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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에 무릉도원, 울릉도

  • 입력 2013.07.16 12:27
  • 기자명 임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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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봉은 휴화산인 울릉도의 최고봉으로서 산의 모양이 성스럽다 하여 성인봉(聖人峰)이라 부른다,
찬란한 아침햇살이 내리쬐는 정상에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감탄을 아니 할 수 없다.
형제봉, 미륵봉, 나리령 등 크고 작은 산봉우리가 운해의 바다에 우뚝 솟아있고 동해바다와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운해에 묻혀 버렸지만 내가 마치 구름위에 사는 선인이 된 기분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새벽3시, 잠실운동장을 출발하여 푸른 바다와 녹음 짙은 성인봉을 생각하며 좁은 버스의 불편함을 잊는다. 자는 둥 마는 둥 약 4시간여에 묵호항에 도착, 무거운 눈꺼풀에 텁텁한 입맛도 별로지만, 그래도 이곳 별미라는 곰치국 한 그릇으로 잔득 움츠렸던 속을 달래고 쾌속선에 승선하자마자 이내 실망이 크다. 이 무슨 짓들인가!? 배가 출발하기도 전 술판을 벌이기 위해 잔뜩 싸온 냄새나는 음식들을 풀어 헤치며 소주에 막걸리에 남녀가 하나같이 주거니 받거니 왁자지껄 난리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허가된 장소인가? 쾌속선의 승무원도 애써 못 본체 외면한다. 만약 불행히도 바다 한 가운데서 안전사고라도 난다면 과연 저들은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술이 뭐 길래 참으로 위험천만한 행태들이다. 결국 주위 사람들 아랑곳 하지 않고 한바탕 주거니 받거니 하더니 비실비실 배삼룡 선생의 코믹한 걸음마냥 통로를 이리저리 쏘다니는 것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꼴 보기 싫어 갑판에 나가려 했더니 이배는 쾌속선이라 갑판이 없단다. 우리의 여행문화도 이젠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그나마 이들의 행태에 긴 시간 참을 수 있었던 것은 이역만리에서 코쟁이들이 속수무책으로 타석에서 돌려세우는 우리의 대한 건아 류현진이 뿌려대는 강속구 덕분이다.

투명하게 맑은 초록색의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문득 심연 속에서 유영하고 싶은 착각에 몸을 던지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용궁이 보인다.
날씨가 흐린 탓에 회색빛 바다의 망망대해를 창밖을 통해보며 3시간여를 지나자 새롭게 조성된 항구에 도착 후 코믹한 기사님의 구수한 입담 속에 도동항구로 이동하여 숙소에 여장을 풀고 해안의 절경을 따라 바다향기 물씬 안겨주는 해풍을 마주하며 산책길을 나선다. 화산섬인 울릉도 해안가를 불과 2~3km를 걸었음에도 아기자기하고 태곳적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해안의 절경들이 어쩌면 내가 본 대한의 금수강산 중에서 가장 신기하고 아름다운 섬의 모습이기도 하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한 등대의 해안절벽 테라스에서 투명하게 맑은 초록색의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문득 심연 속에서 유영하고 싶은 착각에 몸을 던지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용궁이 보인다. 험한 절벽 아래 길을 천천히 걸으며 이어지는 푸른 바다에 이내 매혹된다. 맑고 투명한 바닷물의 청량감과 시리도록 아름다운 파랑색이 나의 눈과 가슴을 흡족하게 채워준다. 생물학 적으로도 녹색의 맑은 바다는 시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맞나보다. 긴 시간의 버스와 쾌속선을 타고 온 지루함에 눈꺼풀의 무거움에도 눈과 가슴이 확 깨여 모든 것인 선명한 아름다움으로 보여 지니 말이다.

동해의 외딴섬이 아닌 남대문 시장에 서있는 느낌이다.
