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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영어로 고민하는 이들의 영어 주치의‘닥터 잉글리쉬’

이래도 영어가 어렵습니까? ‘좋은세상의원 윤상원 원장’

  • 입력 2012.05.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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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영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영어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을 고쳐주고 싶다. 병이 아니라 환자를 돕고 싶은 의사의 직업의식이 발휘된 것일까. 여하튼 중요한 것은 그의 처방이 지금까지의 어떤 명의보다도 기가 막힌다는 것이다.

[1L]영어를 썩 잘하는 편은 아니었다. 대학 나온 사람들의 평균정도라고나 할까. 그나마도 졸업한지 손가락 발가락을 합쳐도 넘는 시간이 지났으니 영어를 한다고 해도 그냥 시늉뿐이리라. 딱히 외국 환자를 받는 것도 아니니 그렇게 중요게조차도 여겨지지 않았다. 그런데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런 것일까. 영어 때문에 힘들어하는 딸아이를 보니 마음이 아팠다.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을 만큼 그렇게 머리가 나쁜 아이가 아니었기에 더 애잔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다고… 문법책을 찾아보고 인터넷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카페를 찾아다니느라 밤을 샌 적도 있었다. 환자와 환자 사이에 짬이 나면 인터넷 강의를 들었고, 화장실에는 반드시 영어책을 옆에 끼고 갔다. 그렇게 하기를 1년 이제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 닥터 잉글리쉬라고…

소설책보다 재밌고, 만화책보다 쉽다,
‘닥터 잉글리쉬’
“막상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하려고 책을 들어다보니 도대체 설명이나 용어가 너무 어렵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기존에 수많은 기초 영어 참고서들을 보면서 든 생각은 ‘혼자서 이 내용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더 이상 기초 영어를 공부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적인 관점이 아니라 일반인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면서 ‘황인영 영어카페’나 ‘공무원 수험생 모임 카페’에 To 부정사나 동명사 등에 관계된 내가 이해했던 과정을 글로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조잡한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또 문법 강의를 해달라는 쪽지를 여러 통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격려들이 지금에 제가 꾸준히 글들을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다. 비록 처음에는 미약하였으나 마음과 정성을 다해 하다보면 태산도 옮길 수 있는 것이다. 하나씩 둘씩, 아픈 환자를 돌보는 마음으로 영어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며 글을 올렸다. 그렇게 시간이 가면서 그의 강의가 한권에 책으로 나오게 되었으니, ‘나만의 영어 주치의 닥터 잉글리쉬’가 바로 그 책이다. 출간 후 고작 6개월, 하지만 이미 ‘닥터 잉글리쉬’ 새로운 개념의 영어 교과서로 입에서 입을 타고 서점가에 새로운 센세이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소설책보다 재밌고, 만화책보다도 쉽다는 것, 사실 말로는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역시 직접 읽어 보는 것이 이 말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쉽지 않으면 규칙이 아니다!
윤상원 원장의 ‘닥터 잉글리쉬’에 30만 네티즌이 열광할 수 있었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바로 발상의 전환이었다. 영어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책을 쓰자는 것이었다. 그가 설명하는 것은 듣기 말하기가 아니다. 바로 문법이다.
“듣기나 말하기는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법은 다릅니다. 영어에서 가장 쉬운 것은 문법이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문법은 무엇입니까. 말을 하는 규칙이 어법(語法)이라면 글을 쓰는 규칙이 문법(文法)입니다. 문법은 규칙입니다. 규칙이 어려우면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규칙은 반드시 쉬워야 합니다. 교통신호를 생각해보십시오. 신호등이 세 가지 색깔이 아니라 만약에 열 가지가라면 교통신호를 잘 지킬 수 있겠습니까. 아마 여기저기서 사고가 나서 도로는 엉망일 것입니다. 문법도 그렇습니다. 사실상 영어는 세상에 그 어떤 언어보다도 쉽고 간단한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언어가 영어라니, 지금 이 순간에도 이마에 ‘타도 잉글리쉬’가 적힌 머리띠를 두른 수험생이 얼마이며, 새벽잠을 쫓아가며 영어 학원으로 나가는 우리네 직장인이 도대체 생각이나 해보고 그런 팔자 좋은 소리를 한단 말인가. 사람마다 다르고 나이마다 학습능력에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지사, 거기에 영어가 쉽다면 저 많은 사람은 왜 저 고생을 하고 있겠냐고 묻는다.
그러자 윤 원장은 “한글과 영어의 규칙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영어를 공부하고 정복하는 것은 어렵고 힘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초를 튼튼히 하면 어렵지 않습니다.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의 개념도 없이, To 부정사, 관계대명사, 분사 등을 공부하고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깨 보겠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설명을 할 때 일반인들이 이해를 하지 못하면 왜 이해를 하지 못하는지 이해를 못합니다. 저 역시 일반인이기 때문에 제가 이해했던 방식으로 설명하면 오히려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2L]정말 묻겠습니다, 정말 이래도 영어가 어렵습니까?
“동물에게 언어가 없는 것은 스스로 정해놓은 규칙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몇몇 소리로 감정을 표현할 수는 있겠지요. 사실 문법은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주 쉽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습니다. 단어는 몰라도, 그 뜻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 문장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닥터 잉글리쉬’를 공부하시고 나면 그때 제가 여쭤보겠습니다. 정말 이래도 영어가 어려운지를 말입니다.”
윤상원 원장의 ‘닥터 잉글리쉬’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그에게 쏟아지는 감사의 메일과 쪽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오히려 여태껏 어디 있다가 이제야 이 책을 내느냐고 타박하는 독자들도 있다.
처음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을 때는 윤 원장도 어리둥절했다. 거기에 어학분야에서는 최고를 자랑하는 곳이니 더욱 그랬다. 막상 출간을 결심하니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준비하기를 1년, 문법과 품사, 그리고 문법과 문장구조 두 권의 책으로 나뉜 ‘닥터 잉글리쉬’가 지난해 11월 드디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이제 그의 진료실에는 항상 두 대의 컴퓨터가 켜져 있다. 하나는 ‘좋은세상의원’을 찾는 환자용, 그리고 나머지는 영어 환자들을 위한 모니터다.

