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불임 난임 부부의 희망 ‘공공정자은행’ 생긴다!

공공정자은행 설립추진위원회 박남철 회장, 서주태 위원 INTERVIEW

  • 입력 2015.04.30 15:10
  • 기자명 김은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4월 단국의대 제일병원에서는 대한생식의학회와 대한남성과학회의 주최로 공공정자은행 설립을 위한 추진위원회 발기인 대회가 열렸다. 저출산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공공정자은행 설립을 통해 국가 인구 문제의 해결과 효과적 불임 치료에 획기적 전환을 마련할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4월 29일 제일병원 대강당에서 한국공공정자은행 설립추진위원회 발기인 대회가 열렸다.한국은 2001년 1,297명부터 2013년 1.19명까지 13년째 1.3명 이하의 출산율을 기록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긴 초저출산 상태를 지속한 국가다.

이러한 저출산 상태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2013년 3,684만 명에서 2030년 3,289만 명으로 감소됨으로써 인력 부족에 의한 국가 성장 동력의 가장 큰 상실 요인으로 이뤄질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초저출산 현상은 만혼, 결혼 기피현상, 경제적 문제 및 출산과 양육의 가치관 변화 등 복잡한 요인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 정부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53조원을 투자해 저출산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했지만 출산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초저출산 문제의 해결과 효율적 불임치료를 위한 ‘한국공공정자은행 설립추진회’가 지난 4월 발기인 대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한국공공정자은행 설립추진위원회 박남철 회장(부산의대 비뇨기과)은 “공공정자은행은 출산과 양육 환경이 모두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치성 남성인자에 의한 난?불임부부에게 보다 가장 쉬우면서도 경제적인 가임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효율적인 인구 증가수단이 될 수 것입니다”라고 설명한다.

현재 국내 정자은행의 운용은 국내에서 대부분의 대학병원과 불임전문병원에 이미 동결보존과 해동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항암요법을 시행하기 전에 정자를 보관하거나 정자 이상에 의한 남성불임환자를 위한 배우자간 인공수정을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많은 나라에서 정부의 주도로 공공정자은행을 설립했으며,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OECD 국가도 공공정자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정관절제술, 항암요법, 방사선 치료에 앞서 정자 보관으로 수정능 보존

정자은행이란 정자를 채취한 뒤 동결보존액과 혼합해 작은 용기에 넣어 -196℃의 액체질소 탱크 속에 동결시켜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필요한 양만을 녹여 인공수정 및 시험관아기시술 등의 보조생식술에 이용하는 보관시설이다.

정자 동결보존은 1776년 Lazzaro Spallanzani에 의해 눈 속에서 인간정자의 생존을 관찰해 정자에 대한 저온효과와 동결보존에 관련된 연구가 시작되었다.

그 뒤 1세기 후 축산업이나 전쟁에서 사망한 남편의 아이를 수태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자은행의 필요성이 처음 소개되었으며, 당시 동결정자의 생존율은 10%에 불과했다. 하지만 동결정자를 이용한 보조생식술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1970년대 이후 임상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박남철 회장은 “동결정자는 신선정액보다 수정율이 10~25% 정도 낮으며, 동결 및 해동 비용이 드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비해 비배우자 정자 공여인 경우 공여 6개월 후 공여자 재검진으로 AIDS 감염 예방, 배란시기에 따른 시간?공간적 제약 극복, 유사한 외면적 특성 혹은 적합한 혈액형 정자 선택 가능, 동일한 정자공여자로부터 연속적 임신 가능, 정배란주기 불규칙한 여성에서 반복 수정 가능, 체외수정에서 정자의 수정능 개선하고, 남은 정자의 보존이 가능합니다. 또한 선천 기형의 출생빈도와 유산율이 정상임신보다 낮으며, 무엇보다도 정관절제술, 항암요법, 방사선 치료 등의 정자형성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는 수술이나 치료에 앞서 정자를 보관함으로써 수정능을 보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공공정자은행설립은 고령화와 저출산 두 마리 토끼 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

▲한국공공정지은행 설립추진위원회 박남철 회장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그 유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초고령화와 초저출산의 문제를 같이 가지고 있다.