더 이상 사람도, 장사꾼도, 문명의 힘도, 필요치 않은 아름다움을 간직했음 바램이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한참을 걷다보니 어느 해안이나 바다에 우뚝 솟은 바위의 신파조(新派調)의 이야기가 여기에도 어김없이 있다. 부인과 사별하고 딸과 함께 살던 노인이 바다에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않자 상심한 딸이 바다를 원망하며 눈물로 지내다가 아버지가 돌아올 것 같은 착각으로 바닷가에 나가보니 돛단배가 들어오고 있기에 파도를 해치고 다가가다가 파도를 이길 수 없어 그 자리에 우뚝 서버렸다는 촛대바위(효녀바위)를 둘러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린 이름 모를 풀포기가 효녀의 애타는 마음을 말해주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포구의 어판장에서 갓 잡은 오징어와 살짝 데친 맛깔스런 문어를 새콤한 초고추장에 찍어 입맛을 충족시키고 숙소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보니 동서남북 어디를 가나 섬 전체가 비탈과 절벽뿐임을 알겠다. 아까 본 해안도로 또한 섬 주변에 콘크리트를 덧대어 겨우 만든 2차선도로 일뿐 본래의 주거지 도로는 거의 대부분 일차 선으로 일방통행이다. 그야말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손바닥만 하다고 표현해도 될 만큼 오밀조밀, 다닥다닥 이고 골목을 지나면서도 마주치는 사람과 팔이 부딪치고 포항에서 왔다는 큰 쾌속선에서 내리는 사람들로 작은 항구는 차와 사람들이 뒤 엉켜 가만 서있어도 의도치 않은 곳으로 밀려난다. 진정한 여행은 느림의 여유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자연과 사람들과 서로 동화되는 것이라지만 주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큰 배 하나 들어올 때마다 왁자지껄 밀려드는 사람들과 부딪침에 과연 이곳이 동해의 외딴섬이 아닌 남대문 시장에 서있는 느낌이다. 더 이상 사람도, 장사꾼도, 문명의 힘도, 필요치 않은 지금 이대로 만큼이라도 아름다움을 간직했음 바램이다.   

이 천혜의 보석 같은 자연환경의 인프라를 품에 안고 이렇게 밖에 못할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모르면 흉내라도 내면 될 텐데…
저녁 후 낮의 반대쪽으로 소화도 시킬 겸 간소한 복장으로 해안가 산책을 나갔지만 참 실망스럽다. 서울의 유흥음식점 골목과 무엇이 다른가! 형형색색의 LED 불빛을 밝힌 포장마차가 바닷가 산책로를 점거하고 손님을 유혹하려는 째지는 스피커의 노래 소리가 탁 트인 망망대해의 동해를 바라보며 한적하고 조용한 밤바다에서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소리와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의 낭만은 아예 생각도 나질 못하게 신선한 마음마저 어지럽힌다. 이 천혜의 보석 같은 자연환경의 인프라를 품에 안고 이렇게 밖에 못할까? 도대체 행정가들은 뭘 하는 걸까? 흔해빠진 여행 팸플릿 사진만 보아도 가고픈 마음이 꿀떡같이 생기는 지중해나 카리브 해의 연안에 있는 작은 마을들에 그들만의 전통건축물에 온통 눈부시게 깨끗한 하얀색으로 또는 지붕을 온통 주홍색으로 나름대로 독특하게 가꾸어 바다와 조화롭게 꾸민 낙원 같은 해안 관광도시들의 사진도 못 봤단 말인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모르면 흉내라도 내면 될 텐데… 해안도로와 산책길을 둘러보며 천혜의 자연경관 외에는 어느 한곳 마음에 와 닿는 곳이 없다. 울릉도만의 독특한 색깔이 없다, 또한 찡하게 마음에 남는 느낌이 없다. 다시 오고 싶거나 머물고 싶은 매혹적인 감동이 없다. 그저 한번 둘러보는 것으로 족하다. 무분별하게 도시에서 유입되어온 이도저도 아닌 중구난방의 건축물들, 잘 만들어진 해안 산책길에 평화로움이나 호젓함과 낭만은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고 그 좁은 도로에 군데군데 자리 잡은 간이 횟집들 주변의 너저분함, 호객을 위한 노래 소리에 음식부산물들 제대로나 처리는 하는지, 오히려 미각이 느껴지기보다는 불쾌스럽기만 하다. 이 좋은 환경을 살리기는커녕 모든 것들이 망가트리고 훼손하기위한 부산물들이 아닌가?! 이 모든 것들이 내게 소중한 그 무엇이 파괴되어가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기만 하다.

