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서울로 향하는 늦은 밤, 고속도로에서 천지개벽이 일어날 듯 대낮같이 환하게 밝히는 번개의 섬광과 귓가에서 호랑이가 포효하는 듯 우렁찬 굉음이 금방이라도 검은 하늘이 무너질 듯 쏟아지는 빗줄기에 스스로 속도가 느려지며 공포가 온몸에 느껴지는 것은 나뿐만이 아닌 모양이다. 몇 대의 앞선 차들이 가기를 포기하고 갓길로 멈춰 선다. 엉금엉금 기듯 코앞만을 주시하며 가면서도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내일의 산행이 멋질 것 같은 상상 때문이리라, 올 들어서 눈이 소복하게 쌓인 겨울 산의 멋진 풍광을 보질 못한 탓 일 수도 있겠다.
설악산(雪嶽山)은 설산(雪山), 설봉산(雪峰山), 설화산(雪華山)이라고도 불렸으며, 금강산을 서리뫼(霜嶽)라고 불렀듯, 설악산을 설뫼(雪嶽)라고도 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외설악 쪽만을 설악이라 했고, 내설악 쪽은 따로 한계산(寒溪山)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삼국사기 신라시대에 설악을 영산이라 하여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으로 보아 당시부터 설악명칭이 사용됨을 알 수 있다. 설악이란 명칭을 세 가지로 간추리는 것은, 「동국여지승람」에서는 “한가위부터 쌓이기 시작한 눈이 하지에 이르러야 녹는 까닭에 설악이라 하고, 「증보문헌비고」 에서는
몇 년 전 후원을 개방했을 때 처음 본 단풍의 멋스러움에 흠뻑 취해 대한민국 최고의 고궁과 어우러진 곳으로 각인되어 매년 가을이면 예정된 일처럼 설렘으로 기다린다. 복잡스런 주말을 피해 평일에 부지런과 자투리시간을 합해서 오전 7시에 창덕궁의 매표소에 도착하니 벌써 사람들이 줄지어있다. 9시에 후궁 입장권을 사서 전각을 둘러보고 10시에 후궁의 들어서면서부터 감탄할 사이도 없이 사진기가 바빠진다. 역시 단풍은 고궁과 궁합이 딱 들어맞아! 복숭아꽃이 아니어도 이렇게 아름다운 무릉도원이라면 왜 270년 동안 정궁인 넓은 경복궁을 놔두고
연인들이 가을에 가장 많이 이별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을을 이별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어디선가 언뜻 읽은 기억 중 한 대목이다. 스님께 보살하나가 가을은 왜 떠난 사람이 더 생각나느냐고 물었더니 스님 왈 “그거야 가을 이니까!”했단다. 의아해 하는 보살에게 말하기를, 가을엔 모든 것이 떠날 준비를 하는 계절이다, 만물이 모두 그러하다, 나뭇잎이 변하고 떨어진다는 것은, 곧 그가 떠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할진데 사람도 자연에 속해있기 때문에 떠날 준비를 한다기보다는 1년이 허무하게 저물어 가는 쓸쓸함에도 느끼며 두 어장 남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대화산(大華山)으로 기록된 강원 영월과 충북 단양의 경계에 있는 태화산(1,027m)은 태백산맥의 줄기인 내지산맥(內地山脈)에 속하는 산으로 2002년도에 세계 ‘산의 해’를 기념하고 산의 가치와 중요성을 새롭게 하기위하여 ‘산의 날’ 제정과 함께 지리생태학 관련교수들과 산악전문가들로 구성하여 국민선호도, 접근성, 역사와 문화성, 생태환경을 고려하여 선정한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하나이다. 특히 태화산은 서쪽을 제외한 삼면은 남한강이 산자락을 휘감아 굽이굽이 흐르고 있어 포근한 능선을 걸으며 노송 사이사이
맑은 날이면 이만 한 거리에서도 충분히 내다보이는 예봉산과 검단산이 오늘은 전혀 보이질 않을 만큼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리고 있다. 이 시각이면 두 산사이의 팔당댐 하류의 두미협곡에서 산허리를 휘감고 도는 운무(雲舞)가 기막히게 멋있는 풍경을 만들어 줄 텐데… 그나마 아침바람이 코끝에 산향(山香)을 실어다주며 잘 정돈된 강변 길가엔 채 가시지 않은 이슬을 머금고 더욱 선명한 진홍빛의 패랭이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나를 보고 활짝 웃어주는 덕에 마음이 싱그럽다. 안개에 가려진 태양의 친구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자신을 푸르게
