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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피첩() 展’에 가다

  • 입력 2016.07.18 16:54
  • 기자명 최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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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초순인데도 한 여름 날씨였다. 경복궁 민속박물관에서 5월 4일부터 6월 13일까지인데 이리저리 미루다가 거의 끝나갈 무렵 주일에야 찾아들었다. 비교적 한산한 곳인데도 웬 젊은이들 관광객들로 주변과 실내에 북적거려 더위와 함께 짜증스러운 분위기였다. 하피첩 전시실에는 진열장 안에 낡은 책자 유물 몇 장과 내용물을 소개하는 글귀와 설명이 전부였고 기대하고 온 것과는 거리감이 있으나 하나하나 읽고 보는 가운데 다산 정약용에 대한 유물을 접하면서 시대를 넘는 가족의 의미와 가치에 대하여 부부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 자녀에 대한 부모의 마음, 자녀에 남기는 하피의 먹 향기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예나 지금이나 자녀에 대한 부모의 마음은 지극하며 사랑으로 충만하여 양육한다. 이 하피첩을 우리가 보게 된 연유도 우여곡절이 남다르다. 『하피첩』입수 경위를 보면 원래 정약용의 후손들이 소유하고 있었으나 한국전쟁 당시 이를 분실하여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후 2004년 수원의 폐지 줍는 할머니의 손수레에 실려 있던 『하피첩』은 2006년 한 방송사의 유물감정 프로그램을 통해 빛을 보와 세상에 알려졌으며 2010년 문화재청의 옛 글씨 일괄공모를 통한 조사·지정 사업의 일환으로 보물 1683-2호로 지정되었다. 이후 2015년 9월 서울 옥션 경매에 출품되어 우리 관이 구입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2015년에 구입한 [정약용 필적 하피첩(丁若鏞筆蹟)](보물 1683-2호, 이하 하피첩)에 담긴 가족의 의미를 발견하고 공유하는 자리로 ‘하피첩, 부모의 향기로운 은택’ 특별전을 개최하고 2016년 5월 4일(수)부터 2016년 6월 13일(월)까지 국립민속박물관 상설전시 3관내 특별전시실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다산사경첩(茶山四景帖)』 (보물 1683-1호) 등 정약용 관련 유물 30여점을 같이 소개하고 있다.

 

『하피첩』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부모가 되고, 함께 자녀를 성장시키는 이야기가 담긴 자료로 당신의 아버지로서의 정약용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정약용은 유배로 인해 가족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두 아들에게는 사대부로서의 행동과 마음가짐을, 딸에게는 집안의 화평을 바랬다. 정약용과 홍혜완의 자녀와 후손들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남긴 『하피첩』에 담긴 삶의 가치관을 실천하며 살았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하피첩』안에 담긴 아버지와 어머니의 마음은 우리 마음속에 살아 숨 쉰다.

이번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부부,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에서는 정약용과 홍혜완 부부의 결혼과 사랑을, ‘자녀에게 남기는 부모의 마음’에서는 가족의 곁을 지켜주지 못한 안타까움으로 저술된 『하피첩』의 숨은 이야기를 살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손에게 전해진 하피의 먹 향기’에서는 서첩에 담긴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했던 자손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딸에게 화목을 기원하고 있다. 더불어 다산초당 풍경을 묘사한 『다산사경첩』 등 다산의 친필 자료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하피첩』안에 담긴 아버지와 어머니의 마음은 우리 마음속에 흐르고 있다.

 

올해는 정약용이 세상을 떠난 지 180주년 되는 해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우리는 부모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자녀들에게 가르침을 준다.

『하피첩』안에 담긴 정신적 유산은 물질적 가르침이 중시되는 현대사회에 더욱 소중한 가치를 내포하고 있으며 현대 생활에서도 가정의 지침서이다. 3첩 말미에 ‘어린 손자에게 전하라[府穉孫]’는 정약용의 당부는 그의 손자를 넘어 우리에게까지 전달되고 있다.

하피첩을 보고나오면서 우리사회가 하피첩에서 서술한 주옥같은 가르침에 점점 멀어져 가고 있음에 안타가운 심정이다.

이 하피첩은 젊을 사람들이 많이 보아야 할 장소에 웬 젊은 외국 관광객들이 의미도 모르고 구경하는 모습에 씁쓸한 마음을 달래며 전시장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