바이엘USA 극동담당 매니저, 한국바이엘약품 전무이사를 거치면서 제약업계에선 ‘김광호=외국기업 사람’으로 통하기 시작했다. 회사에 아무리 어려운 일이 생겨도 그가 나타나면 모든 게 해결돼 ‘외국기업 해결사’란 별명까지 얻었다. 왕성상 대기자 :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란 말이 있습니다. 늘 좋은 일만 있진 않았을 텐데요. 김광호 사장 : 우리들 삶엔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있는 법이죠. 잘 나가던 중 큰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위암’ 선고였습니다. 대수술을 해서 건강을 되찾았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란 거죠. 그는 그 때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2005년 12월 31일(초판) 책들 펴냈다. 제목은 ‘사람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이 책은 2010년 3월 15일 재판 3쇄까지 냈다.왕성상 대기자: 지금까지의 삶이나 경영철학을 들어보면 결국은 ‘사람’이란 얘기군요.김광호 사장: 그렇습니다. 특히 제 삶의 9할은 다른 사람들 덕분이었습니다. 너무나 분에 넘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이젠 제 삶을 통해 받은 것들을 돌려드려야 할 때입니다. 화를 내며 100년을 살기보다 웃으며 1년을 사는 게 더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사람과 어울릴 때 저는 참 행복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장에 가길 좋아합니다. 사람 냄새가 물씬 나니까요. 왕성상 대기자 : 김 사장이 쓴 책엔 8할이라고 돼있었는데 언제 1할이 더 늘었습니까.김광호 사장 : 살다보니 사람 덕이 8할로도 모자라서 9할로 올렸습니다. 이참에 책도 고쳐서 다시 찍어야겠네요.[2L]제약인의 궁극적인 성공은 ‘건강복지사회’ 실현모두가 평등하게 건강한 삶 추구하는 ‘국민건강평등법’ 만들 터왕성상 대기자: 제약인으로서 노후의 꿈은 무엇입니까.김광호 사장: 건강복지사회를 실현하는 겁니다. 그것이야말로 제약인의 진정한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국민건강평등법’이 필요해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건강에 있어선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는 겁니다. 나이, 성별, 건강상태에 따른 ‘정기 무료 건강검진서비스’를 나라가 책임지고 받도록 하자는 거죠. 또 검진결과의 데이터화로 국가보건정책 수립과 건강검진서비스의 설계가 이뤄집니다. 대량으로 정기적 수요가 생김으로써 공급원가를 줄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질환을 빨리 발견하면 ‘저비용 고효율 치료’가 이뤄지고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가 만족하는 의료 환경이 만들어집니다.”왕성상 대기자: 법은 국회서 만드는데 그러기 위해선 정계로 나가야하는 것 아닙니까.김광호 사장: 그럴수도 있지만, ‘정치꾼’이 아니라 ‘옳은 봉사자’가 되고 싶습니다. 국민에게 필요한건 정치가 아니라 실질적인 봉사니까요. (그는 꿈을 향해 실천방법을 찾아 상당히 시동을 걸어놓은 느낌이었다. 고향사랑이 남다르고 보령을 자주 찾는다. 크고 작은 행사참석은 물론 봉사활동에 적극적이다.)인터뷰가 마무리 되면서 얘기는 다시 보령제약의 신약 카나브 약 쪽으로 돌아갔다. 김 사장은 “신약 카나브가 나왔을 때 우린 그것이 꼭 성공하리라 믿었다”면서 보령제약의 비상을 다짐했다. 사람을 바탕으로 한 경영의 전문성+집중화+선진화로 충분히 뻗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