임형! 거기 멋있는 데야? 힘 안 들어? 가끔 나를 볼 때마다 좋은 데는 혼자만 다닌다고 말하기에 풍광이 좋고 누구나 가볍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명소여서 함께 가시겠냐고 문자를 보냈더니 가타부타 말도 없다가 이틀 남겨놓고 전화로 묻는 예기에 나는 “가보면 알아요! 대답했더니 생각해보겠노라고 하곤 결국 연락이 없다. 그럼에도 갈 것도 아닌 듯한 느낌에 조금은 퉁명스럽게 대답한 것이 미안스러움으로 남는다. 아침 일찍 출발장소로 이동하는 지하철 내에서 어느 자동차광고의 헤드라인이 눈에 뜨인다, “떠나야만 알 수 있는 것들” 그래! 결
우리의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漢江)둔치를 강바람이 떠미는 대로 자전거에 몸을 맞기고, 생각보다는 시각에서 오는 느낌으로 유유자적하게 다녀본다. ‘한강둔치’라는 말은 강(江)이나 내(川)가있는 둔덕진 곳을 말하는 순수 우리말이고 고수부지(高水敷地)라는 말은 일본식 한자어로 '고수'는 일본어 '고스이코지[高水工事:こうすいこうじ]의 줄임말이고, '부지'는 빈 터를 일본어 '시키지(しきち)'의 뜻이라 하니 당연히 한강둔치라 해야겠다. 한강은 태백산맥 검룡소(沼)에서 발원하여 금대봉을 시작으로 강화만에 이르기까지 12개의 하천과 북한강 등
기둥 하나에도 고태미를 흠뻑 담고, 아침햇살의 기운을 받아 기품 있는 황금색으로 유유히 빛나고 있었다.새벽을 달린 끝에 비로소 수덕사의 일주문을 지나 경내 주차장에 들어섰다.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목탁소리와 염불소리가 새벽의 찬 공기를 따라 청량하게 들려오니 어느새 마음조차 차분해진다. 어둠속을 이리저리 살피며 등산로를 찾아 나서는데 경사진 곳에서 두 분이 내려와 등산로를 물어보는 순간, 안녕하세요! 저예요~ 모르세요? 하고 반문을 한다, 누구? 쌀쌀한 어둠속에 파커를 머리까지 덮어쓴 복장이니 어이 알까! 자세히 살피니 오래전 알고
수덕사 경내에서 점심공양 후 주지 지운스님을 비롯한 몇몇 분들과 함께 ‘백재의 미소길’을 나선다. 아직은 봄소식이 먼 곳에 있는 듯 하고 문명의 울림이 없는 조용하고 한적한 풍경 속에 앙상하기만 한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조성 된지 얼마 안 된 흙길이라 걷는 느낌이 좋기는 하지만 주변 풍광은 뭔가 부족한 듯하다. 아마도 따사로운 봄빛에 화사한 분홍색의 진달래, 노란 꽃의 산수유와 개나리들이 뽀얀 얼굴을 내밀고 나무 가지들에 물이 올라 연록색의 옷을 입을 때쯤이면 화사하게 맞아 줄 것 같은 기대기 되는 길이다. 1시간쯤
사량도를 향해가면서 며칠 전부터 그려오던 푸른 바다며 파란하늘이며 정상에서의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후련함을 그렸듯이 배 갑판위에서 바라보는 통영의 아침바다는 내가 원하던 느낌그대로다. 삼면이 바다인 이 땅에 살면서도 배를 타고 섬을 간다는 것은 자유를 만끽하려는 설렘이 인다, 사람들이 새우깡으로 맛들인 탓일까? 갈매기들이 유람선 주변을 끼룩거리며 날다가 바다로 수직하강하며 물고기를 낚아채기도 하고 푸른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의 삶들이 얼마나 자유롭지 못한가를 느낀다. 아침 햇살을 가득 머금은 남해바다가 온통 은빛으
새벽부터 달려온 버스에서 내린 대관령휴게소의 설경과 신선한 바람이 답답했던 가슴을 후련히도 뚫어준다, 몸 풀기와 아이젠 착용을 하고 고속도로준공기념비 오른쪽 산길 약1,8km 능경봉 코스로 접어든다, 이미 800여m의 고지에서 출발하니 여유롭게 눈꽃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해가며 가볍게 오를 기대에 마음이 가볍다. 길을 건너 양떼목장 방향으로 가면 풍력발전기가 있는 풍경으로 그 유명한 선자령 코스이지만 능경봉 길과 고루포기 산은 선자령의 유명세에 가려 자연이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 있다, 선자령이 탁 트인 멋이 있다면 이곳은 비교적
동네의 작은 골목의 눈 쌓인 비탈길을 조심스럽게 접어든다, 마치 어린 시절 내가 살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소담스럽고 따듯한 풍경이다. 지붕에 소복하게 쌓인 하얀 눈이며, 처마에 서린 고드름, 굴뚝에서 나는 하얀 연기가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조심조심 동네 언덕을 넘으니 드넓은 회색빛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그래, 내가 원하던 무채색의 겨울바다, 바로 이것이야~아주 오래전부터 가끔 한 번씩 우중충한 날이면 매콤하고 감칠맛 나게 피어오르는 라면과 김밥 한 줄이 생각나 들르는 꿈&들 이라는 분식집이 있다, 언제보아도 우애만큼이나 손
