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未完의 인생, 기적을 통한 수업

의사 시인 신승철 원장, 다섯 번째 감성 시집 ‘기적 수업’ 발간

  • 입력 2016.05.13 11:53
  • 기자명 김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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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병이 따로 실재한다고 생각하면, 병은 따로 있게 될 것이다. 우리 각자가 지닌 ‘신성한 마음’ 속에 ‘병’이란 게 깃들 리 없을 것이다. 아집과 망상이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것들이 무슨 병을 일으킬 리 만무하다.
- 「병」

홀로 가는 이 길이 결코 헛된 길은 아니다. 하지만 지구의 중력에 꼭 붙들려 매어 사는 인간으로서, 일상의 사사로움에 ‘사사로움이 없음’을 알면서도, 그 사사로움 속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일로 가끔은 잠을 이룰 수가 없으니, 아직은 미완未完의 인생임을 알아서인 것이다.
- 「기적 수업」

살아왔던 삶의 드라마를 깊이 탐색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무의식의 상이 드러나기도 한다. 업業이다. 더 깊이 살펴보면, 이 삶 전체가 환幻이고, 그러기에 세상 전체가 환임도 환기하게 된다. 뿐더러 환을 환이게끔 알아채게 해주는 주체는 마음속 저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고요의 밝은 빛임을 자각하게 된다.
- 「어둠 속에서」

가급적 단순한 삶을 추구한다 함은 아마 내 삶의 목적이 이제부터는 순전히 영혼을 정화淨化시키는 일에 전념해야 된다는 의지의 반영이기도 하리라. … 늘 자신의 순수의지를 작동시켜, 어느 상이든 머물게 하는 일이 없이, 그리고 마땅히 버려져야 할 것은 버려져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 「오케이」

인간은 무한을 지나는 과객으로서 그 무한의 의미체인, 우주나 신을 인간적으로 나름 채색하는 일에 몰두해 왔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에게 문제가 있다는 뜻은 없다. 3차원에 국한된 삶을 사는 인간으로서 이러한 의미 추구나 그 지향하는 의도들은 불가피하게 겪어야 하는, 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 「설산雪山에 올라」

― 시작노트 중에서
 

시인 의사로 우리에게 친숙한 정신과 전문의 신승철 원장(인천 블레스 의원)이 그의 다섯 번째 시집 ‘기적 수업’으로 다시 우리 곁으로 왔다.

1976년 콜롬비아 의대 심리학 교수였던 헬렌 슈크만의 책의 제목을 차용한 ‘기적 수업’에는 ‘병’, ‘기적 수업’, ‘어둠 속에서’, ‘오케이’, ‘설산雪山에 올라’까지 다섯 편의 서사시가 담겨 있다.

동양과 서양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다양한 철학과 종교를 아우르는 문학계의 팔방미인인 신 원장이 이번에는 “독백 같은 시로 보일 것이다. 앞뒤 가를 것 없이 허술하기 짝이 없다. 말의 무덤들을 만들어 놓고서는, 한동안 빈 말마저 꺼내기 어렵다던 그 놈이, 그 도둑놈이, 도둑 아닌 척하며, 요즘도 뻔뻔하게 지내고 있음이다”라는 시인의 말과 함께 미완未完의 인생을 돌아보며 불교의 감성과 기독교의 영을 더한 철저한 자기 성찰적 모습을 나타냈다.

또 책 말미의 시작 노트 ‘기적을 통한 수업’에서는 작가의 함께 교감하며, 한편의 시가 나오기까지의 고민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1953년 경기도 강화에서 출생한 신승철 원장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의대 정신과 교수, 1987년 미국 텍사스 의대 정신보건과정 연구교수, 전 서울 가정법원 가사조정 위원(1997~2001)을 역임했다.

정신과 전문의, 신경과 전문의이며 1978년 혜산 박두진 선생님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등단하여 시인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장영실 문화대상’을 수상했으며 ‘조선일보 신승철의 부부진단(1997. 3~1998. 4)’을 연재했다.

저서로는 학술서적 『연변 조선족 사회정신의학 연구』, 에세이집 『한 정신과 의사의 노트』, 『남편인가 타인인가』,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 『나를 감상하다』, 역서 『비폭력의 기원-간디의 정신분석』, 『아직도 가야할 길』, 『사랑은 모든 것의 해답』, 『TMS 통증치료 혁명』이 있다. 이밖에 시집으로 『너무 조용하다』, 『개미들을 위하여』, 『그대 아직 창가에 서서 오래도록 떠나지 못하고 있네』, 『더 없이 평화로운 한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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