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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관계는 주고받는 것이다

사랑도 예외는 아니다

  • 입력 2016.04.18 14:45
  • 기자명 전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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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관계는 주고받는 것이다. 한 치의 어긋남도 없다. 주고받음에서도 항상 주는 것이 먼저다. 주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 주어야 받는다. 영어도 Give&Take다. 우리말이든 영어든 세상의 이치는 같다.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작용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사랑은 여기에서 예외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많이 생긴다. 사랑에도 이것이 적용된다. 본질적으로 보면 그렇다. 그러면 사랑에 어떤 주고받음이 일어나는지 보자. 사람들은 사랑하면 그냥 준다고 생각한다. 사랑했을 때 그냥 주던 사람이 이제는 주지 않으니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한다. 사랑했을 때 일어나는 현상을 잘 보면 이때도 주고받는 것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랑할 때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준다. 사랑할 때 존재 자체가 주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너무 좋다.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사랑받는 내가 아니면 아무도 할 수 없는 것을 내가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받는 사람의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든 내 존재가 준 것이든 어쨌든 나를 보면 너무 좋은 것이다. 내가 없으면 그런 현상이 안 일어나니 그것을 내가 준 것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이 그것을 받은 대가로 나에게 주는 것이다.

미국 파비아 대학교 연구진의 연구에 의하면 결혼한 지 수십 년이 됐으나 연애할 때처럼 사랑에 빠진 상태를 유지하는 커플들의 비율은 0퍼센트다. 그리고 이 연구진은 로맨스의 유효기간은 1년이라고 발표했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낭만적 사랑은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의 높은 수치, 세로토닌의 낮은 수치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세로토닌의 수치는 강박장애 환자는 자신이 불안해하는 대상에 집착이 강하다. 그처럼 한창 사랑에 빠진 사람이 상대방에 집착하는 것도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의 변화를 토대로 하고 있다. 집착을 하니 세로토닌이 낮아졌는지, 아니면 세로토닌이 낮아지니 집착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세로토닌 수치가 낮다. 그러나 사랑의 현상에 대해서 완전히 밝혀진 것은 없다. 분명한 사실은 강력하게 좋은 현상이 일정 기간 동안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이 기간 동안은 그야말로 무조건적으로 잘 해준다. 그러나 이때도 좀 전에 말한 것처럼 내 존재 자체가 뭔가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받는 것이다.
이것이 사라질 때는 내가 상대에게 상대가 좋아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을 주지 않으면 받지 못한다. 다른 인간관계에서는 주고받으려고 한다.
하지만 유독 사랑에서는 서로 받으려고 한다. 엄밀한 의미에서는 주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 부부관계가 힘든 것이 이런 점 때문이기도 하다. 보통 사랑의 정점에서 결혼한다. 이렇게 나를 사랑한다면 결혼해서도 항상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결혼해서 한 동안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전개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그렇지 않다. 그 기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주고받는데서 혼선이 오기 시작한다. ‘지가 뭘 해주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이때가 주고받는 데서 불균형이 생기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이 시점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흔치 않다. 사랑에도 주고받는 것이 작용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만이 이 시점을 인식할 수 있다. 미리 대비할 수 있다.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은 이런 글을 쓰는 나에 대해 무슨 꿈깨는 소리하나, 그만하라고 할 것이다.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인생에서 낭만을 없애는 정신 분석가나 과학자의 말이라고 하면서 사랑은 정신 분석이나 과학의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할 것이다. 무슨 말을 하든지 사실은 사실이다.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 사랑의 대상을 자꾸 바꾸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여덟 번 결혼했다. 왜 우리를 변치 않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까? 이것에 대한 해답을 아주 간단한 원리인 주고받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 원리를 잘 알면 우리는 변치 않는 사랑,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길을 발견 할 수 있다.

사랑은 내려놓기
사랑은 두 종류가 있다. 힘 안 들이고 로맨틱하게 하는 사랑과 노력하고 만들어 가는 사랑이 있다. 로맨틱한 사랑은 달콤하긴 하나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노력하고 만들어가는 사랑은 아무하고나 할 수 없다. 그런 감정이 드는 사람과 그렇게 할 수 있다. 로맨틱한 사랑이 계속 지속되기를 바라면 노력하고 만들어 가는 사랑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로맨틱한 사랑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 노력하고 만들어가는 사랑은 로맨틱한 사랑이 없이는 시작이 될 수 없다. 로맨틱한 사랑으로 시작해서 노력하고 만들어가는 사랑으로 가야 한다. 이럴 때 변치 않는 사랑이 될 수 있다.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노력하고 만들어가야 하나? 사랑은 한 사람과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나와 같이 살아가면서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성장하고 행복해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그 사람을 잘 알아야 한다. 진정으로 이해해야 그렇게 할 수 있다. 한 인간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하는데 내 자신이 방해물이 된다. 우리는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식으로 살아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쉽게 되지 않는다. 내 방식대로 보고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 그것을 고쳐야 한다. 그래야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그것이 적용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잘 관찰하고 어떻게 해야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지 잘 봐야 한다. 내 생각이나 감정이 들면 그것을 내려놓고 그 사람을 잘 봐야 한다. 그 사람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쉽게 남을 고치려고 한다. 누구라도 잘하고 싶고 고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것이다. 연구를 해야 한다. 연구를 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는 고마워한다. 저 사람이 내 곁에 있어서 참 좋다는 생각을 한다. 감동을 줄 수 있다. 쉽게 되는 것은 없다. 많은 관찰과 연구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이런 노력을 해가는 가운데 내가 가장 많이 좋아진다. 내 인생이 달라진다.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것이 달라진다. 직장에서 나를 보는 것이 달라진다. 사랑은 묘하다. 상대를 성장시키려고 하는데 내가 성장한다. 상대를 행복하게 하려고 하는데 내가 행복해진다. 사랑은 묘약이다. 사랑은 신비한 힘을 가졌다. 그래서 지정한 사랑은 위대하다고 한다. 로맨틱한 사랑은 우리에게 상처를 주고 방황하게 만든다. 진정한 사랑은 그렇지 않다. 우리를 성숙시켜주고 인생의 의미를 알게 해주고 진정으로 한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다. 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게 되는 남는 장사다. 한 번 해보지 않겠는가!

(송파 전현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