오랜 정을 나눈 아우들과 함께 살아온 날들을 곱씹으면서 아름다운 추억을 하나씩 여는 낙엽의 바스락 소리를 들으며 걷는다면 삶의 훈훈함도 살아나 늦가을 정취를 즐기는 여유롭고 편안한 여행이리라!오래전부터 마음을 나누던 아우의 배려와 마침 광주에 지인 결혼식 참석할 일이 있다는 아우와 의기투합으로 나주여행에 대한 모사(?)가 성사되었다. 항상 요맘때가 내겐 여행이 선 듯 내키지가 않는 계절인데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 오색 창연한 가을정취는 사라지면서 그렇다고 흰 눈 소복한 겨울의 정취도 아니고 을씨년스런 찬바람에 마른 낙엽들이 길바닥
산정이 가까울수록 바람과 나뭇가지의 움직임들은 세상을 밝히기 위한 기지개였을 뿐이다.밤새타고 내려간 버스의 도착시간은 새벽4시, 버스의 불빛아래서 간단한 요기를 끝내고 무릉계곡 골짜기를 휘감아 도는 삼화사의 은은한 범종소리를 지척에서 들으며 두타산 정상을 향해 오른다, 어둠과 적막뿐인 산길을 오르며 차분하게 깔린 주위의 무거운 공기에 싸늘함이 느껴진다. 오전 7시경. 두타산정상은 아직 뿌옇게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동해안 가까이에 솟아 있어 고도차가 무려 1200m로 약 3시간정도가 소요되었고 1353m의 정상에 오르는 동안 본
감탄의 풍경에 흠뻑 마음을 빼앗겨 달리는 것을 잊어버릴 만큼 몽골의 고비사막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광활하고 멋진 세상- 게르에서 이른 시각 출발로 강렬한 아침햇살을 마주 하며 달려온 고비사막 중심부의 모래언덕- 거대한 모래 산이 눈앞에 보이는 순간 그 위용에 놀란다. 고비(GOBI)라는 말은 ‘풀이 잘 자라지 않는 거친 땅’을 말하는 몽골어다. 알타이산맥 동쪽에서 서쪽의 싱안링(興安嶺)산맥까지 약1,600km, 또한 남북으로 1,000km에 이르며 몽골의 약28%가 사막지대라는 말을 듣고 질투의 샘이 솟는다, 젠장! 우리남한
하늘과 지평선이 맞닿고 그사이에 구름이 그려주는 파노라마를 사진기에 오붓하게 담는 호사를 누린다.보이는 것이라곤 지평선과 하늘을 덮은 먹구름이 맞닿아 있을 뿐 산이든 뭐든 시야를 가로막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느껴지는 것이라곤 얼굴을 스치는 바람뿐인 고비사막을 황량한 길을 달린 끝에 욜링암산의 풍광에 마음을 빼앗긴다,오전 6시30분, 이른 식사 후 옷가지와 일부 필수품들만 최소화하여 4대(미스비시 승합차3대, 스타랙스 1대, 짚차 1대)에 나누어 타고 출발했다, 몽골고비사막 울트라마라톤의 최초 출발 지점인 달란자가드를 향하여 630k
내 일생에 이렇게 빨리 결단을 내려 본 일이 없다. 그만큼 내게 절실했던 것일까? 일단 저지르고 나니 내 머리와 가슴은 몽골의 초원과 고비사막의 황야가 펼쳐지고 있다. 결정한 후 모든 일들은 고비의 D-day를 향해 척척 잘도 엮어져가고 있다.항공거리는 동남아의 필리핀 거리밖에 안되는데 항공료는 두 배가 넘는다는 짜증 섞인 불만들… 대한항공과 미야트(몽골)항공의 독점노선이라, 그래도 그렇지…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며 막연한 꿈속의 몽골을 향한 시작의 짜증은 황홀한 기대감에 눌린 채로 십 여일이 지나고 드디어
성인봉은 휴화산인 울릉도의 최고봉으로서 산의 모양이 성스럽다 하여 성인봉(聖人峰)이라 부른다,찬란한 아침햇살이 내리쬐는 정상에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감탄을 아니 할 수 없다. 형제봉, 미륵봉, 나리령 등 크고 작은 산봉우리가 운해의 바다에 우뚝 솟아있고 동해바다와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운해에 묻혀 버렸지만 내가 마치 구름위에 사는 선인이 된 기분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새벽3시, 잠실운동장을 출발하여 푸른 바다와 녹음 짙은 성인봉을 생각하며 좁은 버스의 불편함을 잊는다. 자는 둥 마는 둥 약 4시간여에 묵호항에 도착, 무거운
삼선바위를 등지고 산야를 내려다보는 이 순간만큼은 삼선 못지않은선인이 되는 ‘대둔산’바위틈을 요리조리 부드럽게 흐르는 물줄기의 실로폰 같이맑고 청명한 소리를 들으며 일주일정도 들을 수 있을 만큼 마음에 담는다.푸른 하늘은 눈에 담고, 청아한 물소리는 귀에 담고,하얀 몽실 구름은 마음에 담고 아무 생각도,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봄은 찾아가는 이에게 먼저 다가온다. 서울보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봄은 와 있으리라 기대하며 떠난다. 고속도로를 가르며 봄의 향기와 나뭇가지의 연녹색 새순을 그려보는 행복감에 젖어본다.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