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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알레르기와 아름답게 이별할 시간

고신대복음병원 알레르기내과 김희규 교수 (부산광역시 아토피천식교육정보센터장)

  • 입력 2015.08.04 11:27
  • 기자명 취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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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에게 알레르기는 삶의 질 자체가 떨어지는 심각한 질병이지만, 없는 사람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병입니다. 예를 들어 천식이 심하거나 아토피 피부염이 심해지면 직장인은 직장 생활을 영위할 수 없고, 학생은 학교를 다닐 수 없을 정도로 고통을 겪습니다. 게다가 심혈관계 질환과 비슷할 정도의 치료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알레르기를 단순하게 질환 그 자체로만 봐서는 안 됩니다. 통합적 관점에서 질환과 연관되어 있는 환경적인 요인들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들을 바로 잡아주고, 관리하고, 환경적으로 어려운 분들을 마음으로 지지해주고 싶습니다. 통합적인 치료는 물론 환자와 환자 가족의 고통을 공감하는 참된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고신대복음병원은 부산·경남권에서는 처음으로 아토피·천식교육정보센터를 유치했다. 센터에서는 온·오프라인으로 전문 상담을 하고 아토피와 천식 예방 관리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다른 유수의 병원들과 경쟁을 통해 얻어낸 값진 성과다. 알레르기내과가 그간 차근히 쌓아올렸던 활동과 실적도 큰 밑거름이 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맺은 열매가 아니라, 꾸준히 땅을 일궈온 지난 노력의 결실인 셈이다.

부산시 아토피·천식교육정보센터는 서울, 경기, 경북에 이어 전국에서 네 번째로 유치되었고, 지난 5월 중앙동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주로 상담과 교육이 이뤄진다. 시민 휴식공간과 상담 공간, 시청각 교육시설과 함께 간단한 진료시설도 갖추었다. 더불어 병원 내 호흡기알레르기내과도 새롭게 단장했다. 호흡기알레르기내과는 외부 센터와 연계해 진료를 담당한다.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2008년 복음병원에 알레르기내과가 만들어졌다. 알레르기 질환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효과적면서도 통합적인 치료를 하기 위해서였다. 내 주전공은 비염·천식 분야다. 이비인후과와 중복되는 부분도 있지만 알레르기내과만의 특화된 치료가 있다. 알레르기면역치료가 그것인데, 이 치료법은 알레르기 환자가 약을 줄이거나 완쾌될 수 있는 유일한 치료방법이기도 하다.

이 중에서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미국에서부터 연구해왔던 기관지천식 기전이다. 알레르기 비염을 갖고 있는 환자가 기관지 천식이 있는 경우는 20%, 기관지 천식을 갖고 있는 환자가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경우는 80%에 이른다. 그만큼 알레르기 비염과 기관지천식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알레르기 비염은 내가 자신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알레르기는 면역과 관련된 면역학적인 질환이다. 게다가 여러 가지가 복합된 질병이다. 예를 들어 비염환자에게는 천식과 두드러기, 결막염이 복합돼 나타날 수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알레르기 소인을 가지고 있다면, 외부환경의 변화에 의해 알레르기 증상이 코, 눈, 피부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외부환경의 변화 없이 자체적인 몸의 항체 변화에 의해서도 두드러기, 천식 등의 알레르기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갱년기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호르몬 변화에 의한 알레르기도 있다. 약물에 의한 이상반응 역시 알레르기 질환의 하나다. 복용한 약물에 의해 피부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거나 심각한 중증반응이 생기기도 한다. 일종의 면역반응이기 때문에 약물에 의한 유해반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알레르기내과가 다루고 있는 영역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알레르기는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결코 간단한 질환이 아니다. 정말 심각한 경우가 쇼크다. 뉴스 등에서 간간히 볼 수 있는 사례로는 벌에 쏘여서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감기에 자주 걸리는 분들도 정확한 검사를 하면 단순한 감기가 아니라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 축농증이 동반된 경우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처음 내방한 환자에게 충분한 문진과 진찰을 하지 않거나, 폐활량 검사, 알레르기 피부 검사와 혈액검사 등으로 원인을 찾아내지 않는다면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것이다. 원인을 회피할지 원인물질에 대한 면역치료를 할지에 대한 판단이 선 다음에, 약물 또는 호흡기 치료를 처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면역치료를 병행할 수도 있다.

알레르기내과는 수술이 아니라 정확하게 진단하고 거기에 맞춰 처방을 내리는 분야다. 복합적인 질병을 통합적 시각으로 보고 질환과 관련된 환경적 요소들을 잘 살펴야 하는 만큼, 앞으로도 알레르기 질환으로 남몰래 고통 받는 많은 분들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정진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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