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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ing & Crime] 완전 범죄는 가능한가?

  • 입력 2003.1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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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전능한 신도 완전범죄는 하지 못했다그렇다고 해서 이를 포기할 제우스가 아니다. 술수를 써서 이오에게 어둠의 장막을 내려, 갑자기 어둠의 세계로 몰아넣었다. 어둠으로 인해 앞을 보지 못하게 된 이오는 결국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다.이렇게 되자 제우스는 서둘지 않고 이오를 달래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그러자 제우스는 먹구름을 더욱 피어오르게 해서 이오를 꼼짝 못하게 하여 자포자기하게 만들었고 검은 구름은 아리따운 처녀를 감싸안음으로 그녀의 두려운 마음을 달래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고는 목적을 달성했다.(그림1-1)한편 대낮에 검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하늘에 있던 헤라는 혹시 남편 제우스가 또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어 구름이 피어오르는 곳에 내려와 보았다. 이것을 눈치 챈 제우스는 당황한 나머지 이오를 성급히 흰 암소로 둔갑시켰다.이런 장면은 17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라스트만(Piter Lastman 1583∼1633)에 의해서 ‘이오와 제우스를 발견한 헤라’라는 주제로 그려졌다.(그림1-2)이오를 소로 둔갑시켰다고 해서 제우스의 위기와 받은 의심이 그대로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수상한 느낌을 받은 헤라는 그 암소를 자기에게 줄 것을 간청했다. 그렇지만 제우스는 여러 핑계를 대며 이를 거절하였다. 그러자 헤라의 의심은 더욱 깊어져 온갖 아양을 다 떨며 제우스를 설득시켜 결국은 그 암소를 받게 되었다.헤라는 그 암소를 아르고스라는 100개의 눈을 가진 괴물에게 감시하게 하였다. 군침만 흘리던 제우스는 생각다 못해 이오를 구출하기 위해 자신의 사자 헤르메스를 보내 아르고스를 죽이게 하였다. 아르고스가 헤르메스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헤라에게 전해지자 분노한 헤라는 이오를 발광하게 만들었다. 정신이 돌아버린 이오는 온 세상을 방황하며 다니게 되었다.이오가 얼마나 쏘다녔는지 이오가 다닌 행적으로 당시 그리스인들은 지리 공부를 할 정도이었다고 하며 그녀가 건넌 바다에는 이오니아(Ionia)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였다.더 이상 이오의 방황하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제우스는 헤라에게 모든 사실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 이오를 사람으로 환생시켰다는 것이다.그림 <제우스와 이오>를 자세히 보면 이오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먹구름에서 손이 보이고 이오의 얼굴 옆을 지나는 구름에서 남자의 얼굴이 떠오르고 있다. 화가는 구름을 제우스의 변신으로 그린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능자로서 그의 힘과 권위 그리고 타고난 난봉꾼으로서의 온갖 능력을 나타내고 있다.그러나 그렇게 전능한 신도 범죄는 숨길 수 없었다. 이 그림을 보면 저자는 완전 범죄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한 사건이 있어 이를 살펴보기로 한다.2년 만에 풀린 전쟁 미망인 살인 사건[2R]이야기는 어느 젊은 전쟁미망인 S의 예이다. S여인이 대학 재학 시절에 6?25사변이 발발되어 피난생활 중에 군인인 K와 알게되어 결혼하였다. 약 3개월의 결혼생활 끝에 남편은 일선으로 배치되어 서로는 별거하게 되었다. S여인은 이따금씩 일선으로 남편을 면회가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여기며 지냈다.S여인이 일선으로 남편을 면회 갈 때마다 그 부대 군인들은 야단법석이었다. 그 이유는 S여인이 하도 미인이기에 여인의 얼굴을 자주 보지 못하는 일선 군인들은 S여인을 보면 미칠 듯이 함성을 지르고 환영하곤 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S여인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비보가 날아들었다. 남편이 전사하였다는 것이다.전쟁미망인이 된 S여인은 하는 수 없이 직장을 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용모가 단정하고 남에게 주는 인상이 좋은 탓인지 취직은 용이하여 모 식료품 회사를 경영하는 사장의 여비서로 취직이 되었다. S여인은 마음의 상처를 씻으려고 열심히 일하고 사장을 정성껏 모셨다. K사장도 S여인의 딱한 입장을 충분히 동정하여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 S여인에게는 뜻하지 않은 불행이 또 닥쳐왔다. 그녀가 자동차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이다. 