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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서가는 비뇨기계의 명의

분당차병원 비뇨기과 박동수 교수

  • 입력 2016.06.22 09:02
  • 기자명 김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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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료강국 대한민국에는 각 분야별로 말 그대로 내로라는 명의들이 있다. 각 분야에서 그들이 그렇게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며,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건강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내일을 바라볼 수 있는 앞선 시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불굴의 자세는 바로 명의의 기본 조건이다.

▲분당차병원 비뇨기과 박동수 교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년간 악성신생물 현황과 관련한 조사에 따르면 전립선암 환자는 2010년 35,688명에서 2014년 60,327명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전립선암은 남성 암 가운데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이며 남성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질환이 되었다.

하지만 이에 맞춰 전립선에 대한 인식 개선 역시 빠르게 이뤄져 이제 ‘전립선이 뭐에요’라고 묻던 시기는 지났고, 치료 요법 역시 엄청난 발전을 보여주었다.

현재 쓰이는 치료법은 대체로 로봇이나 복강경 등을 이용한 수술 요법과 방사선 치료로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수술과 방사선 치료의 장점을 접목한 브래키세라피(전립선암 근접방사선 치료법)에 대해서는 대부분 생소하게 느낄 것이다.

브래키세라피는 NCCN(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미국종합암네트워크)이 지정한 전립선암 3대 표준치료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는 비뇨기과의사로 분당차병원 박동수 교수가 유일하게 이 치료법을 사용하고 있다.

브래키세라피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처음 이 치료법을 도입해 수많은 환자에게 새로운 기법을 제공하고 있는 박동수 교수를 ‘MD 초대석’을 통해 만났다.

수술 부담 적고, 요실금과 발기력 저하 없는 뛰어난 치료법

박동수 교수가 브래키세라피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7년 4월, 우리나라에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이미 널리 시행하고 있는 시술로, 전립선 적출술과 생존율이 동등하면서도 합병증이 적어 수술을 대체하는데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었다.

사실 박 교수가 브레키세라피를 접한 것은 이미 2000년대 초반이었다. 다만 당시에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에 익숙한 우리 현실 때문에 쉽게 도입하기가 어려웠고, 방사선 종양학과와 연계하는 것도 문제가 있었다.

“이미 NCCN에서도 표준 치료법으로 지정을 했고, 탁월한 효과도 입증이 되어 있는 브래키세라피는 국내 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환자에는 선택의 폭을 넓히고 의료진에게는 전립선암에 대항하는 새로운 무기가 생기는 것입니다.”

박 교수는 병원 측을 설득했고,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분당차병원 전립선센터 내에 브레키세라피 치료시설을 갖추게 되었다.

이쯤 되면 브래키세라피가 어떤 치료법인지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브래키세라피란 전립선 전체에 방사성동위원소 물질을 삽입해 치료하는 방법을 말한다. 전립선 적출수술과 10년 생존율이 같은 것으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고되어 있어서 전립선 적출수술 대신 암 완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방법이다.

종류는 저선량 치료법과 고선량 치료법이 있다.

저선량 치료법은 암이 있는 전립선 부위를 초음파를 통해 보면서 전립선에 바늘을 꽂아 암 조직 주위에 방사선 동위원소 씨앗(Seed)을 심는 방법으로 암 조직 부위에 들어간 방사선 동위원소 씨앗은 몸속에 남아 암 조직을 파괴하며 전립선암의 악초기암 치료에 활용된다.

고선량 치료법은 전립선암의 악성도가 중간정도일 때 사용하는 치료법으로 회음부를 통해 전립선에 여러 개의 바늘을 삽입한 상태에서 방사선을 발생하는 기계와 바늘을 연결한 다음 바늘을 통해 동위원소를 직접 전립선에 주입해 암 조직을 파괴하는 방법이다.

브래키테라피의 가장 큰 장점은 성기능 저하와 요실금이 전혀 없고, 다음날 곧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국부마취만으로도 수술이 가능해 체력적으로 허약한 노령층에서도 수술에 대한 부담이 적다.

