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MD 시론]“의학자나 과학자는 피눈물나는 노력해야”

  • 입력 2005.07.01 00:00
  • 기자명 emddaily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대한의학회 정기총회에서 우리나라 임상의학 분야에서의 수월성을 확인하고 의료현장에서 환자 치료에 매진하는 임상의들의 연구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제정된 쉐링임상의학상의 제 1회 수상식장에서 받은 느낌이 아무래도 기억에 남아있다.쉐링임상의학상은 2004년 10월 대한의학회와 한국쉐링이 한국 임상의학의 발전을 위해 공동으로 제정한 이후, 우리나라에서 현재 시행하는 의학상 중에서는 가장 큰 액수의 상금(3000만원)이 수여된다. 그 선발과정이 공모에 의한 방식이 아닌 자체 발굴위원회 구성을 통해 이루어지며 임상의학에 대한 기여도를 중점 심사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SCI 논문 실적은 참고사항 정도로만 활용된다. 수상자는 간이식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한 서울아산병원 외과 이승규 교수라는 분이었다. 그 분은 KBS프로그램인 ‘성공시대’에 소개된 주인공이기도 하다. 하나 특이한 사항은 대학교수로 재직하기 전 1978~83년까지 신영외과라는 개인의원(?)에서 근무했다는 점이 특히 눈에 띄었다. 수상식장에서 내 옆에 앉은 유명 대학병원의 한 외과 교수는 아산병원이 간이식 분야에서 세계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어 많은 환자들이 그렇게 힘든 수술도 잘 해내는 병원이 다른 수술들은 얼마나 더 잘 하겠느냐며 한 사람의 출중한 의료인은 다른 분야의 병원발전에도 크게 기여하게 된다고 얘기했다. 이 교수는 잘 알려진 솔선수범형의 사람이며, 수상 소감에서 묵묵히 내조를 잘 해준 자신의 아내와 가족들에게 감사했으며, 1,000예 가까운 간이식 수술이 95% 이상 성공을 거두게 된 데는 같이 팀을 이루어서 수술에 참여한 간이식 팀의 공이 더 크다고 팀원들의 공로를 크게 치하했다.“한 사람의 훌륭한 의사는 병원 이미지 업그레이드 시켜”최근 범 세계적 각광을 받고 있는 황우석 교수팀도 막강한 팀워크를 갖추고 있다. 그 팀 속에는 신장내과 안규리 교수도 있고, 황 교수의 말이라면 며칠씩 밤샘도 마다하지 않는 헌신적인 팀원이 있다. 또한 황 교수의 경력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사항은 찢어지게 가난한 시골의 한 농부의 아들이라는 점이고, 누가 뭐라고 하던 한 우물만 계속 파왔다는 점이다. 그는 충청도의 가난한 시골마을(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5세 때 부친을 여의고 홀어머니와 함께 ‘소몰이소년’으로 자랐다. 집안의 총재산은 땅 한 마지기도 없이 소 한 마리뿐이었다. 따라서 네 자녀를 혼자 키운 어머니는 아들이 면서기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아들은 다행히 당숙의 도움으로 동네에서 유일하게 중학교에 진학했다. 그것도 멀리 떨어진 대전중학교에 합격했다. 그러나 3년 장학금을 주겠다는 제의에 대전서중으로 옮겼다. 또한 당시 차비 12원이 없어 1년에 두 번밖에 집에 가지 못했다. 서울의대에 진학할 수 있는 실력이었지만 수의학과를 선택했다. 박사 학위를 따고 연구에 몰두했을 당시(1981년) 또 한번의 시련이 찾아왔다. 지도교수가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당연히 그에게 돌아올 줄 알았던 전임강사 자리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다.그는 좌절 대신 오히려 유일한 재산인 16평 아파트를 팔아 경기도 광주에 소 농장을 짓고 홀로 동물실험에 매달렸다. 2001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돌입했을 때 동료들은 모두 말렸다. 그러나 황 박사는 특유의 장인정신 하나로 배아줄기 세포분야에서 대업을 이뤄내 최근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인물이 됐다.우선 황 교수는 솔선수범형이다. 새벽 4시부터 밤 12시까지 연구에 매달리며 실험을 진두지휘한다. 60여명의 연구원에게 매일 일일이 그날의 연구 성과를 물어볼 정도로 꼼꼼하다. 아무리 바빠도 1주일에 3~4번은 지방의 농장에 내려가 직접 동물실험을 챙긴다. 황 교수는 손익을 따지지 않는 순박한 연구원을 제일 좋아하고, 과학은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는 조국이 있다고 말한다. 또 일단 자기 품에 들어온 연구원은 가족처럼 끝까지 책임진다. 연구원이 상(喪)을 당하면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어도 반드시 문상을 간다. 태풍이 몰아치는데도 자동차로 밤새워 6시간을 달려가 문상을 하고 온 적도 있다. 황 교수는 올해 최고 과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2009년까지 매년 30억원의 연구비가 지급된다고 한다.앞서 이야기한 이승규 교수, 황우석 교수 같은 분들은 누구보다도 피눈물 나는 노력 끝에 얻어진 명성이며, 누구나 그 사람들의 업적이나 공로에 대해 딴 말을 하기 어렵다. 두 분 다 때로는 새벽부터 밤 12시까지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다. 한 사람의 훌륭한 의사는 병원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며 훌륭한 과학자는 국가 브랜드 파워를 업그레이드시킨다. 삼성에서 한 사람의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었는데, 의학자나 과학자는 머리만 가지고는 안 되며, 피눈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흔히 우리는 주위에서 공 안 들이고 명성만 얻으려는 그릇된 자세를 가진 의료인들도 종종 접한다. 그러한 사람 밑에서 몇 년씩 세월을 보낸 제자들은 스승을 결코 존경하지 않으며 그 교실을 떠난 후에는 거의 인사하러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