부상은 의외로 커서 좌대퇴골(左大腿骨) 골절(骨折)과 안면부(顔面部) 좌상(挫傷)으로 상하의 앞니가 부러져 나갔다. 자동차 운전사가 도망쳐 버렸기 때문에 치료비는 S여인이 부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사장은 모든 치료비를 자기가 부담하겠다고 자진해서 나섰고, 병원을 자주 방문하여 S여인을 위로하였다.장기간의 입원 끝에 S여인은 퇴원하게 되었다. S여인의 대퇴골은 개방성 정복 수술(開放性術復手術)로 치유되었고 상하 문치는 완전 의치로 보충되었다. 이렇듯 사장에게 많은 은혜를 입은 S여인은 퇴원 후 더욱 열심히 일했고 회사의 사업은 더욱 번창해 갔다.젊은 미모의 여비서와 사장 사이에는 어느덧 사랑이 싹트게 되어 맺어서는 안 될 관계마저 갖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에 S여인의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하였다. 사장은 낙태할 것을 종용하였으나 S여인은 좀처럼 응하려 하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에는 언쟁이 오고 가기 시작했다. S여인이 한 여인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게 되자, 사장은 깊은 고민 끝에 S를 살해할 것을 결심했다. 어느 날 S를 교외로 유인한 사장은 아비산(亞砒酸)이 든 주스를 마시게 하여 독살하고 말았다. 그 후, S의 시체에 무거운 돌을 달아 강물 깊은 곳에 던져 버렸다. S여인이 행방불명된 지 2년이 흘렀다. K사장의 생각은, 이제 S는 완전히 고기밥이 되었을 테고 자기의 범죄는 완전히 성공하였다고 자만하였다. 이 무렵 해서 낚시하던 사람이 강물에 떠오른 여인의 시체 하나를 발견하여 경찰에 신고하였다. 보편적인 생각으로 사체가 물 속에서 약 2년이 경과되면 완전히 부패되어 없어질 것으로 여겨지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질 않다. 시체가 습기가 많고 무기질이 많은 곳에 방치되는 경우에는 시체 내의 지방이 분해되어 지방산과 글리세린으로 된다. 여기에 주변에 있는 칼슘, 마그네슘 등의 무기질이 침착되어 비누가 형성되면 시체는 부패가 정지되어 결국은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시랍(屍蠟, saponification, adipocere)이라고 한다. S여인의 경우도 이러한 시랍이 형성된 것이다. 이렇게 시랍이 형성되는 동안에 S여인과 무거운 돌을 묶었던 끈은 삭아서 끊어지게 되었고 끈이 끊어지자 시랍, 즉 비누가 형성된 시체는 물위에 떠오른 것이다. 경찰의 요청으로 부검을 하게 되었다. 시체 표면은 완전히 시랍이 형성되어 원형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었다. 사인이 될만한 변화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수사관들이 중요시하는 것은 우선 사인보다는 시체가 누구인가를 구별하는 개인 식별의 문제였다.시체의 좌측 대퇴부에는 길다란 반흔이 있고 대퇴골에는 금속판이 부착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시체는 생존시 대퇴골에 골절이 야기되었던 것임이 틀림없었으며, 상하의 좌우 문치가 금관으로 덮여있는 것이 개인 식별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되었다. 수사관들에게 그러한 특징들, 즉 개인 식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소견을 적어주고 교통사고를 많이 다루는 병원과 치과 의원에 회람시킬 것을 일러주었다.그러던 어느 날, R병원의 정형외과와 치과에서 그러한 치료를 한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데 성공하였고, 그 주인공이 S여인임을 밝히게 되었다.2년 전 S여인이 살던 주소를 찾아간즉, 그녀는 모 회사의 사장 여비서였는데 2년 전 행방불명되어 가출신고를 한 사실이 있다고 했다. 이를 알아낸 수사관들은 K사장을 방문하여 S여인에 대하여 자세한 것을 캐물으려 했다.그런데 K사장의 태도가 의외로 겁에 질려있는 것을 의아스럽게 생각한 수사관들은 본격적으로 K사장과 S여인의 관계를 수사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수사관들은 K사장과 S여인이 교외로 나간 이후로 S여인이 행방불명됐다는 사실을 중요시하고 K사장을 연행했다. 본격적인 문초를 시작한 수사관들은 마침내 K사장으로부터 S여인을 독살한 후 돌을 달아서 강물에 던졌다는 자백을 받아냈다.자백 후에 K사장이 하는 말이, “2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완전히 고기밥이 된 줄 알고 안심했지요. 아마도 억울하게 죽은 그 여자는 한이 맺혀서 죽은 후에도 썩지 않았나 봅니다. 결국은 내가 죽일 놈이죠.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따라 다녔지요… 이제는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어서 마음이 시원합니다. 담배나 한 대 주시우….”이렇듯 완전범죄란 실제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사실은 <제우스와 이오>의 관계를 그린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더욱 실감나게 느껴짐을 금할 수 없다.그림 설명그림 1-1. 코레조 작 <제우스와 이오> 1532 , 빈, 미술사 박물관 소장 그림 1-2 라스트만 작 <이오와 제우스를 발견한 헤라> 1618, 런던 국립 미술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