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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더에 ‘희망’을 담아

진료실에서 인권을 생각하다

  • 입력 2003.07.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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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선천성 기형 클리닉’이라는 특수클리닉을 담당하면서 그는 우리나라의 인권에 대한 논의가 출발점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약자를 돌보지 않는 사회에서 이들이 살아서 겪어야 할 고통은 죽음과도 같기 때문에, 기형아를 품은 부모들이 이들의 살아야할 권리를 빼앗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인권을 도외시하고 인권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김 교수는 힘주어 말한다.그가 선천성 기형아에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산모들의 초음파 검진을 담당하게 되면서부터였다. 관심만 가지고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곧바로 일본으로 건너가 초음파에 대해 5년 간이나 공부를 하고 돌아와 이 분야에 대해서 권위자라 불릴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다. 귀국 후 본격적으로 선천성 기형아들에 대한 관심을 실천하고 있는 그의 주된 업무는 선천성 기형아를 뱃속에 품고있는 산모와의 상담이다. 태어나도 살 가망성이 없는 아이는 어쩔 수 없다지만,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살 수 있는 아이가 우리나라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부터 고민하는 산모들을 보면 마음이 찢어진다고 한다. 눈물 속에 희망 찍는 사진가김 교수는 사진촬영에 일가견이 있다. 지금은 그럴 만한 여유가 없지만, 그 전에는 마음이 동하면 훌쩍 출사도 나가고 동호회활동도 열심히 했었을 정도다. 그의 셔터는 진료실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세상 빛 한번 보지 못한 기형아들의 모습과 기형아지만 세상 속으로 나온 아이들의 모습을 파인더에 담는다. 후자의 경우, 이 아이들이 지속적인 치료를 받으면서 점차 세상에 적응해 가는 모습까지 담아내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아이들과 산모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한다. 마음 아파 우는 날이 더 많지만, 가끔씩 고맙다며 찾아오는 산모들과 아이들을 보면서 행복에 잠기기도 한다.그나마 그가 몸담고 있는 길병원의 경우는 선천성기형아들을 위한 지원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어서 이런 아이들이 세상에 나오면 경우에 따라 치료비를 지원 받을 수 있지만, 다른 병원에는 이 아이들을 위한 클리닉조차도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의사가 아니라도 선천성 기형아들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힘을 모았으면 하는 그의 소망이 큰 물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