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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ing & Crime]메두사 머리를 해석하는 의미의 양면성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고르곤(Gorgon)들의 얼굴은 지독하게 못 생겼고, 이는 돼지 이빨이고 놋쇠같이 거친 손을 가졌으며, 머리카락은 뱀이었다.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었던 것 같다. 누구나 이 괴물을 한번 보기만 하면 당장에 돌로 변해버린다는 신화가 전해지고 있다.
고르곤은 스테노(Sthenno), 에우리알레(Euryale), 메두사(Medusa)의 세 자매를 가리키는데, 그중 메두사만이 그리스 신화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그것은 세 자매의 고르곤 중에서 다른 두 자매는 불사신이며, 메두사만이 죽을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세 자매는 죽음의 나라에 가까운 곳, 즉 세계의 서쪽 끝에 살고 있었는데, 머리카락은 뱀이고, 어깨에는 황금빛 날개가 달렸고, 그 매서운 눈초리에 한번 걸리기만 하면, 생물은 모두 돌로 변해버린다. 그녀들이 사는 동굴 가장자리에 사람이나 동물의 형태를 한 화석(化石)들이 많이 널려 있는 까닭도 바로 이 때문이다.
메두사는 본래 아름다운 아가씨였고 정말 탐스러운 머리카락을 자랑하는 미녀였다. 그러나 자기 분수를 모르고 여신 아테나와 아름다움을 겨뤘기 때문에 여신이 화가 나 메두사의 아름다움을 박탈하고 그 머리카락을 뱀의 모양으로 만들었다. 또 일설에는 해신(海神) 포세이돈(Poseidon)이 말로 변해 메두사를 유혹해 사랑을 나눈 장소가 바로 아테나(Athena) 신전이었기 때문에, 신성 모독죄로 추악한 모양으로 탈바꿈하는 형벌을 내린 것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얼굴이 괴물로 됨에 그 성품도 포악해져 그녀가 사는 일대는 황폐화되고 말았다. 이것을 보다 못한 아테나 여신은 영웅 페르세우스(Perseus)로 하여금 그녀들을 퇴치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페르세우스는 다른 고르곤 자매는 불사신이었기 때문에 죽음의 운명을 가진 메두사만을 죽이기로 작정했다.

메두사의 목을 자르는 페르세우스
[2L]마페이 작:'메두사의 목을 자르는 페르세우스(1650)', 베니스 아카데미

페르세우스에 관한 이야기는 그리스의 고대 시인 시모니테스에 의해 전해오고 있는데 시모니테스는 그리스의 고대 시인 중에서도 가장 다작한 시인이었으나, 지금 전해지는 것은 몇 개의 단편뿐이다. 그는 찬가(讚歌), 송가(頌歌), 비가(悲歌) 등을 즐겨 읊었는데, 특히 비가에 우수한 재능을 가졌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작품 중에서 <다나에의 비탄(悲嘆)>은 가장 뛰어난 작품인데, 다나에가 바로 페르세우스의 어머니이며 여기에 메두사를 죽인 페르세우스 얘기가 담겨 있다.
페르세우스는 헤르메스 신에서 빌린 비행구두와 아테나 여신으로부터 빌린 거울같이 빛나는 방패와 놋쇠로 만든 낫(鎌)을 갖추어 메두사가 있는 곳으로 떠났다. 하지만 그 또한 메두사를 직접 보든지 또는 메두사가 먼저 보든지 당장에 돌로 변할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래서 페르세우스는 거울같이 빛나는 아테나 여신의 방패를 들고 거울에 비치는 괴물, 메두사를 향해 접근해 예리한 낫으로 머리를 잘랐다.
이런 상황은 이탈리아 화가 마페이(Francesco Maffei, 1600~1660)의 <메두사의 목을 자르는 페르세우스(1650)>라는 그림에 잘 표현되어 있다. 그림의 중앙에 있는 페르세우스는 메두사를 직접 보지 않고 아테나 여신으로부터 빌린 거울 같은 방패를 보면서 접근해 그 목을 자르고 있다. 화면의 뒤에서 다른 고르곤 자매가 이를 보고 있다. 상처에서 뿜어 나오는 피 속에서 황금의 칼을 손에 쥔 크류사올과 천마(天馬) 페가소스(Pegasus, 무사들이 타고 다니던 말)가 탄생했는데, 페르세우스는 메두사의 머리를 자루에다 넣고 천마 페가소스를 타고 무사히 돌아와 이 모험을 승리로 인도해 준 아테나 여신에게 메두사의 머리를 바쳤다. 여신은 제 모습을 보고 돌이 된 메두사의 머리를 자기의 방패 '아이기스(Aegis)'에다 장식으로 달았다. 이로써 아이기스는 무적의 방패가 되었는데 그것은 누구나 이 방패를 보면 돌이 되기 때문이었다. 즉 메두사의 머리가 부착된 방패는 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해 주는 한편 적의 힘을 약화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던 것이다.
메두사의 머리는 아이기스에 부착하는 순간부터 신적 지위를 부여받았으며, 이것이 후에 아테나 시(市)의 시문(市紋)으로 됐다. 아테나 여신은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메두사의 피 일부를 나눠 주기도 했는데, 메두사의 왼쪽에서 흘린 피는 독이 되는 반면, 오른쪽에서 흘린 피는 생명을 소생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왼쪽은 불길한 징조, 사악함, 음흉함 등과 동일시됐는데, 영어 'sinister(불길한)'의 어원도 라틴어 '왼쪽'이라는 뜻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의학 용어에 '메두사의 머리(caput Medusa)'라는 것이 있다. 의학에서는 간경변(肝硬變) 때 복수(腹水)가 차 복벽의 정맥이 성난 듯이 굵게 팽창된 것을 노장(怒脹)됐다고 하는데, 바로 복벽의 정맥이 노장된 상태를 메두사의 머리라 한다. 즉 배꼽을 중심으로 방사상으로 노장된 정맥들의 모습이 마치 메두사의 뱀 모양의 머리카락과 흡사하다 해 지어진 것이다.

