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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ing & Crime] 새튼이

  • 입력 2003.12.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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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L]이집트인들이 남긴 유산, 미라
미라라고 하면 누구나 고대 이집트의 미라를 연상하게 되는데 그 당시 그들은 상류계급에 있던 사람이 죽으면 그들을 인공적으로 미라를 만드는 전통이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인간의 인생을 누구보다도 사랑했기 때문이며 그들은 사후세계라는 것이 반드시 있다고 믿었다.
그 세계는 현세의 연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이 죽으면 미라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시체가 영구히 보존되게 함으로써 사후세계에 가서도 현세의 품위와 생의 즐거움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고 믿었으며 또 일정한 시일이 지나면 반드시 환생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굳게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미라는 건축, 벽화 장식과 더불어 고대 이집트인들이 인류에게 남긴 유산으로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느끼게 한다.
기원전 1200년의 장송가의 한 구절에,
“아 ! 무덤이여 ! 너는 축제를 위해 만들어지고, 너는 아름다운 이를 위해 만들어졌구나.”라고 하여 사후세계의 집인 무덤을 중요시했으며 그래서 탄생된 것이 피라미드이다.
이집트 미라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투탄카맨의 황금 인형관(人型棺)에 드러있던 미라인데 그 황금관은 아직도 찬란한 빛을 발하며 당시의 문화적인 상황을 우리에게 그대로 전해 주고 있다. 이 황금 인형관 안에는 10대 후반 어린 왕의 미라가 들어 있었는데 그 생전의 모습을 순금관으로 만들어 그 속에 넣어 영구히 어린 왕의 미라를 보전하였던 것이다.
그들의 생각에는 사후세계도 중요했지만 언젠가는 환생되리라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미라, 새튼이
[2R]이렇게 이집트에만 유명한 어린이의 미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미라의 전설이 있다.
새튼이(일명 ‘명도’ 또는 ‘태자혼’)이라고 불리는 미라가 있는데, 옛날에는 부부가 살다가 이혼한다는 것은 일부종사라는 개념 때문에 좀처럼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참다못한 부인이 일방적으로 도망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특히 산후에 갓난 어린애를 버리고 산모가 도망치는 일이 생기면, 요즘에는 인공 영양식, 우유 등이 좋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안되지만 옛날에는 모유 이외의 것으로 어린애를 기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 아무리 그 아버지가 정성을 다한다 하여도 어린애는 점점 허약해지고 마침내는 영양실조로 바싹 마른 상태에서 사망하였다.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처참하게 여윈 어린애의 시체를 부둥켜안고 그 아버지는 탄식하다 못해, 마침내 그 어린애의 어머니를 찾아 그 넋이나마 달래 주어야겠다고 생각해 그 어머니가 갈만한 곳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지금 같으면 교통 수단이 좋으니까 별 문제가 아니지만, 당시는 도보로 여행해야 하며 여비도 문제고 기한도 무한정한, 기약 없고 정처 없는 여행을 해야 하는 아버지는 소금장사를 하면서 여행을 하였다.
소금을 넣는 소금 상자 밑바닥에 어린애 시체를 넣는 칸을 만들고 그 위에 소금을 넣은 후 이것을 걸머지고 팔도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다 보면 소금 상자 속의 어린애의 시체는 소금이 수분을 빨아들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바싹 마른 어린애는 이런 상태에서 수분의 소실이 격심해져 마침내 미라가 형성되며 썩지 않고 그대로의 형태가 유지되었다.
이러한 현상을 보고 그 당시의 사람들은, 어린것이 어머니의 정이 그리워 죽어서나마 어머니를 만나보려고 썩지도 않고 남아 있다고 생각해서 그 귀신을 ‘새튼이’, 지방에 따라서는 ‘명도’ 또는 ‘태자혼(太子魂)’ 등의 이름으로 불렀다는 것이다.