다만 일부 치료 환자에게서 약 3~4개월 정도 소변보기가 불편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진화하는 브래키세라피, 시술 위한 로봇팔 개발도 연구 중

“브래키세라피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공지능과 로봇까지 공학적 개념이 새롭게 접목이 되었습니다. 치료법 역시 예전 것을 고집하지 않고 새로운 시류에 맞춰 진화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전립선 전체에 시드를 심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암 덩어리가 있는 곳만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부분적 동위원소 삽입술을 시술 중입니다.”

브래키세라피의 전통적인 방법은 전립선에 약 4mm 이하의 시드를 80~130여개 정도를 심어 7~8mm 범위 내에 암 물질을 모두 죽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1년 반 전부터는 암이 의심되는 부분만 집중적으로 넣는 부분적 동위원소 삽입술 즉 포컬 브래키 세라피를 개발해 환자에게 시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먼저 시드의 양이 15~20% 감소했고, 환자 역시 브래키세라피로 인한 자극이 줄어 훨씬 편안해졌다. 특히 전체 삽입술과 비교해 효과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물론 이것은 그동안 박 교수가 환자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발전을 거듭하면서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되는 브래키세라피가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브래키세라피를 시작할 무렵 한국에 로봇 수술 기기가 들어와 모든 관심이 그쪽에 쏠려 있었습니다. 시기적으로 좋지 않았고, 두 번째는 방사선 피폭에 대한 두려움도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브래키세라피와 같은 치료법은 대형병원이 먼저 주도를 해야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 비뇨기과 의사들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연구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브래키세라피가 확산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아쉬움은 있지만 이 중 방사선 피폭에 대해 박 교수는 “사실 브래키세라피는 철저한 안전관리를 하기 때문에 방사선 노출 정도는 CT나 MRI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더욱 안전한 시술을 위해 최근 로봇팔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중에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앞선 치료는 반드시 성공한다!

▲분당차병원 비뇨기과 박동수 교수
박동수 교수는 대한민국 전립선암 치료의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와 더불어 신장암과 방광암 치료에 뛰어난 연구 성과를 가진 명의이기도 하다.
그리고 박 교수는 얼마 전 브라질 비뇨기과 학술지인 ‘International Braz Urol’에 ‘신장 내부에 파묻힌 신장암, 신장 전체절제술이 효과적’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해 화제가 되었다.

박 교수는 신장암 종물의 모양을 신장 밖으로 50% 이상 튀어나온 형태, 신장 안쪽으로 50% 이상 파묻혀있는 형태, 신장 내부에 완전히 파묻혀 있는 형태의 세 가지로 나누어 분석했고, 이 세 가지 형태를 수술한 후 신장기능, 반대쪽 신장의 성장 등을 분석한 결과 신장내부에 완전히 파묻힌 종양은 크기가 클수록 신장 부분절제술의 장점인 신장기능의 보존이 의미 있게 이루어 지지 못했음을 밝혀냈다.

또한 2014년에는 국내 최초로 방광제거가 필요한 방광암 환자에게 복막보존 수술법을 적용해 장 관련 합병증을 대폭 줄이는 것에 성공하기도 했다.

복막보존술이란 방광제거가 필요한 방광암 환자에서 방광의 천장부분의 바깥쪽을 덮고 있는 복막을 방광으로부터 분리해 보존하는 수술로, 회복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장과 관련된 부작용을 대폭 줄이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에 관련된 연구결과는 국제 비뇨기-신장저널인 ‘International Urology and Nephrology’에 게재되었다.

이처럼 전립선암을 비롯해 신장암과 방광암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박 교수만의 특별한 의료 철학에서 비롯되었다.

“일반적으로 평범한 환자에게서는 지금의 방법으로도 치료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악성도가 높은 환자는 먼저 공격적으로 가서 암을 치료해야 합니다. 환자보다 앞서 나가야 환자를 살릴 수 있습니다. 환자를 따라가다 보면 실패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의사는 언제나 긴장해야 하고, 앞선 치료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마음으로 진료에 임하고 있습니다.”

환자는 기다리지 않는다. 병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그래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환자에게 촉각을 세우고 있는 박 교수. 본인에게는 고행의 길이라도 그것이 의사의 사명이라는 마음으로 환자를 대하는 그의 모습에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를 앞서가는 명의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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