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cover story] 와인, 강렬한 붉은 빛 유혹에 빠지다

순천향의대 신경외과 조성진 교수

  • 입력 2003.09.01 00:00
  • 기자명 emddaily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L]시원한 맥주의 계절 여름을 보내고 이제 본격적인 와인의 계절 가을이다. 선명한 색상과 진한 향, 부드러운 맛까지... 와인 애호가들도 가을은 단연 와인의 계절이라고 서슴치 않고 말할 정도로 와인 맛의 깊이가 더욱더 깊어지는 계절이다. 가을과 와인 이 두 가지에 단어에 수줍은 듯한 미소가 썩 잘 어울리는 의사가 있다. 가을의 편안함과 와인의 진한 향을 가진 의사, 순천향의대 신경외과의 조성진 교수다. 막판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의 어느 날, 역삼동 세브도르 주류 백화점에서 MD 최초 음주 인터뷰가 진행됐다. 붉은 와인과도 제법 어울리는 점잖은 검은색 슈트에 산뜻한 노란빛의 타이를 맨 조성진 교수는 ‘와인 애호가’라는 기자의 말이 영 쑥스러운지 애호가까지는 못 된다며 어색해 하는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와인의 매력에 빠진지는 불과 몇 년 되지 않지만 그 전에 즐겨 먹던 소주나 맥주가 이제 별로 맛이 없어졌다고 고백하는 그는 와인은 맛도 맛이지만 잔 속에서 출렁이는 신비하고 깊은 색과 매혹적인 진한 향기 때문에 중독이 된다고 말한다. 이제는 먹다보니 욕심이 생겨 집에 와인랙까지 마련해 와인 모으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고 한다. “사실 와인 수집을 하려면 와인랙에 진열을 해 놓아야 하는데, 거의 제가 다 먹어요. 그냥 모셔둘 수가 없더라고요.” 주로 집에서 아내와 마주앉아 와인을 즐기거나 친구들을 초대하는 함께 즐기는 그는 와인을 “사람사이에 와인이 중요한 대화의 도구”라고 정의한다. 원샷으로 한 번에 들이키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향과 맛을 음미해가며 먹기 때문에 충분한 대화가 오갈 수 있는 여유가 있고 그 가운데 자연스럽게 매너와 절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와인은 끼안띠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향이 거친 듯 하면서 오래 숙성시킬 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기 때문이다. 요즘 자주 먹고 있는 아름다운 빛깔과 신선한 풍미가 일품인 로제 와인 진판델(zinfandel)과 프랑스 와인 샤또 딸보(Ch. Talbot)도 그가 즐기는 와인이다. 안주는 가벼운 것을 좋아해 치즈와 너트를 즐기고 삼페인에는 캐비어도 잘 어울리는 안주라고 귀띔한다. 와인과 사람을 너무 좋아해 좋은 사람에게는 늘 와인을 선물하거나 추천하는 조성진 교수는“많은 종류로 넓게 먹어봐야 와인의 깊이도 느낄 수 있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아직 와인 입문단계에 있는 취재기자와 사진기자에게 고맙게도 진판델을 선물해 주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한 잔의 와인을 다 비운 후에야 좀 자연스럽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는 조성진 교수. 그와의 만남은 진판델의 처음 맛처럼 상큼하고 마지막 맛처럼 진한 여운을 주는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