새튼이 미라를 본 어머니는 급사해
[3L]이러한 새튼이, 미라를 지고 다니던 아버지가 마침내 그 어머니를 찾아냈다. 그는 어린애가 죽었다는 사실을 말한 다음 소금 상자에서 어린것의 시체, 즉 새튼이 미라를 꺼내 어머니에게 던졌더니 그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급사(急死)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새튼이는 무서울 정도로 총명하고 불가능한 것이 없는 전지전능한 어린애의 귀신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금에 와서 이것을 의학적으로 해석해 보면, 자기가 보기 싫어 버리고 도망친 남편이 자기 앞에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공포의 대상이 되는데, 하물며 자기가 도망쳤기 때문에 어린애가 죽은 데다 그 시체까지 가져와 그것을 그대로 눈앞에 내던지면 아무리 강심장의 여인이라도 쇼크를 유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신경성 쇼크로 사망했으리라는 것은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당시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이 새튼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믿어 왔으며, 지방에 따라서는 새튼이 귀신을 아직도 섬기는 곳이 있다고 한다. 특히 무당들 가운데에는 새튼이 무당이 있으며, 이 무당은 사람들이 듣는 가운데서 새튼이와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새튼이 무당을 찾아간 수사관들
40년 전에 이 새튼이 무당이 감정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새튼이 무당이라고 자칭하는 여인이 사람들 앞에서 새튼이와 대화를 하면서 점을 치는데 새튼이의 ‘쏵- 쏵-’ 하는 소리가 다른 사람에게도 들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여인이 무지한 사람이나 고위층 부인을 상대로 유언비어를 퍼뜨리기 때문에 수사의 대상이 되었다. 수사관들이 그 집에 점치러 간 사람으로 가장하고 가본 즉 정말로 새튼이의 ‘쏵- 쏵-’ 하는 소리가 나는데 그것을 과학적으로 어떻게 증명할 길이 없는가를 저자에게 문의하러 왔다.
호기심도 나고 해서 수사관들이 안내하는 새튼이 무당 집을 방문하여 보았다. 많은 여인들이 차례를 기다리는데 밖에서도 새튼이의 ‘쏵- 쏵-’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소리가 컸다. 도저히 그런 것을 감정할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연한 사실이었다. 다른 여러 가지 문제로 새튼이 무당이 연행되어 수사관들의 조사를 받게 되었다. 이 광경을 옆에서 관찰하는데 조사 받던 무당에게 수사관이 곤란한 질문을 하면 ‘쏵-’ 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수사관들에게 고성능 마이크를 사방의 벽에 장치시킨 다음 무당과 대화를 하게 하였다. ‘쏵-’ 하는 소리는 분명히 그 무당의 몸, 특히 상반신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무당의 상반신을 세밀히 검사하여도 소리가 날만한 아무런 장치를 지니지 않았다.

귀신에 대한 감정
얼마 후에 그 무당의 상방 좌우 제일문치(第一門齒)가 좌우로 유난히 벌어져 마치 선천성 매독 환자의 ‘핫친손’ 치아와 유사한 것에 주의하게 되었다. 소리가 나는 원천(源泉)이 바로 이렇게 벌어진 치아 사이로 공기를 압축시켜서 내는 소리라는 것이 드러나게 되었다.
이런 일 때문에 새튼이가 무엇인가를 알아보다가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미라에 얽힌 전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법의학을 하다 보니까 귀신에 대한 감정마저 하여야 하는 잊지 못할 일화를 남기게 되었다.
이러한 어린아이의 미-라에 대한 미신적 신앙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멕시코의 카드로 점을 치는 카드를 보면 어린이의 미라가 그려져 있는 것이 많다.
그러고 보면 어린이 미라에 대한 그 애처로움에서 시작되어 썩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은 불가사의한 현상으로, 이를 받아들인 사람들은 어린이 미라가 순수하기 때문에 모든 일을 사실대로 전해준다고 믿었기 때문에 미신적인 전설을 탄생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림에 대한 설명
그림 1. 투탄카맨의 금제 인형관(그 속에는 어린 왕의 미라가 들어 있다)
그림 2. 멕시코에서 발견된 100년 전의 것으로 보이는 어린이의 미라
그림 3. 점을 치기 위해 만든 카드에서 보는 어린이의 미라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