명암법 사용해 그린 카라바조의 '메두사'
이러한 의미와 내용을 지닌 메두사의 머리는 여러 화가들에 의해 그려졌다. 그 하나로 카라바조(Michelangelo Caravaggio, 1573~1610)가 그린 '메두사'가 있는데, 그는 17세기 이후 유럽 미술의 경향을 일컫는 대명사가 된 카라바조 풍(風)을 탄생시킨 화가다. 그는 자연주의적 의미에서 사실적 표현으로 화면에 빛을 도입해 분위기와 형태를 드러나게 하는 미술 기법인 명암법을 사용해 메두사를 그렸다. 사실 이 그림은 프란체스코 델 몬테 추기경을 위해 그린 것인데, 추기경은 이 그림을 토스칸 대공(大公) 페르난도에게 결혼 선물로 보냈다.
카라바조는 이 그림을 나무로 만든 방패에 부착했는데, 그 의미는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머리를 자를 때 사용한 거울 같은 방패임을 상징한다.
또 이 그림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된다. 애당초 카라바조가 이 그림을 제작할 때는 추기경의 요청으로 어디까지나 장식적인 의미로 그린 것인데, 추기경이 이를 결혼선물로 보냈다는 것은 메두사의 참수가 이성과 덕성의 승리를 나타내는 것으로 결혼을 축하하며, 또 하나의 의미는 건강과 가정의 보호를 바라는 상징적인 부적(符籍)으로의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카라바조는 이 그림을 단순히 장식만을 위해 그린 것은 아닌 것 같다. 즉 공포에 질린 얼굴이나 열린 입, 그리고 그 입에서 막 쏟아져 나올 것 같은 절규, 튀어나온 눈과 목에서 흐르는 피, 그리고 머리는 뱀으로 온통 덮여 있는데 빛과 그늘의 조화가 잘 잡혀 마치 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메두사의 얼굴 생김새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애매한 가운데 그림 속 얼굴은 틀림없이 카라바조 자신의 얼굴이다. 즉 메두사의 머리를 빌린 자화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화가는 자기의 얼굴을 그려 넣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는데, 그것은 일종의 자기 죄에 대한 자기 처벌을 의미한다. 실제 카라바조는 폭행, 명예훼손, 성추행, 그리고 살인 등의 갖은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신성한 교회 제단이나 신화 그림을 계속 그리는 이색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그래서 이에 대한 용서를 비는 자기 처벌적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메두사의 참수에는 승리, 신체나 가정의 보호, 자기 죄에 대한 속죄 등의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조각으로는 첼리니(Benevnuto Cellini 1500~1571)의 '메두사를 토벌한 페르세우스'(1545~1554)가 유명하다.
[3L]첼리니 작:'메두사를 토벌한 페르세우스'(1545~54),피렌체 롯차아 디 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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