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Mental Clinic]비행기 타는 게 무섭다?

비행공포증, 국제화 시대 신종 불안 … 비행기 많은 타는 사람에게 호발

  • 입력 2005.01.01 00:00
  • 기자명 emddaily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비행공포증은 국제 교류의 증가로 개인의 직업적, 사회적 기능을 저해하는 불안장애로 대두되고 있다. 서구 성인의 약 10%가 비행을 불안하게 생각하며, 여성과 노년층이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대한항공의 연 이용객이 20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항공여행이 일반화됐다. 따라서 비행불안을 호소하는 환자를 임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 잦은 항공여행으로 심한 난기류 만날 확률 높아 발생정신질환 분류체계인 DSM-IV는 난기류, 항공사고 등을 걱정하는 비행공포증을 상황형 특정공포증(specific phobia, situational type)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비행공포증은 단일질환이 아니며, 고소공포증, 폐쇄공포증, 임소공포증, 공황장애와 같은 다른 공포증의 표현형일 수도 있다. 특정공포증은 난기류에 의한 요동 등 외부요소에 의해 불안이 증가하지만, 폐쇄공포증, 공황장애 환자들은 빈맥, 호흡곤란 등 신체자극에 더 각성되는 양상을 보인다. 일반적 생각과 달리 비행공포증은 항공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서 잘 생긴다. 잦은 항공여행은 심한 난기류를 만날 확률을 높이며,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여행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공포증이 생긴 후에도 10%를 제외한 환자들은 불안을 참고 약물이나 알코올 등에 의지해 항공여행을 시도한다. 증상의 심각도에 따라 전혀 항공여행을 하지 못하는 환자군, 최소한의 비행만을 시도하는 환자군, 회피하지는 않지만 경도의 불안을 경험하는 환자군으로 나눌 수 있다. 환자들은 거래처가 끊기는 상황에서도 여행을 못하거나, 경험이 미숙한 직원을 대신 보내 손실을 입기도 한다. 가족 내의 만족감과 관계에 악영향을 끼치는데, 이는 이동의 자유 및 동반 활동 범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신혼여행이나 휴가를 외국으로 나가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유학을 떠난 자녀를 만나러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구성 인지행동치료 효과적인지행동치료는 증상을 구성하는 왜곡된 사고와 행동양식을 직접 교정하는 정신치료로, 서구의 프로그램들은 다구성 인지행동치료(multi-component cognitive-behavioral therapy)를 주로 사용한다. 치료는 정신의학 전문가들이 항공사와 제휴해 제공된다. 이는 치료 프로그램이 항공사의 고객을 증가시키며, 단계적 노출(graded exposure)치료와 항공 관련 교육은 항공사 협조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전문치료기관인 ‘비행공포증 연구소’도 조종사에 의한 비행 안전 교육, 정비사 교육, 이완훈련, 인지재구성치료, 가상현실치료(Virtual reality exposure therapy), 모형항공기내치료, 정지중 항공기치료, 치료자와 조종사가 동행하는 실제 비행 등 다양한 구성요소를 포함하는 프로그램을 대한항공의 후원으로 운영중이다. 또한 위에 언급한 대로 비행공포증의 치료는 공황장애, 폐쇄공포증, 고소공포증 등 원인질환의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 70~98%의 성공률을 보일 정도로 그 치료 효과는 뛰어나며, 치료 후 비행의 횟수가 증가하고, 비행 중 불안과 예기불안 역시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의사의 조언으로도 증상 완화 가능외래에서의 짧은 조언으로도 환자의 일부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항공여행 자체가 자동차 등 다른 여행 수단에 비해 수백 배 안전하다는 통계적 고찰이다. 1920년대에 상업적 항공여행이 시작된 이래, 난기류로 떨어진 보잉사나 에어버스사의 여객기는 단 한대도 없었다. 따라서 난기류에 대한 환자의 불안은 부적절한 인지오류인 것이다. 환자들의 좌절감 중 하나는 자동차 사고와 달리 비행 사고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조절력 상실에 대한 불안(need for control)이다. 이 또한 의사를 믿고 진료와 수술을 받듯, 10년 이상의 비행경력을 가진 기장에게 조절권을 위임하라는 조언이 도움이 된다. 폐쇄공포증이나 공황장애 환자들은 호흡곤란과 산소가 부족한 느낌을 경험한다. 그러나 모든 제트기 여객기들은 엔진을 통해 매 5분마다 객실 내 공기를 100% 순환시키는, 어떤 건물보다 탁월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호흡곤란 역시 객관적 경험이 아니라 주관적 왜곡이며, 산소가 절대로 부족한 상황이 아니라는 조언 역시 불안을 감소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교감 신경을 자극해 불안을 줄여주는 찬물을 마실 것과 동행과 많은 대화를 나눠 신체증상과 비행기에 맞춰진 사고의 초점을 분산시키라는 조언도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