사실상 고령화는 저출산 문제의 해결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노력은 대부분 미봉책에 불과해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문화적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공공정자은행에 대해서는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인 정책으로 확실한 효과를 올리고 있다.

중국은 출산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각 성에 1개의 공공정자은행을 세워 난치성 남성불임 환자에게 가임 기회를 제공한다.

프랑스는 1978년 파리에 인간정자의 동결보존에 관한 국제학회가 처음으로 개최된 후 정부기관이나 연구기관의 정자은행 외에도 민간이 주도하는 상업적 정자은행이 생겼다.

현재는 정부가 관리하는 15개의 공공정자은행이 있으며, 이들을 총괄하는 중앙정자은행이 설립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1970년 항암치료나 정관절제술에 앞서 수정능을 보존하려는 목적이나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위한 상업적 정자은행이 발달, 비슷한 시기에 몇몇 대학병원 내에서도 정자은행이 설립되어 현재 17개 이상의 정자은행이 등록되어 운영되고 있다.

박남철 회장은 “불임은 가임층 부부의 15%에서 불임이 발생하는데, 불임클리닉을 찾는 남성불임환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조생식술의 괄목할만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비배우자의 인공수정이나 입양이 필요한 무정자증이나 난치성 감정자증, 그리고 향후 배우자 인공수정을 위한 자가 정자의 동결보존이 필요한 임상례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부산대학교 비뇨기과 연구팀은 공공정자은행 설립을 대비해 최적의 정자매칭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과 지방을 잇는 공공정자은행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면 초고령화와 초저출산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사업 성공의 열쇠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한국공공정자은행 설립추진위원회 서주태 위원한편 지난 4월 29일 열린 한국공공정자은행 설립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에서는 한국정자은행의 설립과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있었다.

이날 한국공공정자은행 설립추진위원회 서주태 위원(관동의대 제일병원)은 “남성불임의 30%(약 20만 명 추정)가 입양이나 비배우자의 인공수정이 필요한 일차성 정자형정상애나 난치성 무정자증입니다. 또 영구불임술, 항암요법 전 자가 정자 동결보존으로 남성 가임능 유지를 위한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또 소아암이나 15~25세에 많이 나타나는 혈액암은 과거 생존율이 낮았지만, 이제는 완쾌나 정상생활이 가능한 경우가 많아 미리 정자를 보존하면 결혼 후 자신의 아이를 가질 수 있다”며 공공정자은행의 필요성과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서 위원은 공공정자은행 설립과 운영의 조건으로 ▲정자공여 및 비배우자 인공수정 관련 법 규정의 정비, ▲정자동결보존 및 분양을 위한 표준 시설 및 운영을 위한 한국형 표준 SOP 완성, ▲정자은행 운영 정보전산 프로그램 개발 및 국가 네트워크 구축, ▲국가 자산으로써 양질의 공여정자 동결 비출, ▲정자은행 기능의 교육 및 홍보를 들었다.

공공정자은행 설립을 통해 연간 5천여 명 이상의 출산 증대로 저출산이라는 국가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난치성 불임환자의 치료비 절감효과와 2차 정자은행의 관리운영과 정자 동결 보존을 위한 기술이전으로 산학협력과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부가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다.

한편 의료적으로는 영구 피임과 암 치료 관련 공공의료서비스 질 향상하고 법률적으로는 관련법 규정 정비기회를 제공하고 불법 정자 및 난자 매매를 근절, 그리고 연구 인프라적으로는 정자학, 생식의학 및 동결공학 연구 기반 및 거버넌스를 확립할 수 있게 된다.

이제 공공정자은행은 불임부부의 애환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 아닌 저출산 해소와 한국의 미래를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이제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시기는 지났다. 가장 필요한 것은 국가의 과감한 투자와 내일도, 모레도 아닌 바로 지금 시작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