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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Essay] 채변의 추억

채변봉투에 대한 에피소드

  • 입력 2003.06.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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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R]초등학교 시절, 화장실 같은 곳엔 얼씬도 하지 않을 것 같았던 예쁜 우리 담임선생님이 1년에 한번 그 예쁜 입으로 똥 얘기를 하시는 날, 이날은 바로 채변봉투를 나눠주는 날이었다. 잊을 만 하면 한번씩 돌아오는 이날 준비해야 할 것은 50원짜리 아이스 바의 나무손잡이와 신문지 몇 장, 그리고 약간의 배변욕구였는데... 다음 날까지 꼭 가져가야 하는 큰 것(?), 이상하게도 평소 시도 때도 없이 잘 나오던 이 녀석이 이날만큼은 고집을 부렸다. 평소보다 저녁을 많이 먹고 일찌감치 신문지에 앉아 한참이나 용을 썼는데도 다음 날 꼭 담아가야 한다는 긴장감 탓인지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쉽지는 않더라도 먹은 게 있으면 나오는 것도 있는 법, 기나긴 산고(?) 끝에 메추리알만큼 봉투에 퍼담는데 성공하고 편안하게 잠자리에 드는데 성공. 다음 날 학교로 향하는 길, 학교에 가까워질수록 골목의 아이들은 많아져가고 슬금슬금 왠지 모를 냄새들이 점점 골목을 가득 채우는 듯 한데...(솔직히 식사 중일지 모르는 독자들에게 정말 죄송하다)수업이 시작되기 전의 교실은 전날 있었던 ‘채변 대 작전’에 대한 무용담을 늘어놓기에 정신 없는 아이들과 담아온 채변봉투를 펄럭거리며 여학생들에게 장난을 거는 아이들이 뒤엉켜 늘 난장판이 되었었다. 된장을 퍼왔다는 아이, 집에 기르는 개똥을 가져왔다는 아이, 다른 식구의 것을 가져왔다는 아이까지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 볼 길도 없는 무용담들과 채변봉투들은 수업이 파할 때쯤 아리따운 양호선생님의 그 고운 손에 의해 수거되고...그렇게 변을 떠나보내고, 채변봉투에 대한 무용담이 시들해지던 어느 날, 양호선생님은 몇 명의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따라오라고 하셨고, 마치 복권이라도 당첨된 양 신나 하던 아이들은 교실로 돌아와서 양호선생님이 무슨 좋은 약을 주더라며 알통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나도 그 아이들이 부러웠지만, 그것이 기생충약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 난 뒤에는, 그 친구들이 참 더러운 녀석들이었구나 하고 웃음 짓게 된다. 물론 개똥을 넣어와 들통난 녀석보다는 양심적인 녀석들이었지만...한때는 TV에서 기생충약 광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통 보이질 않는다. 아이들도 이제 채변봉투에 변을 담을 일이 없다고 한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낯설지 않았던 이 채변봉투, 이런 것 하나에도 일주일은 거뜬히 웃으며 지냈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아이들, 개회충 감염 주의해야한동안 사라졌던 기생충이 다시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머릿니, 회충, 요충, 개회충 등의 알들이 많은 어린이 놀이터의 흙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 원인은 애완견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기생충의 알들이 주로 강아지나 고양이의 변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이다. 특히 개회충의 경우, 애완견을 기르는 집의 아이들에게 걸릴 확률이 높은데, 처음에는 증상이 없다가 배가 볼록해지고 고열과 구토를 수반한다고 한다.아이들이 강아지와 뽀뽀를 하거나 배설물을 만지는 등의 행동을 못하도록 하고, 나들이 후에는 반드시 몸을 깨끗이 씻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한편, 요충이나 회충의 경우는 구충제의 복용으로 간단히 해결되고, 머릿니의 경우 살균기능이 있는 삼푸로 머리를 감으면 대부분 사라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