영어로 지친 그대에게 길이 되고 횃불이 되고파
“의사 생활을 하고 있지만 영어를 공부하고 누구를 위해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어디서 강의를 요청한다면 언제든지 달려가고 싶습니다. 의과대학에서는 아무리 어려운 말도 환자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말하는 법을 배웁니다. 그 어려운 경제 분야를 쉽게 설명해내는 박경철 선생님도 의사출신 아닙니까. 의대에서, 그리고 현장에서 배운 노하우를 최대한 살려 사람들이 쉽고 편하게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이 정도 되면 윤상원 원장이 의사인지 영어강사인지 애매모호할 지경이다. 하지만 윤 원장은 이런 자신이 좋다. 영어 참고서는 수없이 많지만 제대로 보지도 않고 던져버리는 책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제는 영어공부의 방법을 몰라 헤매는 사람들에게 길이 되고 횃불이 되는 것이 지금 그의 바람이다.
문을 나서기 전 윤 원장에게 물었다.
“따님은 이제 영어는 잘 합니까?”
대답대신 윤 원장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윤상원 원장이 선물로 준 ‘닥터 잉글리쉬 1권’을 펼쳤다. 내년 이맘때쯤에는 나도 폼 나게 영어로 된 소설책을 읽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말을 하는 규칙이 어법(語法)이라면
글을 쓰는 규칙이 문법(文法)입니다. 문법은 규칙입니다.
규칙이 어려우면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규칙은 반드시
쉬워야 합니다. 교통신호를 생각해보십시오.
신호등이 세 가지 색깔이 아니라 만약에 열 가지가라면
교통신호를 잘 지킬 수 있겠습니까.
아마 여기저기서 사고가 나서 도로는 엉망일 것입니다.
문법도 그렇습니다. 사실상 영어는 세상에 그 어떤
언어보다도 쉽고 간단한 규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닥터 잉글리쉬는
네이버의 ‘공수모카페’, 다음의 ‘아공법 카페’ 등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