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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시론]“개인병원의 입원실 폐쇄 신중해야”

국민, 국가 예산 소요 등 다각도 접근 필요 … 환자에게 도움되는 의료시스템 절실

  • 입력 2004.11.01 00:00
  • 기자명 emd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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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매년 약 3,500명의 새로운 의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그러나 취업난과 장기불황으로 웬만한 병으로는 병원 문턱조차 밟지 않는 사람들이 늘면서 의료계 역시 침체를 겪고 있다. 침체된 경기를 돌파하기 위해 요즘 의료업계는 무한경쟁시대, 영역파괴의 시대, 퓨전 시대를 맞고 있다. 불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중무휴 진료, 아침식사 제공, 진료비 대폭 인하 등 다양한 서비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 속에서 의료업계 내 빈익빈 부익부 현상 역시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우리의 의료 현실은 최소 부담에 최고 서비스를 기대하는 모순이 연출되고 있다.

구미 선진국에서는 환자가 자기 고유의 진료 지역을 벗어나 타 지역에 가 진료를 받을지 여부를 담당 주치의가 전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외국과 달리 진료의뢰서 한 장 얻으면 전국의 어느 대학 병원이라도 갈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에서 환자들의 의료 욕구를 억제 할 방법은 없다. 이러한 전달체계의 문제점은 개인의원과 대학병원 사이에 끼어 있는 중소병원들을 더욱 고전하게 만들고 있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병원들

최근 들어 200~400병상 안팎의 규모를 유지하던 중형병원들도 극심한 경기불황으로 환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병원 시스템을 통합하고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 특히 인원 감축에 있어 기존 대학병원과 달리 의사들까지 구조조정의 대상에 포함되어 강도가 더욱 높다. 최근 10여개 정도의 중견병원들이 재정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구조조정에 돌입했다고 하며, 인력구조조정을 하기도 전에 폐업을 하거나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병원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반면 의사들은 업종전환이 쉽지 않아 병원을 폐업한다고 해도 결국은 다른 의사가 인수하여 다시 다른 종류의 병원을 여는 수가 많다. 그래서 결국은 악순환이 반복된다. 앞으로 의료시장 개방으로 외국병원이 들어오고, 영리법인 병원 설립이 허용되면 중형병원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경기 불황과 의료 환경 변화를 맞아 대형 병원과 개인병원 틈에서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중형병원들이 뭉치고 있다. 중형병원들은 의료전달체계를 전가의 보도(寶刀)처럼 들먹이며 개인병원의 병상은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되면 개인의원을 찾던 환자들이 자연히 중형병원으로 모여 들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그 예상은 빗나갈 가능성이 아주 높다. 또한 정형외과, 신경외과, 내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정신과 등 기존의 입원실을 운영해 오던 개인의원들은 의료기반시설설립에 정부에서 언제 보조해준 적이 있느냐며 입원실을 폐쇄하라는 것은 개인재산 침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형병원들이 운영난을 겪고 있는 것은 개인의원을 찾는 환자 때문이 아니라 중형병원 자체의 경쟁력이 너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중형병원에 대해 환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등 여러 이유가 있다.

의료보험수가체계(외래는 중형병원이 50%, 개인의원이 30% 입원은 중형병원이 30%, 개인의원이 20%의 본인부담), 중형병원의 시설 및 서비스 등에 있어서 개인의원보다 월등하지 못하고 대학병원보다는 떨어져 있기 때문에 환자들은 앞서 언급한 자신들의 선택권을 활용하여 자기가 가고 싶어 하는 병원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중형병원들 중에서도 발 빠르게 전문화를 지향한 척추전문병원이나 대장항문전문병원들이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대학병원들과 경쟁하고 있는 현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개인의원의 입원실을 폐쇄 할 경우 환자나 환자 가족이 치료를 선택하는 데 있어 그 폭이 좁아지고 의료비 부담은 높아질 수 밖에 없으며, 국가의 의료비 지출도 늘어날 것이다.

개인의원 입원실 폐쇄 문제는 국민의 입장과 국가예산의 소요 등 다각적인 부분에서 신중히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의약분업은 시행 4년째인 지금까지도 국민의 불편과 비용증가라는 본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문화가 서구와 다른 우리의 현실에서 무조건 서양제도만 서둘러 쫓아가는 것은 의약분업 시행으로 겪었던 시행착오를 한 번 더 반복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의약분업의 예에서 보듯이 의료정책은 그 나라 문화와 국민들의 의료 이용 관행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시행했을 때는 국민부담만 늘어나고, 국민의 불편이 가중된다. 개인의원이든 중형병원이든 또는 대학병원이든 환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덜 주고 불편을 덜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뜻을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