눈부시게 빛나는 아침햇살에 아름다운 여인의 어깨선에서 손등까지 역광의 효과로 가녀린 솜털의 아름다움에 가슴이 저릴 만큼 전율을 느꼈던 것처럼 이 맑고 고운 산세와 연록의 원시림을 이리도 세세하게 볼 수 있으니…
어제 밀려온 사람들에 놀라 후배와 함께 새벽산행을 모의(?)했다. 한적한 새벽산행 그 묘미를 어디에 비할까? 밤새 촉촉이 이슬을 머금은 나무들은 마치 갓 샤워를 마치고 나온 여인의 신선한 향기처럼 향긋한 산소를 뿜어내고 세상을 일깨우는 대지의 기(氣) 또한 가득할 것이고 숲이 깨우는 여명의 광경은 그 무엇에 비유하며 새소리의 청아한 노래 소리는 어느 성악가가 흉내라도 낼 수 있을까? 성인봉(984m)은 그리 녹녹치는 않은 산행이다. 16m가 모자라는 해발고도 1,000m, 다른 산과는 달리 지표면의 0에서부터 한 치의 에누리 없이 올라야하고 시작부터 긴 된비알로 뒤 정강이가 당기도록 다리품깨나 팔아야 한다. 된비알의 기나긴 콘크리트 언덕을 지나면서 옷을 흠뻑 적시고 숨 헐떡이던 고통의 시간을 지나 맑고 신선한 아침 공기를 내뿜는 숲속의 정령들과 밤이슬로 촉촉하게 적신 숲속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쾌적함에 땀이 쑥 물러간다. 해발 약 650m정도에 오르니 원시림지역이라는 팻말과 함께 희귀수목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원시림(原始林)이란 오랜 기간 동안 인위적, 자연적 피해가 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숲을 말한다. 연평균 300일 이상 안개에 쌓여있어서 일까? 식생이 특이한 원시림이 건강히 보전되어 있어 나무의 모습들과 색깔들이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오늘은 참 운이 트인 날인가 보다. 간혹 구름사이로 태양이 비추이기도하고 안개가 걷혀있어 이 맑고 고운 산세와 연록의 원시림을 이리도 세세하고 선명하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오랜 기억으로 남아있는 어느 영화의 장면이 떠오른다. 눈부시게 빛나는 아침햇살에 아름다운 여인의 어깨선에서 손등까지 역광의 효과로 가녀린 솜털의 아름다운 영상에 가슴이 저릴 만큼 감동의 전율처럼 이 맑고 고운 산세와 연록의 원시림에서 작은 풀포기하나도 세세하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아름다움을 맞이하기 위해 새벽산행을 좋아한다. 아마도 내가 사는 동안에는 이런 길을 걸으며 싱그러운 숲 향기와 아름다운 햇살의 시간들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이리저리 뒤엉킨 열대지방의 원시림처럼 지저분하지 않고 아주 단아하게 정리가 잘된 연초록의 숲으로 아무 곳으로나 헤집고 다니고 싶을 만큼 맑은 숲이며 원시성을 깨끗하고 정갈하게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섬 주변만을 돌아보고 가는 것은 도시인들이 어질러 놓은 찌꺼기만 보고 가는 것이고 울릉도의 10/1만 보고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휴화산인 울릉도의 최고봉으로 산의 모양이 성스럽다 하여 성인봉(聖人峰)이라 부른다, 찬란한 태양이 내리쬐는 정상에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감탄을 아니 할 수 없다. 형제봉, 미륵봉, 나리령 등 크고 작은 산봉우리가 운해의 바다에 우뚝 솟아있고 동해바다와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운해에 묻혀 버렸지만 내가 마치 구름위에 사는 선인이 된 기분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누군가가 울릉도를 제대로 보려면 성인봉을 올라봐야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울릉도의 진산이라 했다. 보통사람들은 오징어 회 한사라에 술 한 잔 걸치고 해안도로만을 걸어보거나 아니면 배를 타고 섬 주위를 둘러보지만 이는 진정 울릉처녀의 아름다운 마음과 보드라운 속살을 보지 못한 체 몰지각한 도시인들이 어질러 놓은 찌꺼기만 보고 가는 것과 같다, 섬 주변만을 돌아보고 가는 것은 울릉도의 10/1만 보고 가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고요한 숲과 세상이 깨어나는 기운이 좋아서 이른 새벽에 출발한 탓인지 성인봉에서 휴식과 함께 동서남북 세세히 살피며 감탄할 여유를 느낀다, 하산 길로 긴 목조계단을 셀 수도 없을 만큼 내려오며 오를 때 인적을 보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뜨문뜨문 사람들을 만난다, 탁 트인 시야의 테라스에 머문다. 울릉도에서 처음 본 평지, 병풍 같은 산에 둘러싸여 바로 나리분지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넓다. 테라스에서 바라 본 아름답고 평화롭기 그지없는 나리분지, 신선이 살 것 같은 무릉도원이 아닐까? 아름다운 산봉우리로 둘러싸인 건강한 숲은 이곳이 동해 바다 홀로 있는 섬이란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넓고 평화롭다. 분지에서 불어오는 바람 속엔 더덕의 향긋한 향기가 섞여있다, 조금 긴 휴식에 서늘함이 몸을 움츠리게 한다, 함께한 후배는 그새 테라스 벤치에 누어 신선의 단잠에 빠졌다. 나리분지에 다다르니 울릉도 개척당시(1945년)에 건축했다는 재래의 투막집이 있다, 조금은 독특한 형태로 4칸 일자집으로 집주변은 통로를 두고 우대기(방설·방우·방풍 등을 위해 옥수숫대 등을 엮어 본채의 벽 바깥쪽에 세우는 기둥)로 주위를 울타리처럼 둘렀다. 특이한 것은 정지(부엌)를 가운데 두고 마구간까지 있는 것이 아마도 추위를 이기기 위한 대비인 듯 느껴진다. 집 앞에 투막집 설명이 있지만 내용이 조금은 어설프다. 분지의 맑고 건강한 긴 숲속을 지나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더덕무침의 향긋함과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맛에 취했다.

흥청망청, 이리저리 비틀비틀, 왁자지껄…….아~ 대한의 아저씨 아줌마들이여~~ 품위 좀 지키고 살면 안 될까요?
버스를 타고 1시간 반 정도 해안도로를 달려 섬의 반대편으로와 배타는 시간까지 쉴 곳도 마땅치 않아 좁디좁은 골목길의 해수탕을 들어서니 빨간 립스틱을 짙게 바른 주인장의 위트가 쌓인 피로를 풀어준다, 사장님 3명도 단체지요? 하고 농을 하니 예쁜 미소를 날리며 천연덕스럽게도 예~ 맞아요, 할인해서 만 팔천 원입니다~??? 정상요금이 1인당 6천원인데… 항구에 도착하니 역시나 올 때와 다름없이 여객대합실은 또 군데군데 둘러앉아 술판이다. 배를 타고서 까지도 흥청망청, 이리저리 비틀비틀, 왁자지껄… 아~ 대한의 아저씨 아줌마들이여~~ 품위 좀 지키고 살면 안 될까요?
<글, 사진 任容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